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TV를 보다 기사를 접했습니다.
기사를 보면서 기자들이 과연 결핵보균자가 조리사로 일하는게 의학적으로 안되는 걸 아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 일을 하면서 여러 기자들을 만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 지식은 넓고 얕습니다. 대부분의 기사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는 수준이죠.
법적으로 발병기간 중 업무종사가 제한되는 질병은 제1군전염병(콜레라,페스트,장티푸스,파라티푸스,세균성이질,장출혈성대장성감염증)과 결핵, 한센병, 성병뿐입니다.(성병의 범주가 좀 모호하기는 합니다. 세상에 성관계를 가졌을 때 전염안되는 전염병은 거의 없으니까요.)
[전염병예방법시행규칙]
제17조 (업무종사의 일시적 제한대상<개정 2000.10.5>) 법 제3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발병기간동안 업무에 종사할 수 없는 전염병환자는 제1군전염병환자등과 제3군전염병환자중 결핵환자·한센병환자 및 성병환자로 하고, 이들 전염병환자가 발병기간동안 종사할 수 없는 업종은 다음 각호와 같다.<개정 1999.8.28, 2000.10.5>
1. 식품위생법 제21조제1항제3호의 규정에 의한 식품접객업
2. 의료업
3. 교육기관·흥행장·사업장 기타 다수인이 집합하는 장소에서 직접 공중과의 접촉이 빈번하여 전염병의 전파가 우려된다고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하는 직업
결핵이 여기 들어가기는 하는데요. 시행규칙에는 분명히 '발병기간'중인 '결핵환자'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결핵환자와 결핵보균자가 같은 거이냐? 역시 법에 나와 있습니다.
[전염병예방법]
제2조(정의)
②"전염병환자"라 함은 전염병의 병원체가 인체내에 침입하여 증상을 나타내는 자로서 제4조제2항의 진단기준에 의한 의사의 진단 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관의 실험실 검사를 통하여 확인된 자를 말한다.
③"전염병의사환자"(이하 "의사환자"라 한다)라 함은 전염병병원체가 인체내에 침입한 것으로 의심이 되나 제4조제2항의 진단기준에 의한 의사의 진단 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관의 실험실 검사를 통하여 확인되기 전 단계의 자를 말한다.
④"전염병병원체보유자"(이하 "병원체보유자"라 한다)라 함은 임상적인 증상은 없으나 전염병병원체를 보유하고 있는 자를 말한다.
조리사에 대한 규정이 나와 있는 식품위생법은 어떻게 나와있을까요?
[식품위생법]
38조 (결격사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조리사 또는 영양사의 면허를 받을 수 없다.<개정 1991.12.14, 1995.12.29, 2000.1.12>
1. 정신질환자
2. 전염병환자
3. 마약 기타 약물중독자
4. 조리사 또는 영양사 면허의 취소처분을 받고 그 취소된 날부터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역시 식품위생법에도 병원체보유자가 아니라 전염병환자가 조리사로 일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기사에 나온 대로 조리사로 일한 사람들이 '전염병병원체보유자'라면 이들이 조리사로 일하는 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이 법이 그냥 만들어졌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결핵은 치료를 시작하면 1-2주만에 전염력이 사라집니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의 전염문제는 자신이나 타인이 결핵환자라는 걸 알게된 사람들은 별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결핵균에 감염되어있는지 모르는. 그래서 치료와 관리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전염병예방법은 국내외 전염병학자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결핵보균자가 조리사로 일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지 기사가 나가려면 먼저 전염병학자들의 의건을 묻는 게 순서였을 것입니다.
최근 전염병과 관련한 또 다른 기사가 있었죠. 에이즈감염자의 혈액이 분획제제로 쓰였다는 기사였습니다.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이라도 불활처리된 것은 감염위험이 없다는 게 국내 대부분 혈액학자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문제는 기사에서 이런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때 나온 서른여개의 기사를 모두 찾아봤는데 문제제기한 국회의원(의학지시식이 없는 분입니다. 영문과출신이죠), 보건복지부, 식약청 관계자 인터뷰와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의 대표분 인터뷰는 있지만 미생물학자나 혈액학자의 인터뷰를 실은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당사자라 신빙성이 떨어지는걸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취재였습니다. 몇몇 신문은 사설에도 실었는데 말이죠....
첫댓글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헐크님이 글을 올려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