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미술관
작은곰자리 68
시빌 들라크루아 저자(글) · 이세진 번역
책읽는곰 · 2023년 08월 25일
창문을 열고 날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즐겨 보아요
아이는 여름 방학을 맞아 할머니 집에서 일곱 밤을 보냅니다. 아이가 할머니 집에서 가장 기다리는 것은 바로 낮잠 시간입니다. 낮잠 시간에 덧창을 열면, 놀라운 풍경이 펼쳐지거든요. 월요일에는 안개가 자욱한 바위산 위에서 아이의 토끼 인형이 아이를 돌아봅니다. 화요일에는 큰비가 올 것 같은 냄새가 나고, 정원은 밀림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수요일에는 창밖에 축제가 한창인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이 펼쳐집니다. 얼른 축제를 함께 즐기고 싶어 가면을 찾는데… 우체부 아저씨가 누른 초인종 소리에 그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지요. 아이는 아쉬움을 가득 안고 내일 낮잠 시간을 기다립니다. 창밖의 미술관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테니까요.
일상의 풍경을 근사한 명화로 바꿔 주는 책
《창밖은 미술관》은 아이가 덧창을 열고 새로운 풍경과 만나는 순간을 반복적으로 보여 주며, 어린이들을 명화 속으로 초대합니다. 창틀을 액자 삼아 펼쳐지는 풍경은 멀게만 느껴지던 명화를 어린이 가까이 데려다 놓습니다. 그리고 그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한껏 즐길 수 있게 해 주지요. 각 장면의 소재로 쓰인 명화를 몰라도, 화가를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즐기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나아가 주변의 풍경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일요일, 주인공은 차창 밖으로 해가 저무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러다 할머니와 파란 덧창이 있는 방이 그리워 눈을 감았다가 뜨자, 〈별이 빛나는 밤〉이 아이를 맞아 줍니다. 이제는 할머니 집의 파란 덧창을 여닫지 않아도 일상 속 풍경을 근사한 명화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창’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화가들이 눈에 담았던 풍경이 명화가 되었듯, 마음의 덧창을 열고 바라보면 무심히 보아 넘기던 일상의 풍경도 멋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어린이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도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와 함께 알아가는 미술 이야기
《창밖은 미술관》은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시빌 들라크루아는 그림책이 지닌 ‘여백의 힘’을 믿는 작가답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장면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명화를 통해 작가가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들을 어린이가 직접 상상해 보게 만들지요. 그리고 다음에는 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호기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합니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창밖 풍경 속에 숨겨진 주인공의 토끼 장난감과 고양이 샤갈을 찾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덧창이 열린 뒤 펼쳐지는 풍경을 보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지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어른들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재기발랄한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르니까요.
《창밖은 미술관》은 우리에게 친숙한 명화와 조금은 생소한 명화를 두루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책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부터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피터르 브뤼헐 2세의 〈마을 잔치〉까지 작가에게 영감을 준 다양한 작품을 책 속으로 가져와 창밖 풍경을 바라보듯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주지요. 한여름의 백일몽 같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명화는 미술관에 걸린 그것과는 달리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어찌 보면 책 자체가 명화가 낯선 어린이도, 명화 설명이 어려운 양육자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미술관인 셈이지요. 나만의 이야기를 더해 가며 즐길 수 있는 작은 미술관, 그곳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 궁금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