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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제자유구역청이 지역 핵심전략산업 분야 유망기업을 발굴·육성해 울산 이전과 정착을 유도하는 ‘2026년 대중소 상생투자 기반체계(플랫폼) 운영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미래이동수단(모빌리티), 미래화학신소재, 수소·저탄소 에너지 등 울산의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지역 대기업과 연계해 성장 사다리를 놓겠다는 구상이다. 산업도시 울산이 ‘유치’에서 ‘정착’으로, ‘지원’에서 ‘생태계’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지역 산업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불러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업이 남아 뿌리내렸느냐’로 판가름 난다. 특히 첨단산업 분야는 기술개발 속도가 빠르고 시장 변동성도 커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유망기업은 자금난, 판로 부족, 인증과 평가 장벽, 대기업과의 연결 부재 등 여러 장벽 앞에서 성장 동력을 잃기 쉽다. 울산경자청의 상생투자 플랫폼이 갖는 강점은 바로 이 지점, 즉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현장형 성장 지원’을 대기업 전문가 네트워크와 연결해 제공한다는 데 있다.
울산경자청은 공모를 통해 유망기업을 선발하고 지역 대기업 현장 전문가를 투입해 기술·경영 자문을 제공한다. 동시에 사업화 자금 지원, 신용·기술평가 기반 보증서 제공, 1대1 기술지도, 비대면 컨설팅, 전시회 참가 지원, 시연회(데모데이) 개최를 통한 투자 연계까지 성장 단계별로 촘촘하게 돕고 있다. 단순한 ‘지원금 사업’이 아니라 기술과 시장을 함께 열어주는 실전형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성과도 확인된다. 울산경자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41개 기업을 선정·지원했고, 이 가운데 3개 기업이 울산에 신규 법인을 설립했으며 1개 기업은 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특히 지난해 선정 기업 중 5곳이 지역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개발이나 제품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가시적인 결과를 냈다. 유망기업에게는 실증 기회와 첫 납품 계약이 성장의 결정적 분기점이 되곤 한다는 점에서, ‘대기업 연계형 성장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울산경자청이 2026년에는 선정 기업 수를 10곳으로 확대하고, 울산시 ‘인공지능(AI) 수도’ 정책 기조에 맞춰 핵심 전략산업에 AI 기술을 접목한 기업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힌 것도 방향성이 뚜렷하다. 제조업 기반이 두터운 울산에서 AI는 선택이 아니라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모빌리티·에너지·소재 산업에 AI가 결합하면 공정 최적화, 품질 고도화, 안전관리, 예지정비 등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유망기업을 AI 기반 기술 기업으로 확장해 육성하는 전략은 울산의 산업 구조 전환과도 맞물린다.
다만 이 사업이 더욱 큰 성과로 이어지려면 ‘숫자 확대’보다 ‘정착률 제고’에 초점을 맞춘 고도화가 필요하다. 첫째, 선정 기업이 실제로 울산에 연구거점이나 생산거점을 마련하도록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 법인 설립과 이전은 기업 입장에선 인력 확보, 주거·교육 여건, 협력사 네트워크 등 종합 조건이 맞아야 가능한 결정이다. 단순 지원을 넘어 입주 공간, 실증 인프라, 지역 인재 매칭, 정주 지원까지 연계하는 ‘원스톱 패키지’가 필요하다.
둘째, 대기업 연계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 기술자문과 컨설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공동개발·실증·납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젝트 기반 협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의 현장 수요와 유망기업의 기술 역량이 맞물릴 때 비로소 시장에서 통하는 성과가 나온다. 셋째, 투자 연계를 ‘행사’가 아니라 ‘성과’로 관리해야 한다. 데모데이와 전시회 참가가 실질적 후속 투자, 계약 성사로 연결되도록 후속 관리 체계와 평가 지표도 필요하다.
울산은 지금 산업의 무게중심이 바뀌는 전환기에 서 있다. 대기업 중심의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산업을 이끌 스타트업과 성장기업을 얼마나 키우고 붙잡느냐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한다. 울산경자청의 상생투자 플랫폼은 ‘기업을 키우는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이 남는 도시’를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유망기업이 울산에서 성장하고, 울산이 그 기업들과 함께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선순환이 자리 잡을 때, 이번 사업의 성과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