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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창조의 기쁨과 타자를 돌보는 보람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다. 둘 중의 하나만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 대개는 극단의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인데, 그곳이 어느 쪽에 가까이 있는지는 우리가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론 그 실천을 이끄는 것은 ‘일’에 대한 넓고 깊은 안목일 것이다. 최근 ‘장인’이 다시 조명을 받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장인은 자기 일에 몰입하고, 자기 일에서 큰 성취를 이루고 보람을 느낀다. 그러한 특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러한 특성은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인가? - 특집 〈장인의 교육〉 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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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구성
[목차]
04 여는 글
공정성이라는 늪 | 박복선
특집
장인의 교육
10 일과 배움의 전범으로서의 장인 | 장원섭
23 장인 교육은 가능한가 | 강화경, 노아름, 유동렬, 박진숙, 황덕신
삶의 기술
48 작은 빗자루 하나 | 박혜정
58 밧줄이 없었다면 문명은 가능했을까 | 김성원
65 언덕으로 올라가 거기 대장간을 지어라 | 안성균
77 내가 남긴 음식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작은 생태계 - 서울 강동구 ‘퇴비 공원’ 스케치 | 이경은, 최승훈
기획
삶의 도구로서의 시
86 시의 힘과 쓸모 | 박일환
92 딱! 그 순간! | 에리카(여희영)
105 나의 시 나누기 | 조원배
120 누가 시를 읽는가 | 전유미
연재
130 최원형이 만난 사람② 김소영 성대골 마을닷살림협동조합 이사장 | 최원형
141 놀이를 파헤치고 해킹해 보는 놀이해부도감② 비눗방울 놀이 | 물고기(박지은)
특별 게재
160 즐거운 지식 - 삶의 기술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홍서연
+ 책 속에서
어떤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 들어왔으니 오늘도 열심히 쥐꼬리만큼 일하고 앉아서 죽때리다 튀어야지.” 하루의 1/3 정도를 직장에서 보내는데 이렇게 시간이나 때우면서 지낸다면 행복할까요? 생계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넘어서 다른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는 없을까요? 물론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겠지만, 스스로 일을 어떻게 의미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 장원섭, 〈일과 배움의 전범으로서의 장인〉, 21쪽
일하는 사람과 일의 의미를 재복원하면서 일과 일 외의 삶의 균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해요. 하지만 일 외의 삶에 대해서는 보여 주지 못해요. 일에 대해서는 조명이 되었는데 장인의 일 외의 삶에 숨어 있는 모습은 집중하지 않잖아요. 앞에 소개되었던 장인들은 대부분 남성들이었고 성공한 엘리트로 보였어요. 잠깐 스쳐 가듯이 장인 가족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사회에서 가볍게 넘어갈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장인의 노동과 재생산은 가족에게서 일어나고 그 백업 없이는 장인이 되기 힘들었을 거라고 봐요. 누군가의 희생이나 기여가 있었기에 장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이런 구조가 과연 오래갈 수 있을지 하는 질문을 하게 돼요. 일과 일 외의 삶의 균형에 대해서 말할 때에도 이 구조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고요. 따라서 장인 당사자가 제자를 양성할 때 일과 일 외의 삶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이거나 아니면 그런 삶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안내하면 좋을 것 같아요.
- 박진숙 외, 〈장인 교육은 가능한가〉, 35쪽
밧줄이 없었다면 문명은 가능했을까? 아마도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인류가 밧줄을 사용한 흔적은 15,000~17,000년 전 화석으로 발견되었다. 풀과 포도 넝쿨을 함께 꼬아서 만든 밧줄이었다. 고고학자들은 밧줄이 적어도 25만 년 전부터 사용되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밧줄 화석은 돌도끼나 바퀴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가 기원전 4만 년 즈음이라니 밧줄의 사용은 그보다 앞서고 대략 석기 사용 시기와 일치한다. 선사 시대부터 인류는 밧줄을 사냥, 올무, 낚시, 그물, 창, 작살, 이동, 운반, 등반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
김성원, 〈밧줄이 없었다면 문명은 가능했을까〉, 58쪽
2학년 녀석들이 쓴 시를 보니 좀 더 이야기를 나누면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좋은 날, 적당한 때에 2학년 아이들과 만나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멋진 말을 늘어놓기보다는 ‘진짜 내 마음’을 잘 담아 보자 했어요. 여행 가서 자주 눈물지었던 태윤이에겐 여행에 대한 시를 써 보면 어떨까 물으니 오케이! 태윤이에게 물었어요.
“태윤아 여행 가서 울었어?” “가을 여행 가서 울었어.” “왜 울었어?” “엄마 보고 싶어서.” “그랬구나. 근데 언제 언제 울었어?” “밥 먹을 때도 울고, 그네 탈 때도 울었어.” “가을 여행 끝났을 때, 태윤이는 뭐라고 했어?” “만세!” “크크. 그랬구나. 그래서 줄리아한테 뭐라고 이야기했어?” “줄리아, 3학년 때 여행 가요?”
이렇게 태윤이 버전의 아주 멋진 시가 탄생했어요.
가을여행
김태윤
가을여행 가서 울었어
엄마 보고 싶어서
밥 먹을 때도 울고
그네 탈 때도 울었어
가을여행 끝났다
만세!
그런데 줄리아!
3학년 때 여행 가요?
에리카(여희영), 〈딱! 그 순간! - 삶이 시가 되는 순간〉, 96~97쪽
생각은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져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한쪽 벽면에 절전소가 세워졌다. 이정은네, 오유찬네, 지은이네가 전기를 아낀 만큼 도서관 벽면에 절전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린이도서관이라 주 이용자가 아이들이라는 걸 활용해서 아이들 이름이 들어간 절전소를 만들었더니 아이들이 가정의 에너지 감시자가 되었다. 그렇게 60가구가 1년간 아껴서 모은 전력이 35,000kWh로 도시의 110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전력이었다.
