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 그놈이다."
결혼할 상대를 고를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봐도 결국 다 똑같더라"
스스로 결혼하고 싶은 상대에 대한 기준 없이 이런 이야기를 무턱대고 믿는다.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생각 해야하는 것들을 놓치고 결혼한다.
예를 들어 아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때 "한국 사람은 맞아야 말을 잘 듣는다" 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여자도 일정부분 공감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아이가 부부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행복한 순간들. 하지만 마냥 좋은 순간만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말을 하면서 부모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하며 궁굼한 것들이 많아진 아이들의 질문에 정성을 다해 답변해줘야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성장한다. 이제 전처럼 말하면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유를 붇기 시작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말을 안듣고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점점 짜증이나기 시작하고 일 때문에 지치고 피곤한 날이면 조용한 곳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하지만 아빠 역할의 시계는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
피곤이라는 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때 아이는 어김없이 궁금한것이 많고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고있다.
욱해서 소리치는 것도 나쁘지만 손찌검을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람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생각해보기 시작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이가 아빠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며 불안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빠가 하는 행동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닌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성장하는 아이에게 아주 부정적인 영향이다. 행동을 할때 위험한지, 궁금한 것을 물어볼때 상대가 답해줄 수 있는 상태인 것인지 모르는 아이는 "배워야 한다" 가르쳐주면 된다. 그런데 아이가 아직 몰라서 그렇다는 것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 무턱대고 화, 짜증만내는 것이다. 좋지 않은 것임을 깨닫고나서 개선 시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것처럼 쉽지 않다.
축구 지도자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실수를 하고 배워가야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정말 터무니없는 패스, 드리블, 슈팅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럴때마다 사례에 나온 아버지처럼 화를 습관적으로 내고 손지검을 하게 된다면 훈련, 경기장에서 감독, 코치님의 눈치를 보는 횟수가 플레이 중 '주위 살피기' 를 하는 것보다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유, 청소년 시절 수 없이 많은 실수 경험을 통해 다듬어진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성공 경험을 전하며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연령대와 상관없이 실수를 줄이고 성공 횟수를 높이면 그만큼 눈에 띄는 선수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런데 거듭 강조하듯이 아직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
축구는 의식의 영역이지만 무의식의 영역에 가까운 스포츠다.
경기를 할때 나타나는 수많은 동작, 행동들은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 의식하고 행동할 수 없는 속도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서로 의식하며 축구를 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있다면 취미, 조기 축구다. 생각하고 뭔가 시도해볼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축구를 배우고 있는 선수들, 프로, 국가대표들의 경기는 그렇지 않다. 상대편 골대와 20m 정도 거리에서 실수가 나타나고 3~5초도 안되는 시간동안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팀 골대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의식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공을 빼앗기고 나서 감당해야할 무게는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선수들이 도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전해줘야하고 실수를 했을때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도자 역시 경험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분명 쉽지 않겠지만 지도자와 선수가 아닌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선수의 잠재력은 지도자가 이끌어줄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 공만 잡으면 어디를 줘야하는지 보이지 않았고 움직이면서 공을 달라고 시도할 수가 없었다. 다리가 벌벌 떨리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가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팀에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위축되는 시간을 보냈다. 당시 중학교 시절 유급을 했기 때문에 나이는 18세 였지만 17세 선수들과 경기, 훈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거기에 플레이를 할때 작은 실수들이 쌓이고 또 쌓이다보니 가지고 있는 기량을 100% 발휘 해봤다는 생각과 온전히 경기에 집중해서 플레이를 시작하고 끝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날씨에 팀 훈련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수석코치님과 함께 손님이 한분 걸어오셨다. 훈련을 잠시 중단하고 인사를 드리러 단체로 이동했다. 울산현대, 상주상무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하다가 이적시장 기간동안 함께 훈련을 하면서 몸을 준비시키려고 왔다고 인사를 해주셨고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11년이 지난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축구는 자신감이다"
소속된 팀의 코치님은 아니였지만 누구보다 자상하고 따뜻하게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줬고 훈련 중에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나타났을때 무턱대고 짜증,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차분하게 설명해주며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따로 불러서 왜 그런건지 이유를 물었고 차분하게 설명을 듣고나서 다시 집중해서 훈련에 임해보자며 응원을 전해주셨다. 팀 선수들 중에 코치님을 싫어하는 선수는 없었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덕분에 팀 전체적인 퍼포먼스도 올라갔고 리그에서 내용도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축구는 자신감이라는 말에 큰 용기를 얻었고 그 날 이후부터 주문을 외우듯이 속삭였다. 속삭임이 내안에 자리잡혀가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실수 후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경기장 안에서 시야가 넓어졌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축구를 하면서 가장 자신감 넘치던 때라고 느낀다.
코치님은 준비를 잘했던 덕분에 다시 복귀할 수 있었고 그렇게 팀을 떠났다. 이상하게 팀을 떠남과 동시에 팀의 퍼포먼스는 떨어졌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있게 플레이를 했을때 실수가 나타나더라도 좋은 시도였다며 하이파이브를 건네주던 코치님, 전에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실수를 용기를 가지고 시도해서 극복했을때 진심으로 다가와 더웠지만 뜨거운 포옹을 해주던 코치님, 열심히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꼭 더 큰 무대에서 만나는 날이 있을거라며 환하게 웃으며 떠났다.
코치님이 떠남과 동시에 자신감도 같이 따라 떠나버린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어린 선수들일수록 외부 환경에 자신의 경기력에 기복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축구를 그만두고 대학교에서 공부를 할때 알게되면서 고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과 코치님이 떠올랐다. 사실이었구나.
현재 코치님은 프로무대에서 지도자생활을 하시면서 제 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역시는 역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삶을 멋지게 만들어가고 있는 코치님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절대 그놈이 그놈이 아니다. 어떤 지도자를 만나는가에 따라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기도하며 지도자가 무섭기만해서 하락세를 만나기도 한다. 하락세를 경험하게 만드는 지도자와 함께하고 있다면 상황을 현실적으로 생각하면서 지금 해줄 수 있는 도움을 찾아 시도해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경험하고 있는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만나고 싶지 않은 끝을 만나게 될지 그 끝은 예상 할 수 있거나 혹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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