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14) - 전화위복이기 바라는 바이든의 후보사퇴
어제는 한 해 중 가장 무덥다는 대서(大暑), 이를 기리듯 여름 한 철 목소리를 높이는 매미 한 마리가 창문에 붙어 꿈쩍하지 않으며 한 밤을 보낸다. 저처럼 느긋이 무더위를 견디라는 듯. 혹서기간 맞아 초중학교는 물론 성인교육도 방학 철, 잠시 휴식하며 체력을 다지자.
대서에 즈음하여 창문에 달라붙은 매미
달포 전 미국의 차기 대통령후보들 간의 토론 장면을 TV로 지켜보다가 바이든 대통령의 표정과 어조가 눈에 띠게 쇠약하고 어눌하게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후 트럼프 후보의 총격피습과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 재감염소식이 잇따르자 그의 대선후보 사퇴 가능성을 나름 예견하면서 그 후속대응에 깊은 관심이 쏠렸다. 그와 가족들의 후보사퇴에 대한 단호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나의 예측은 사퇴가능 쪽, 그러다가 주말 사이 갑작스런 후보 사퇴뉴스를 접하니 착잡한 느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지난달 말 첫 TV 토론 이후 건강 문제로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을 받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이 21일(현지시각) 11월 대선을 100여 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 대체 후보로 지지했다.
최첨단지식사회의 초강대국 지도자는 강인한 체력과 냉철한 지략의 소유자여야 할 텐데 80을 훌쩍 넘긴 바이든이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음은 명약관화한 사실, 그럼에도 누구나 놓치기 싫어하는 권력의 속성과 이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한 바이든의 용기와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4년 전 박빙의 차이로 이긴 그의 당선에 즈음하여 적은 소회는 이렇다.
‘지난 3일 치러진 미국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도날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인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내년 1월 20일에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될 조 바이든 당선인은 숱한 역경과 시련을 딛고 78세의 최고령으로 미국대통령에 취임하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1972년에 29세의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본격적인 정치인의 여정을 시작하자마자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2015년엔 정치적 후계자인 큰아들마저 뇌종양으로 떠나보낸 그의 인생역정은 범상치 않은 파노라마, 새롭게 열리는 바이든 시대가 극심한 분열상을 보인 미국과 파국으로 치닫는 국제정세를 제 자리로 돌려놓는 기폭제가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상황을 지켜보다가 바이든의 당선을 전하는 뉴스를 접하며 아내에게 건넨 말, 80세 가까운 나이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40여년의 은둔을 끝내고 80세에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히브리족속을 이끌고 광야를 건넌 모세를 떠올린다. 바이든의 승리 선언 연설 핵심 메시지는 단합과 치유, 그는 미국이 전 세계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며 힘이 아닌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부디 첫 여성부통령 당선자 카멀라 해리스와 더불어 새로운 리더십으로 혼란의 미국과 갈등의 세계를 옥죄는 매듭을 풀라.’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지난 4년 간 국제사회는 더 큰 이념상의 갈등과 전쟁의 위험에 빠져들었고 경제적 불확실성과 기후위기 등 불안요인이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고령리스크에 현명하게 대처한 바이든의 후보사퇴가 위험사회로 치닫는 국내외정세와 세계평화에 새로운 질서와 리더십을 창출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면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