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연소 프로기사인 12세 나카무라 스미레 2단. 2009년생 프로기사는 스미레가 유일하다. 어린 나이로 주목을 받아왔고, 프로 3년째로 들면서 실력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사진제공=일본기원).
스미레 2단, 올해 18승2패로 90% 승률
더 많은 강자 만나기 위해 도쿄로 이사
한국에서 바둑을 배워서, 일본 최연소로 입단해서, 그리고 현재 일본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어려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프로기사가 있다.
나카무라 스미레 2단이다. 2009년 3월생. 지난달에 12번째 생일을 보냈다. 일본기원이 2019년에 신설한 '영재특별채용추천기사' 1호로 입단했다. 만 10살에 프로가 되어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12살 소녀기사이다.
▲ 2017년 초부터 2018년 12월까지 한국의 한종진 바둑도장에서 공부하면서 어린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바 있고 한국기원 연구생리그에도 출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말에 테스트를 통과하고 5학년 시작과 함께 프로 면장을 받은 스미레는 지난 4월 중학생이 됐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는 그동안 살았던 오사카를 떠나 가족과 함께 도쿄로 옮겼다. 소속도 관서총본부에서 도쿄 본원으로 이적했다. 더 많은 강자들과의 대결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앳된 용모, 어린 나이 때문에 더 관심을 받아왔던 스미레는 어느덧 실력으로도 화제를 몰고 다닌다. 프로 3년차로 들어선 올해 괄목상대하다.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 여류본인방전 본선에서 타이틀 획득 경력을 가진 요시하라 유카리 6단을 꺾고 16강으로 나아갔다.
12일에는 센코배 예선 결승을 이기면서 올 들어 3번째, 입단 후 8번째 본선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몽백합배 와일드카드 포함). 센코배는 2년 연속 본선이다.
▲ 스미레 2단의 대국은 항상 주목을 받는다. 타이틀 획득 경험자이면서 팬층이 두터운 요시하라 유카리 6단과의 여류본인방전 본선 대국에는 취재진이 몰려들었다(일본기원 유튜브 화면).
14일에는 관서기원의 23세 하라 마사카즈 3단에게 6집반승을 거두고 제46기 기성전 퍼스트 토너먼트 예선(FT) 결승에 올랐다(아버지 나카무라 신야 9단은 FT 8강에서 패했다).
일본 최대기전인 기성전은 S, A, B, C의 4단계 리그제로 FT를 통과하면 C리그에 진입한다. 각 리그 구성은 S가 6명, A가 8명, B가 16명, C가 32명. 여자기사로는 지금까지 스즈키 아유미 7단, 우에노 아사미 4단, 셰이민 6단이 C리그에 출전한 바 있다.
15일 열린 십단전 예선에서는 사카구치 류조 9단과의 61살차 대결을 승리하며 중학생이 된 후 5연승과 함께 최근 7연승을 이어갔다(비공식 포함 10연승 중).
▲ 손길 닿는 곳마다 '최연소'를 작성한다. 최연소 입단(10세), 최연소 본선 승리(11세 7개월), 최연소 2단(12세). 일본 내에서의 기록들이다.
대부분이 예선 대국이지만 프로 통산 56승26패(본선은 2승5패)로 68.3%의 승률. 10연승과 7연승이 들어가 있는 올해는 18승2패로 90% 승률을 기록 중이다(2019년 17승7패, 2020년 21승17패).
10대 여자기사 8명이 참가한 비공식 대회(센코컵 사이드 이벤트로 열린 틴에이저 토너먼트)에서는 막내로 우승을 차지, 프로 첫 상금(50만엔)도 획득했다. 이사와 중학교 진학 등으로 환경이 크게 바뀌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공격일변도의 전투바둑에서 수비까지를 고려하면서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중학생 도전자, 나아가 중학생 타이틀 홀더가 나올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 2006년생 동갑내기 유망주인 정유진 초단(왼쪽)과 중국의 우이밍 3단. 나카무라 스미레 2단보다 세 살 위다.
상대를 쏘아붙이는 '레이저 눈빛'으로도 유명한 스미레는 승부 근성도 강하다. 또래에게 지는 것을 몹시 싫어할 나이긴 하지만 상대가 강자이든 선배이든 지고 나면 입을 꾹 다문다. 표정도 퉁명스럽다. 분함이 배어 있는 침묵이다.
한국 바둑팬들에게 관심사는 또래와의 대결이다. 스미레와 비슷한 나이대로는 국내 최연소 프로기사인 2007년생 김은지 2단과 2006년생 정유진 초단이 있다. 중국에는 2006년생 우이밍 3단이 유망주로 꼽힌다.
향후 세계여자바둑계의 지도를 그려갈 이들의 그림이 기대된다. 우이밍은 2019년 12월에 오청원배 와일드카드가 걸린 대결에서 스미레를 꺾은 바 있고, 정유진은 그 우이밍을 2020년 12월의 녜웨이핑배에서 꺾은 바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새내기들의 앞으로가 궁금하다.
▲ 지난 5일 열린 명인전 예선에서 나카무라 스미레 2단(백)은 공배까지를 다 메운 국면에서 상대(오카다 유미코 6단)가 '착수 패스'를 하자 계가 대신 수를 내러 가서 역전승을 거뒀다. 어느 곳에 어떤 수였을까.
▲ 스미레 2단이 둔 수는 백1. 이것으로 수가 났다. 백3을 본 오카다 6단이 놀라면서 돌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 윗그림에 이어 흑1로 받으면 백2로 먹여쳐서 빅.
▲ 거슬러 올라가 흑2로 몰면 백3, 패로 받는다. 실전에서 패스하지 않고 가일수를 했으면 흑이 7집반승. 한수를 보강해도 이기는 넉넉한 차이였지만 수가 없는 곳으로 판단한 오카다 6단으로서는 가일수가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 현재 여류입규배 8강과 여류본인방전 16강에 올라 도전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선수권전인 센코배의 16강에 진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