"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님아 ♪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 부엉이 우는 산골 나를 두고 가는 님아 ♪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가소 ♪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 "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대중가요는 이 나라 백성들의 애환과 애닲은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제 강점기말에 징용으로 수 많은 청춘들이 끌려간다. 갓 시집온 새댁은 남편에게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는 게 전부이다.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아낙네는 성황당에서 밤낮을 빌고 빕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돌아올 줄 모르고 마침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구순(九旬)을 훌쩍 넘긴 할머니는 남편을 떠나보낼 수가 없는 아픔뿐인 삶이다. 증손자보다도 어린 20대의 남편사진을 아직도 가슴에 품고 살고 있을게다, 박달이란 도령이 박달재를 넘고 있다. 목마름에 마을에서 금봉이란 낭자를 해후하게 되는 것이지요. 첫 눈에 서로 내 사랑임을 직감하게 된다. 하지만 서울에 과거를 보기 위하여 박달재를 넘을 수 밖에 도리가 없다. 내일을 약속하고 떠나간 박달도령은 과거에 낙방을 한다. 재수 삼수를 거듭한 끝에 과거시험에 뜻을 이루고 금봉이를 찾는다. 기다림에 지친 낭자는 홀연히 저 세상으로 떠난 뒤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잃어버린 사랑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죄책감으로 삶의 의욕도 희망도 상실한다. 재회를 약속하던 박달재의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사랑의 꿈을 낭자의 환영(幻影)과 함께 접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런 전설이 얽힌 박달재가 아닌 경기도 파주의 광탄면에 있는 박달산을 오른다.경의중앙선 금촌역에서 씨모우 서류바 조단서 까토나 네명이 합류한다. 택시로 광탄면 사무소 앞에서 하차를 한다. 택시요금은 만원에서 몇백원이 빠지는 거리다. 면사무소 뒷편으로 나와서 저 앞에 전개되는 박달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약간 쌀쌀한 바람이지만 이십여분 지나서 이정표 팻말이 보인다. 벌써 등에는 후지근한 땀방울이 적시우며 등산자켓은 배낭 속으로 집어 넣어야 한다. 정상까지는 약 4Km 정도의 거리를 가리키고 있다. 박달산은 해발 370m의 높이이며 두시간 이내이면 정상에 닿을 것이다. 한껏 무르익은 가을 정취를 느끼며 시원한 산공기를 폐포 깊숙이 심호흡으로 끌어들인다. 바위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낙엽으로 뒤덮힌 부드러운 육산(肉山)이다. 박달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수리봉으로도 불리운다. 예전에는 독수리가 많이 서식하던 산인 모양이다. 참나무 소나무 낙엽송등이 주류를 이루고 박달나무는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박달나무는 암수가 함께 있으며 수꽃차례는 가지 끝에 아래로 처지고 암꽃차례는 원통형으로 위로 하늘을 향하고 있다. 어찌하여 이렇게도 인간 남녀의 성(SEX)의 본능을 빼다가 박았을까를 모르겠다. 나무껍질은 회흑색으로 수령이 오래되면 두껍고 조각으로 떨어진다. 나무가 단단하여 예전에는 포졸들의 육모방망이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비중이 커서 딱딱하여 부러질 염려는 없었으니까. 노객들도 이삼십대에는 그 놈의 육모방망이가 딱딱해서 구부러지지도 않으며 부러질리는 더욱 만무하던 시절도 있었으리라. 노상 서기만 하는 육모방망이는 항상 아래로 향하여 집어넣고 찌르고 박기를 밤낮을 찾아 헤매지 않았던가. 이제는 강 건너 불구경으로 축 쳐져있기만 하고 있으니, 세월이 약(藥)인지 독(毒)인지 분간조차 할 수가 없구나. 화사한 꽃을 보아도 향기로운 꽃인지 호박 떡잎인지 구분조차 버검게 되었으니 말이다. 바로 저기가 정상인듯 오르면 다시 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고있다. 가쁜 숨을 몰아서며 박달산(370m) 표지석이 박혀있는 정상을 밟았노라. 떨어진 혈당을 간식으로 올리곤 서둘러서 하산을 시작해야만 한다. 역촌역 근처에 있는 맛집 장어구이집으로 향해야 하니까. 어줍잖은 이유 아닌 핑게로 산행을 마다한 위짜추 또파파가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니까. 예상보다 삼십여분 늦게 합석을 한다. 이미 노릇노릇하게 구어진 장어와 소주 맥주 막걸리가 기다리고 있다. 출출해진 텅 빈 위장으로 짜릿한 알콜이 장어에 파묻혀 사르르 녹아내린다. 붉으스레 취기가 오른 환한 모습은 언제나 웃음꽃이 만발한다. 권주가는 식당을 흔들고 스마트폰의 갤러리에 담기기 마련이다. 흐늘흐늘 축 처져 있는 노객들의 오늘밤의 꿈은 과연 무엇일까. 20대 30대 불 같은 나이의 육모방망이의 위력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꿈일랑 깊숙히 접어두심이 좋을 듯 하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