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금광호 박두진문학길 2
20.5.22
청록뜰에서 시작하여 혜산정을 거쳐 데크길을 따라 수석정까지의 트래킹코스를 지나면
이제는 차를 타고 다니며 감상을 하는 드라니브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맨처음 차를 댄 곳은 집필실 쉼터. 몇 백년을 살아온 엄청나게 큰 두 그루의 고목나무가
굳게 지키고 서있는 곳으로 주차비도 받지않는 넓은 주차장도 있다. 차를 대고 뜰 안으로 들어가니
'박두진 시인의 대표작인 '해야 솟아라'를 필두로 한 여러 개의 시비가 나그네를 반겨 맞는다.
여기서 여러 편의 시와 미술작품들을 심오한 마음으로 감상하다 보면 이제는 슬슬 배가 고파온다.
차를 몰아 조금만 움지이면 길가에 줄줄이 식당들이다.간판들을 보니 묵밥집이 제일 많다.
안성이 묵밥의 고장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중에 눈에 띈 것이 '기와집'이란 식당이다.
내가 제일 즐겨 먹는 '게장'을 한다는 간판이 붙어있어서이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다시 차를 몰아 가니 이번엔 '청학대미술관'이란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레스또랑과 커피샾도 하면서 미술관도 같이 하는 재미있는 집인 것 같다.
게다가 뜻밖에 재미있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내용인즉슨
"고맙습니다, /소방서 관계자와 경찰서 관계자 집배원여러분/
커피무료/ 편안히 오셔서 드시거나 테이크아웃해 드립니다.
지나가시다가 들려 주세요" 촌객을 웃게 만드는
재미있는 안내문이다.
집필실 쉼터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너머 산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너머서 밤새도록 둠을 살라먹고,/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칙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보리라.""
'청산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짓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오고 바람도 안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 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 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아,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놀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흥흥흥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고향'
'꽃'
'묘지송'
북망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무덤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설던 죽음 죽었으매 이내 안스럽고/ 인제 무덤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맷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하늘'
두 그루 큰 고목이 호위무사라도 되는 양
이곳 집필실쉼터를 굳게 지키고 서 있다.
청학대미술관
" 커피 무료. 소방서관계자 경찰서관계자 집배원여러분
편안히 오셔서 드시거나 테이크아웃해 드립니다 지나가시다가 들려주세요"
없는 정도 생기게하는 따스하고 구수한 커피맛 같은 안내문이다.
묵밥과 간장게장 정식을 맛있게 해 주는
문학길의 맛집 '기와집'
박두진문학길을 다 돌아보고 집으로 가는 길
'금광마을' 입구의 조형물이 잠시 걸음을 멈추게한다.
금광호수 박두진문학길의
오늘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