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예초기 작업 2일次
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초열흘날
오늘은 가을 절기의 마지막이며
24절기 중 열여덟 번째 드는 상강(霜降)이다.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이 시기에는
밤과 낮의 일교차가 꽤 크고 농가에서는 농사를
마무리하느라 바쁜철이다. 우리 고장 봉평에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었으며, 이미
영하의 기온에 첫눈이 내리고 첫얼음도 얼었다.
절기보다 더 먼저 앞서가는 산골이라고 할까?
허나 상강날인 오늘 아침은 오후에 비소식 있어
그런지 영상 4도에 서리는 내리지 않았다.
이제 슬슬 겨울채비 모드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중요 순위로 본다면 그 첫 번째가 장작준비이며
김장 담그기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으뜸이다.
옛부터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겨우내 먹을 양식,
추위를 이겨낼 땔감 그리고 겨우내 먹을 김장을
겨울채비의 중요한 세 가지로 꼽았다. 요즘이야
언제 어디서나 계절에 상관없이 구할 수 있지만
그 옛날에는 추워지기전에 미리 마련을 해야했던
것이다. 아내와 결혼,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81년
이후 10년 가까이 이맘때면 쌀을 잔뜩 사다놓고,
겨우내 땔 연탄도 2~3백장 들여놓고, 김장도 꽤
많이 담갔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김장은 모두들
상당히 많은 양을 담갔던 것 같다. 웬만한 집들은
100포기, 200포기는 예사였던 시절이었으니...
그건 그렇고 어제 영주 막내네에서 햅쌀 20kg이
왔고, 땔감용 장작은 이미 지난 년초에 장만했고,
오는 주말 김장을 하면 산골의 겨울채비는 끝난다.
겨울채비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주변을 정리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촌부이다. 그래서
전날부터 예초기를 짊어지고 단지 곳곳을 누빈다.
이 일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닌
내가 보기에 너저분하고 지저분하면 남들 보기에
주인이 게으르고 깔큼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금껏 영업을 하든않든 한해도
거른 적 없이 이맘때는 마른 꽃대자르기와 심지도
않은 야생초는 물론 크고작은 잡목을 정리해 왔다.
어제 아침 식전에는 앞마당, 아랫쪽의 머위밭과
집옆 시냇가의 마른 꽃대를 낫으로 정리를 했다.
아내가 밥때가 되면 들어와야지 뭘 그렇게 일에
미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일만 하느냐고 했다.
그 일이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며 성화였다.
할말이 없어 조용히 들어와 밥을 먹으며 말했다.
"아따야~ 아침부터 일했더니 밥맛 좋네!"라고...
오전에는 예초기를 짊어지고 카페 뒷쪽 축대에
너저분하게 자란 잡목과 꽃대를 자르고 난 다음
대형 전지가위로 마무리했다. 두릅나무가 다칠
까봐 이리저리 피해 잡목을 베어야 하고 축대는
바위돌을 피해서 해야하는 작업이라 꽤 힘드는
작업이다. 추위까지 느껴지는 이 계절에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했다. 다음은 카페 옆쪽에
제멋대로 자라 너저분하게 보이는 고광나무의
가지를 전지가위로 정리를 했다. 우리고장에서는
이 나무를 오이나무라고 하며 초봄에는 새순을
따서 나물로 먹는다. 하얀꽃이 아주 예쁘게 핀다.
일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 제천의 김교수 부부가
오는 줄도 몰랐는데 다가와 김교수께서 하는 말,
"수고많습니다. 집주변은 주인이 하기 나름이고
조경수는 사람 손이 가야 제대로 자라고 보기도
좋지요. 커피 한잔하며 쉬어다가 하시죠?" 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자연스러운 것도 좋긴 하지만
사람 손이 가야 보기에는 더 좋으니까 말이다.
특히 카페주변은 둘째네가 운영을 재개한 이후
손님들께 좋은 모습, 멋진 풍광을 보여줘야해서
더 신경이 쓰인다.
이틀 연짝 예초기 작업, 전지가위질, 낫질을 하여
힘이 들어 오후에는 한 시간 가랑 낮잠에 빠졌다.
늦은 오후 또다시 내려가 예초기를 또 짊어졌다.
이번에는 진입로 옆쪽의 화단을 정리하기로 했다.
야생화 씨앗을 뿌리기도 하고 옮겨심기도 했지만
오히려 저절로 나고 자라는 야생초가 더 많으며,
이곳 또한 우리가 심지도 않은 잡목이 엄청나다.
칼날 장착한 예초기로 사정없이 자르고 베었지만
분명 봄이면 또 자라나게 될 것이다. 어쩌겠는가?
녀석들도 자연의 일원으로 태어나 자라는 것을...
이렇게 예초기 작업 2일次는 잘 마무리를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두 번은 더 예초기를 짊어져야
하지않을까 싶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벌써 겨울 채비를 하시는군요
오늘도 건강 잘 챙기시며 행복한 하루 만드세요
여긴 벌써 첫눈이 내렸고 첫얼음이 얼었지요. 그러니 겨울채비를 하게 됩니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