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스릴러를 좋아했었는데 점점 관람하는 것이 불편해졌다.
이유는 답답해서다. 억지로 꿰맞춘 스토리, 무리한 설정 등 완성도가 떨어진 영화가 범람하다보니 골라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가 우연히 ‘Bad Times at the El Royale’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재미있게 보게 되었다.
엘 로얄은 네바다 주와 캘리포니아 주 경계선이자 주 외곽에 있어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고립된 곳에 있다.
감독은 여기에 모여든 각자 사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어간다.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영화중에서 최고의 작품 중 한 편이다.
빠른 템포, 탄탄한 스토리, 연출, 연기. 부족함이 없다.
아주 조금 지루했지만 복잡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프 브리지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배우지만, 루이스 풀먼과 신시아 에리보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그리고 조각 같은 몸매로 국내 여성 팬들로부터 햄식이로 유명한 크리스 햄스워스의 역할은 의외였다.
호주 출신의 브레드 피트를 닮은 근육질 몸매의 훤출한 미남, 슈퍼 히어로 토르 역으로 유명한 190센티 장신의 햄식이는 여기에서는 아우라를 무기로 사이비 교주로 출연해 열연했다.
그는 극의 중반 이후에 등장했음에도 비중 있는 연기로 영화의 중심부를 차지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다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옳고 그름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잘못된 믿음이야 말로 최고의 악이다.
자신이 신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신이 아닌 줄 아는 빌리 리와, 빌리 리를 신이라 믿고 따르는 부츠 중에 누가 더 악일까.
사이비 교주의 손아귀에서 동생 부츠를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에밀리가 동생에게 “그 사람은 악 그자체야!” 하고 절규하지만 뼈 속까지 세뇌된 부츠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빌리 리가 에밀리를 향해 “내 것을 훔쳐갔는데 내가 그냥 있을 줄 알았어?” 하고 질책하자 에밀리가 “저 애는 당신 것이 아냐!!” 하고 반박하자 빌리 리가 부츠에게 묻는다. “넌 내꺼지?” “당연하지” 하는 부츠의 대답에 에밀리가 그를 향하여 절망하며 외친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멀쩡한 애였어!!”
빌리 리가 밑바닥 가수 달린에게 생명의 위협을 하자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측은하게 노려보며 말한다.
“당신의 본 모습을 모를 것 같아요? 연약하고 작은 사람, 나약함과 불안함에 괴로운 사람이에요.”
자신은 신을 부정하면서 신부, 스님, 목사가 된 사람은 사이비다.
또한, 사이비 성직자를 믿는다면 사이비 신도이다. 그러나 사이비 성직자가 말한 하느님이나 부처님을 믿는 사람들은 결코 사이비가 아니다.
답은 명료하다. 살아있는 사람을 신으로 믿는다면 마음을 바꾸시라. 한 번 쇠뇌 되면 변하기 힘들다. 이유는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을 신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맹목적인 믿음은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오히려 죄를 많이 지었더라도 진심으로 자신의 영혼이 걱정된다면 극중의 마일즈처럼 가짜 신부에게라도 죄를 고하고 사함을 받아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는 쉬울 수 있지만, 자기를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지운 사람은 드물다.
자신에게 엄격해야하는 이유이기도하고 이 영화의 교훈이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훨씬 좋았을 작품인데 국내 개봉관 상영이 없다하니 아쉽다.
첫댓글 덕분에 감상 잘 했읍니다.
국내상영 되면 꼭 봐야겠어요~~
극장상영은 안할듯 해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명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