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나온 세월이 태풍이 부는듯 머릿속을 휘감고 지나가네요. 삶이 누구나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그 누구나가 다 같은 처지는 아니겠지요. 계속 너무나 감정이 복받쳐 올라 늦었음에도 몇자 끄적여 봅니다. 저는 홍성에 사는 평범한 30대 후반의 기혼여성입니다.
지방에서 태어났지만 가정형편은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쪼들리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아빠가 하시던 일이 잘 안되기 시작하면서 그랬던것 같아요. 그래도 항상 긍정적이고 열심히 사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저 역시 힘을 내서 살아왔습니다. 특별히 욕심내지 않으면서 살다보니 제 처지를 원망하기 이전에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항상 먼저였습니다.
어느덧 혼기가 차서 이해심 많고 저를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한지도 벌써 몇 해가 지났네요.그렇지만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신랑과 제가 신체적으로 다른 문제가 있는것도 아닙니다. 현재 집안의 여건상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을 뒷바라지 하는게 우선이거든요
얼마전 저희 아빠가 폐암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누구보다 힘이 되고 든든했던 아빠가요... 그 후 바로 몇달뒤 폐암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편찮으신 몸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지내고 계십니다... 자식된 입장에 넉넉치도 않지만 행여 천금이 있다고 해도 이미 늦어버린 상황에 불효하는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그런 아빠 옆에서 해드릴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제 모습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엄마는 저보다 더 많이 힘들고 속상하셨을테죠. 아빠는 그런 상태에서도 다시 일어서 보이겠다며 일주일에 몇번은 조금씩 걷기 운동을 하셨어요. 굴곡은 있었지만 가장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셨던 분이라 편찮으신 뒤로 생계활동을 못하고 하시니 식구들에게 짐이 되는 상황이 몸이 아픈것 만큼이나 마음도 불편하셨던가봐요.
두달전 그러니까 걷기 운동을 시작하시던 그 즈음에 아빠가 컴퓨터로 어디 사이트를 등록하려고 했는데 뭘 잘못 누른건지 잘 안된다며 저보고 대신 해달라고 하셨는데 그곳이 로또리치였어요.컴퓨터로 뉴스를 보시다가 로또리치 1등당첨자들 내용을 보고 가입하려고 하셨던것 같아요. 제 이름으로 가입해서 매주 핸드폰으로 오는 번호를 종이에 적어서 아빠한테 드렸어요.,
이후에 잠깐씩 운동삼아 나가시는 길에 로또도 구입해서 오시더라구요.. 그렇게 아프면서도 늘 집안걱정을 하시고 이제 가족을 위해서 몸이 불편한 당신이 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다라고 생각하셨대요... 아빠의 그런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아빠가 가여웠어요. 그래도 그때는 그나마 행복했던거에요... 2주전부터 몸이 더욱 안좋아지셔서 이제는 혼자서 거동도 힘들어지셨거든요. 엄마와 제가 평일에 교대로 아빠 곁을 지키고 주말에는 신랑도 돕겠다며 나서고는 있지만 가족이 아빠를 위해 해드릴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것 같아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약도 잘 듣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짐작할수도 없는 고통에 힘겨워하다가 쓰러진듯 주무시는 아빠 얼굴보다가 문득 몇일.. 아니 어쩌면 내일.. 아빠가 곁에 안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지는듯 하여 아빠 얼굴 끌어안고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모릅니다...
8월30일 그러니깐 지난 금요일날 아빠가 저를 부르시더니 이번주에도 핸드폰으로 번호왔냐고 물어보셔서 받았다고 하니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천원짜리하고 100원짜리 동전 한웅큼을 주면서 이걸로 로또좀 사달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괜찮다고 내돈으로 사오겠다고 잠깐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러는 아빠의 마음을 알기에 아빠가 주신 잔돈을 주머니에 넣고 로또를 사러 가는데 또 왜 그렇게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나는지...
당첨 같은건 생각 못해봤고요 그냥 아빠 마음이 편하신대로 해드리자 그 생각만 했는데.. 토요일 저녁에 로또리치 직원이라며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주 로또를 구입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아빠가 부탁하셨던 로또가 생각이 나서 바로 꺼내서 직원분하고 로또 번호를 확인했는데 하나씩 불러주는 번호가 다 있다고 하니 세상에 이번주 로또 1등이라고 합니다!!
로또 종이를 직접 손에 들고 보면서도 믿을수가 없더라구요... 그렇게 한참동안 멍했습니다. 정신차리고 다시 직원분과 통화를 하면서 말씀을 나누니 이게 꿈이 아닌거라는건 알겠더라고요. 현실감이 들면서 제일 먼저 아빠! 아빠가 생각났고 또 서러움에 복받쳐서 엉엉 울었어요. 27억원이 생겼지만 아빠를 살릴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허망하더라고요 아빠가 건강해질수만 있다면 이 돈을 내일 다 써도 아깝지 않을것 같습니다..
1등 당첨사실을 엄마도 알고 계시지만 아빠한테는 조심스러워서 아직 말씀 못드렸어요. 얼마나 기뻐하실지 생각하면 빨리 말씀드리고 싶은데, 좋은 일이지만 충격을 받으실까봐 저도 그렇고 엄마도 걱정된다고 하세요. 그래도 로또의 시작도 그 주인도 아빠이기에 나중에 그나마 컨디션이 좋으신 때에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엄마는 비록 아빠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투병중에 있지만 남은 시간동안 가족끼리 더 좋은데도 가고 더 아름다운 풍경도 보고 더 맛있는것도 먹으면서 아빠 가시기전 편안하게 모시라고 하늘이 이 크신 선물을 주셨나보다 생각하자고 말씀하셨어요. 또 가족을 향한 아빠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 같다고요..
여러분, 로또도 돈도 좋지만 그래도 건강이 가장 소중하다고 저는 믿거든요... 건강해서 무엇을 하면서 사느냐가 더 중요? 모두 건강하시고 건강한 상태에서 로또1등 행운도 꼭 쟁취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오산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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