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바람이 힘겨루기를 하게 됐습니다.
서로 자신이 가장 세다고 다투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다툼을 보다못한 신이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너희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해서
이기는 쪽이 센 것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
둘은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
신이 심판을 봐주기로 했습니다.
"내기의 방식은 이렇도다.
내가 지목한 누군가를 대상으로 그 자의 옷을 벗기는 쪽이
승자가 되는 것이다. 모두들 동의하느냐?"
서로 자신있다고 판단한 해와 바람은 신의 규칙에 동의했습니다.
신이 가리켰습니다.
"그럼~ 저 사람으로 하자꾸나."
신이 가리킨 사람은 가난한 나그네였습니다.
바람이 먼저 나섰습니다.
"내가 저 자의 옷을 한 방에 날려버릴테다!"
바람은 호흡을 가다듬고 나그네를 향해 몰아쳤습니다.
나그네는 갑작스런 바람에 당황했습니다.
"아니, 갑자기 웬 바람이야?"
그는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외투를 꺼내 걸쳤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바람은 크게 당황했습니다.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바람은
더욱 세찬 호흡으로 몰아쳤습니다.
"이래도 안 날라갈꺼야?"
그러나 바람이 세찰수록 나그네는 외투 끝을 부여잡고
더욱 움츠려들 뿐이었습니다.
결국 지친 바람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 더럽게 웃기는 놈이군. 해야, 네 차례다.
네가 한 번 해보렴."
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나그네 전면에 나타났습니다.
따사로운 햇빛으로 나그네를 감쌌습니다.
갑작스런 바람의 출현에 당황한 나그네는 이번에
또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이젠 또 해네?"
그는 꼭 움켜취었던 외투를 벗어 다시 가방 안에 넣었습니다.
해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더욱 세게 내리쬐었습니다.
나그네는 변덕스런 날씨를 불평하면서 이번엔 입고있던
셔츠도 벗어제꼈습니다.
누가봐도 명백한 해의 승리였습니다.
이 사실은 바람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졌다!"
해에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한 마디를 남기고
막 자리를 물러나려 했습니다.
그 때 심판으로 남아있던 신이 소리쳤습니다.
"잠깐만...!"
<원 이솝우화에서는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지요>
해와 바람은 갑작스런 신의 고함에 놀라 그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내기는 아직 끝난게 아니란다.
한 사람을 더 해야지!" 하며
신은 한 사람을 더 가리켰습니다.
신이 이번에 가리킨 사람은 대단한 부자였습니다.
첫 판에서 승리를 한 해가 이번엔 먼저 나섰습니다.
"저라고 별 수 있어?"
해는 부자를 향해 강렬하게 내리쬐었습니다.
부자 역시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당황했습니다.
"아니, 아직 이른데 왜이리 더워?"
부자는 금새 집안으로 들어가 에어콘을 켜대기 시작했습니다.
해는 당황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더욱 강렬히 내리쬐었지요.
그랬더니 부자양반...
에어콘을 더욱 세게 틀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얼마간 에어콘을 틀어대니 방안에 냉기가 감돌았습니다.
몸이 추워진 부자양반...
갑자기 장롱 속에서 긴 팔 남방을 꺼내오더니
그 옷을 입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해는 물론이고 바람까지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자, 이번엔 해가 실패를 했다. 이젠 바람차례다."
신이 선언했습니다.
먼젓 번의 패배를 의식해서인 지 바람은
다소 자신없는 표정으로 나와 부자를 향해 불어댔습니다.
부자는 불평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덥더니 이젠 또 추워지네?"
얼마간을 견디던 부자는 결국 히터를 틀어대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더욱 세차게 몰아쳤습니다.
부자는 히터를 더욱 세게 틀었지요.
역시 얼마간 틀어대자 방안 공기가 훈훈해지고
부자는 더위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까 껴입었던 긴 팔 남방은 물론이고 러닝셔츠까지 벗어던진 채
불쑥 나온 배를 드러내며 방안을 싸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바람의 승리라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신은 미소지으며 선언했습니다.
" 자! 이제 공평하게 심판하마.
둘간의 승부는 무승부다!"
.
.
.
해가 다소 불만스런 표정으로 신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똑같은 현상인데 어찌 저리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묻진 않았지만 바람도 내심 궁금하여 귀를 쫑긋거리며
신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신이 입을 뗐습니다.
"같은 현상이라도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는 법이지.
그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더냐~? 허허..."
그러나, 신의 웃음소리에는 무언가 허탈함이 담겨 있었지요.
해와 바람은...
사실은 무슨 뜻인 지 몰랐지만,
서로 아는 체 하느라고 신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고 합니다.
... ... ... ...
잘 난 사람 잘난대로 살고, 못 난 사람 못난대로 사~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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