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카톡) 프로필 / 이남옥
여수로 발령받은 뒤, 겨울이 오면 피는 꽃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산다화라 불리는 애기동백은 물론, 꽃자체가 열매로 변하는 비파나무와 향기 진한 구골목서 등은 입동이 지나면 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들이다. 올해도 11월로 접어들면서 하마 언제 필까 은근히 기다렸다. 어느 날 문득 비파꽃을 발견하고 ‘아, 벌써!’ 하며 사진을 찍었다. 매일 퇴근길에서 만나는 산다화도 활짝 피어나서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어김없이 찾아 온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며 추워지는데 새롭게 피어나는 꽃이 그저 고마웠다. 푸근해지는 마음을 전하려고 찍어 둔 꽃 사진을 슬며시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 본다. 나이로 보는 중년의 카톡 프로필 사진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카톡은 우리 나라 대부분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다. 특히 단체로 소통하는 데는 이만한 게 없는 듯하다. 10여 년 전 카톡이 처음 생겼을 때는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 사람들이 있었다.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상업적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사용으로 나타날 폐해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실제로 단체 카톡 방은 청소년들에게 폭력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억지로 ‘친구 초대하기’로 불러들여 피해자에게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많았다. ‘나가기’를 해도 계속 초대하여 괴롭히는 것이었다. 반대로 그룹에서 한 개인을 제외해 자기네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며 상대방을 따돌리기도 했다. 다행히 카카오톡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불량 사용자는 이용 정지를 하거나 재초대를 거부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생겼다고 한다. 카톡은 너무나 편리해서 코로나 시대에 더욱 빛났다. 뿔뿔이 흩어져 지내던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카톡이 있어 해결되었다. 단체 일반 통화나 화상 통화를 하면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가 버렸다. 일 년이 훨씬 넘도록 대면하지 못한 아쉬움을 그렇게라도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심심하면 가끔 ‘프로필을 업데이트한 친구’라고 뜨는 사람들의 대문 사진을 살펴볼 때가 있다. 그곳에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사람들을 만나볼 때가 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해 소식이 궁금했던 친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사진 몇 장으로 짐작해 보곤 하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이나 생각, 기분 등을 친구들에게 전달하려고 카톡 프로필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면 다양한 개성과 삶이 엿보인다. 네모 안에 담아 놓은 작은 세상이다.
말을 재미나게 잘하는 문화심리학 박사 김정운 씨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창조적으로 재미있게 사는 법을 주제로 강연을 많이 했다. 그가 교수직을 그만두고 미술 공부를 하려고 일본으로 유학 갔을 때 2년 머무는 동안 너무 외롭더란다. 그래서 지인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들여다보는 재미로 힘든 시간을 견뎌 냈다고 한다. 아무런 사진도 실어 놓지 않거나 업데이트하지 않는 친구는 밉더라고도 했다. 그런 게 재미없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모두와 소통을 하고 살 수 없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안부를 전하겠거니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