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톱수리 영감님
김 동규
오일 장날이면 사강 시장골목
농약방 옆 추녀밑에 자리 까는 영감님
메고 온 인생 밥그릇 내려 펼치신다
우산수선 신길이 톱수선 가위 칼 갈기가
영감님 직업이다
딸기코에 허름한 옷차림 하모니카 한곡조
할아버지 이 신좀 맏기고 장 보고 올게요
알았어요 우선 막걸리부터 한잔하고
대폿집을 들락날락 얼큰한 김에
평생 갈던 솜씨로 씩씩 쓱싹
저물녘 비틀거리며 점방 걷어 메고
하모니카 불다 창을 부르며 집에 간다
수십 년을 같은자리에서 같은 일을 했으니
모르는 사람 없이 모두 인사한다
두어 달 전부터 영감님이 안보이더니
어허 딸랑 콩 팔러 꽃가마 타고 가셨단다
2) 냄새여 향기가 되어라
김 동규
잉위잉~~~~ 윙윙
누룽지 먹고 들판에서 똥쌌더니
파란 똥파리 몇 마리 헤리콥타처럼
똥태산 상공을 저공비행 탐색 후
봉우리와 골짜기마다 착륙
돌격대원들을 인해전술로 투입
내리자마자 똥 속으로 신속 스미고
임무 마친 파란 똥파리 휙 떠나자
시커먼 똥파리들이 임무교대
똥더미 주봉이 함락되고
골짜기는 평지로 메워지자
두더지 땅속을 기듯 불끈불끈
아예 전복이 다시마 먹듯 해치운다
수멀수멀 굼실굼실 넘쳐나더니
순식간에 똥더미는 구더기가 정복
여의도 의사당 화장실 똥파리들처럼
변질된 누룽지 먹으러 바글바글
3) 별난 장례식
김 동규
행여를 들러 멘 까만 젊은이들이
우거진 숲 그늘을 행군한다
만가도 깃발도 북소리도 없지만
지보다 오십 배나 되는 시신
동료들의 사슬 다리로 이어준
끊어진 길도 일사 불난 하게
등 허리 가슴 머리 밟으며 건너가
우거진 숲 깊숙히 묘지 구덩이
시신이 버둥거려봤자 소용없고
어두운 구덩이로 끌려가네
길게 늘어선 상주들 뒤에는
끝없이 밀려드는 문상객들
방앗개비 생을 마감했고
수많은 일개미들도 땀을 닦는다
시키는이 하나 없이 척하면 척척이니
여의도 21대 개미들은 물러나고
22대 개미들이 신장개업 했으니
귀 열고 눈 크게 뜨고 기대해 본다
4) 詩농사
김 동규
등기도 없이 허공에 있는 내 논
아주 작고 텅빈 논에 물을 푼다
구름모자를 쓰고 앉아 모를 심고
논 귀퉁이에 동이만 한 샘이 있어
구름모자 벗어 들고 물 퍼넣으니
바람은 연실 실어다 모를 키워
새들의 노랫소리로 새참을 먹으며
솟아오르는 샘물소리로 영근다
논바닥을 꼼실꼼실 기어 다니는
시어를 잡다가 미끄러지고
시노트에 누운 시구 몇 마리
구름모자로 눌러 덮는다
아직도 모자라는 시어들이
가슴을 열고 부끄러워 숙인 채
모자를 쓰고 시노트에 들어온다
날아갈라 구름모자로 덮었더니
환한 무지개 피어오르네
5) 무서운 자전거
김 동규
내 친구넨 커다란 자전거가 있다
아무도 못 타는 무서운 자전거
안장도 페달도 타이어도 없고
튜브도 브레이크도 물론 없다
몸통 핸들 쇠바퀴 두 개가 전부다
그 친구네 집 뒤부터
비석 없는 산소가 앞으로 나란히를 한다
아이들 놀이터라
축구 자치기 기마전 전쟁놀이 다한다
친구는 늘 자전거만 가지고 논다
얼마나 자전거를 가지고 장난을 쳤는지
열 살짜리가 완전 자전거 도사다
그 친구는 겁도 없이 까까지른 비탈을
그것도 부족해서 산소 봉분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내달리며 소리를 지를다
지네 집 대문 옆 땔나무칸 안으로
내려오던 속도 그대로 나무동에 처박혀도
다치지 않게 푹신한 풀단으로 채워주신다
타는 친구보다 구경하는 내가 진땀이 나고
난 도무지 겁나고 가슴이 콩닥거려
그 자전거를 만지지도 못했다
카페 게시글
♣`°³о♡풍천♡
5월10일출품
豊泉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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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9
24.05.10 13:1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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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진인사대천명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응원에 힘이 납니다
진인사대천명 풍천은 기다립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