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오늘 하루 휴가를 줍니다.
갑작스러운 휴가에 당황스러웠지만
벗으라면 벗겠... 나가라면 나가겠다고 대답합니다.
아침을 먹고 수영장에 갑니다.
요즘 강습에서 접영을 처음 배우고 있는데
오늘 혼자 연습하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 같습니다.
타이밍은 잡았는데 혼자 텀벙텀벙 소리를 내며
물을 튀기니 민망합니다.
수영후 젖은 짐도 있고 점심을 혼자 먹기가 그래서
남편에게 집에 갈 테니 나도 점심에 껴달라고 애원합니다.
남편이 그럼 ○○마트에 가서 2L 생수 12개와 계란 한판을 사오라고 합니다.
점심은 김밥을 먹을 테니 김밥 집에 들러 사오라고 합니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도 조금 보고 남편이 사라는 것도 삽니다.
김밥 집에 들러 김밥, 튀김, 떡볶이도 사옵니다.
수영복 짐, 장바구니, 계란 한판, 김밥을 양손에 드니
물은 도저히 못 들고 오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계획한 대로 다시 외출입니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계속 만화만 틀어주는 것 같아 불안하지만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남편이 하루키 소설과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더니
나서는 저에게 △△식당(일본가정식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이 어떻겠냐고 강요 권유를 합니다.
무거워진 발걸음을 딛고 문을 나섭니다.
자동차 검사 날이 다가와 토요일도 3시까지 한다는 검사소로 향합니다.
가보니 개인적으로 돈 내고 하는 검사는 3시까지이고
무료 검사는 1시까지라 허탕을 치고 맙니다.
하지만 괘념치 않습니다. 월요일에 가면 됩니다.
에어컨이 빠방한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책도 읽고 공부도 합니다.
에어컨이 너무 빠방해서 계획한 6시보다 조금 더 일찍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남편이 강요 권유한 식당에 갔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문이 잠겨 있습니다.
정말 재료가 소진되어서일까요?
하지만 괘념치 않습니다. 다른 식당으로 가면 됩니다.
근처 1인분도 해주는 우렁쌈밥집에 갑니다.
허세도 부려봅니다.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된장찌개는 돌아가신 시할머니 표현으로 니맛도 내맛도 아닙니다.
건강한 맛을 내기 위한 것일까요?
우렁 된장에 우렁이가 튼실합니다.
어머니가 제 태몽으로 맑은 시냇가에 우렁이를 잡았다고 하는데
우렁이의 운명을 타고나서 이렇게 부림을 당하는 걸까요?
도마뱀으로 태어났으면 꼬리를 끊고 달아나는 건데 말입니다.
저녁을 먹고 다시 도서관에 갑니다.
남편이 아이들이 자기 전 8시 30분까지 오라고 한 말을 기억하며
초코우유를 하나 빨고 집으로 향합니다.
남편에게 메시지가 옵니다.
우렁이를 아직 덜 부려먹었나 봅니다.
다시는 휴가를 나가지 말아야겠습니다.
...
..
.
아내가 쓴 글입니다.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아내도 그동안의 제 글을 보면서
비슷한 심정이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