- 최원형, 〈최원형이 만난 사람② 김소영 성대골 마을닷살림협동조합 이사장 -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을의 상상〉, 136쪽
우선 비눗방울이 생성되는 원리부터 살펴보자. 순수한 물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방울이 세제를 섞으면 만들어지는 까닭은 세제의 계면 활성제가 물의 분자 사이로 들어가 그들이 가까워지지 못하도록 밀어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눗물이 섞인 액체는 작은 물방울로 뭉치지 못하고 바람을 따라 늘어나게 된다. 과학 용어로는 표면 장력이 낮아진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비눗방울은 용액 속 물이 증발해 그 막이 약해지기 전까지 버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그 비눗방울이 가장 오래 유지되는 물과 세제의 비율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이 될 것이다.
- 물고기(박지은),
〈놀이해부도감② 비눗방울 놀이 - 비눗방울에 지구력을 허한다〉, 148쪽
+ 저자 소개
박복선 schola@haja.or.kr
크리킨디센터 전환교육연구소 소장.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되면서 선생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직한 학교를 나온 것도 그 덕분입니다. 《우리교육》에서 편집장을 했고, 성미산학교에서 교장을 했고, 지금은 크리킨디센터 전환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저서로 《가장 민주적인, 가장 교육적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공저) 등이 있습니다.
장원섭 wchang@yonsei.ac.kr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강화경 크리킨디센터 미장학교 ghk727@icloud.com
크리킨디센터 하자작업장학교 청년작업장. 노래를 쓰고 짓고 부르며, 흙 미장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노아름 영셰프 졸업생, 청년 요리사 arum.noh2@gmail.com
이탈리아, 영국, 인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를 배운 후, 요리를 매개로 관계를 맺으며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동렬 보은대장간 대장장이 cheoljangi@naver.com
충북무형문화재 제13호 야장전수조교. 문화재수리기능자 ‘철문공’으로 목조문화재 철물 복원과 수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진숙 소풍가는 고양이 대표 jin@picniccat.com
(주)연금술사가 운영하는 ‘소풍가는 고양이’ 대표이사. 비대졸 청소년·청년의 노동과 일터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황덕신 이야기꾼의 책공연 공동 대표 goodbyewar@daum.net
빛나는 순간을 빚는 예술 생산이 가져올 미래에 기대고 있는 기획자, 이야기꾼의 책공연 황피디입니다.
박혜정 instagram.com/park.1695
온 생을 초록으로 살다가 이제는 땅으로 갈 일밖에 없는 식물의 줄기를 모아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세상을 담는 바구니가 되고,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고, 당신과 나를 연대하게 하는 끈이 됩니다.
김성원 coffeetalk@naver.com
Play AT-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장, 크리킨디센터 미장공방 스승, (사)한국흙건축연구회 기술이사, 옥상공유지 ‘열린옥상’ 감사.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 《점화 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 《화목난로의 시대》, 《근질거리는 나의 손》, 《시골, 돈보다 기술》,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놀이터》 저자. 《자전거로 충분하다》, 《2019 한국의 논점》, 《사물에 수작부리기》, 《기술비평들》 공동 저자. 기술과 제작, 예술과 놀이, 그리고 자신이 사는 공간에 대해 호기심 많은 개인 연구자 겸 활동가.
안성균 ask0508@ice.go.kr
산마을고등학교 교장, 삶을 위한 교사대학 이사
박일환 pih66@naver.com
199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하여 시인이 되었다. 시집 《덮지 못한 출석부》, 《등 뒤의 시간》, 청소년 시집 《학교는 입이 크다》, 《만렙을 찍을 때까지》, 시 해설서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를 비롯해 《청소년을 위한 시 쓰기 공부》, 《국어사전 혼내는 책》 등을 펴냈다.
에리카(여희영) ericayoung@naver.com
어느 해 가을, 갑자기 성미산학교 ‘통합 교사’가 되었습니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깨달아 가는 짧고도 긴 시간들을 거치며, 지금은 초등 어린이들과 아웅다웅 알콩달콩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뭘 재미나게 할까 궁리하는 것이 제일 신나고, ‘좋은 교사’보다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조금씩 꿈을 이루고 있습니다.
조원배 nesttopaz@gmail.com
서울 영파여중 교사. 시를 사랑하고, ‘삶=교육’이라고 믿는 중등 사회 교사로서, 시대와 사회와 인간에 대해 예의를 지키고 싶음.
전유미 yetta_books@naver.com
서울 동교동에 있는 카페 한 켠에서 One Table Bookstore,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더 나은 오늘을 사는 방법을 탐색 중이다.
최원형 wisechae88@gmail.com
우연한 기회에 멋진 자작나무 한 그루에 그만 반했습니다. 자작나무를 따라가다 숲을 발견했고 여름 숲에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큰유리새를 만났습니다. 내가 누렸던 자연이 가능하면 온전히 다음 세대로 이어질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패러다임 전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짬짬이 글쓰기를 즐깁니다.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시민 교육 소통분과 위원이며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등 몇 권의 책을 썼습니다.
물고기(박지은) relequum@gmail.com
제작, 놀이, 실험의 아지트이자 활동인 릴리쿰의 공동 대표입니다. 릴리쿰은 ‘만들기’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취하여 환경과 일상을 복원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실험하고 교류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시도와 실패, 연구와 공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손의 모험》을 함께 썼습니다.
홍서연 indooa@gmail.com
조선 시대 요리 책들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문화인류학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