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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태주시인 부부의 기도문
[ verse 1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 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 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사는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 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verse 2 ]
남편의 병상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 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 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 내 온 남자예요.
시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 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 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의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