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의 법궁’인 경복궁과 이웃한 서촌은 여전히 옛 모습들이 남아있다. 덕분에 누구나 조선 시대로 떠나보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오늘은 내가 조선의 왕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곤룡포를 입고, 궁중 별식을 먹고, 사직단 제단과 황학정 국궁장까지 조선 국왕의 행차를 따라가 보자.
여행코스 : 조선 왕실 체험
청와대 – (910m, 14분) - 왕 의상체험(경복궁역 4번 출구 주변) - (675m, 10분) - 경복궁 근정전 - (289m, 5분) – 경복궁 생과방 체험 - (1.1km, 24분) - 국립고궁박물관 - (743m, 20분) - 사직단 - (514m, 9분) - 황학정
※ 이동거리 및 소요시간 도보 기준
곤룡포 입고 익선관 쓰기, 한복대여점
조선 시대 국왕이 기침하면 제일 먼저 의관부터 갖추었다. 조선의 국왕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옷을 입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평소 업무를 볼 때 입는 곤룡포이다. 곤룡포는 가슴과 등, 양어깨에 용무늬를 금실로 수놓은 둥근 천을 덧붙인 옷이다. 보통 붉은 색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푸른 색 곤룡포도 입었다. 여기에 익선관(두 개의 날개가 뿔처럼 솟은 모자)을 쓰고, 옥대(옥으로 장식한 허리띠)를 차고, 목화(관복에 신던 가죽신)를 신으면 조선 국왕의 일상 업무복이 완성된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 앞 사직로 일대에는 곤룡포를 포함한 여러 가지 한복을 빌려주는 한복대여점들이 성업 중이다. 업소마다 다양한 한복들을 준비해 놓았는데, 곤룡포와 익선관, 목화뿐 아니라 왕이 사냥이나 능행할 때 입는 융복까지 갖춘 곳도 있다. 왕비가 평소 입는 정복 대여와 거기에 맞춘 헤어 스타일링도 가능하다.
주소 :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 앞 사직로 일대
이용 시간 : 09:00~19:00(업소마다 상이)
이용 금액 : 한복 종류에 따라 2시간 기준 1~3만 원대, 액세서리 3,000원~5,000원, 헤어스타일링 5,000원~1만 5,000원 (업소마다 상이)
만조백관에게 조례 받기, 경복궁 근정전
곤룡포를 입었으니, 이제 궁궐로 향해 볼까? 첫 번째 목적지는 경복궁 의 정전(중심 건물)인 근정전이다. 근정전은 궁궐의 중요 행사가 열리던 장소다. 신하들이 국왕께 조례(아침 인사)를 드리는 조회 또한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조회는 대다수 신하들이 참여하는 조참과 소수의 고위 관리들이 참여하는 상참으로 나뉜다. 보통 한 달에 4번 정도 열리는 조참은 근정전에서, 거의 매일 열리는 상참은 왕의 업무 공간인 사정전에서 이루어졌다. 조참이 열릴 때는 새벽 같이 입궐한 신하들이 자신의 벼슬에 맞는 품계석에 서서 국왕께 사배례(4번 절하는 의식)을 올리고 어명을 받았다.
근정전 월대(중요 건물 앞의 넓은 기단) 위에 서면 품계석이 줄지어 선 조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 시대 국왕이 보던 풍경도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궁궐을 제대로 보는 방법 중 하나는 왕의 시점으로 둘러보는 것이다. 근정전 월대도 왕의 시점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근정전 안에는 화려한 단청 아래 국왕의 옥좌가 보인다. 가끔 근정전 내부를 개방하는 특별관람도 실시되는데, 경복궁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61
문의 : 02~3700~3900
관람시간 : 11~2월 09:00~17:00, 3~5월/9~10월 09:00~18:00, 6~8월 09:00~18:30, 화요일 휴궁
입장료 : 만25~64세 3,000원, 만24세 이하/만65세 이상 무료
홈페이지 : https://www.royalpalace.go.kr
조선 국왕의 별식 맛보기, 경복궁 생과방 체험
생과방 전경 (사진 제공 : 한국문화재재단)
조회 뒤에 주강(아침 공부)까지 마친 국왕은 조수라(아침 식사)를 들었다. 왕의 수라상은 근정전 인근의 궁궐 부엌 소주방에서 만들었다. 궁궐에는 수많은 이들이 머물렀기 때문에 부엌도 여럿이었는데, 그중 소주방의 규모가 가장 컸다. 소주방은 왕과 왕비의 식사를 만드는 내소주방과 궁중 잔치를 준비하는 외소주방, 후식과 별식을 마련하는 생과방 등으로 나뉘었다. 생과방은 궁궐 안살림을 담당하는 6처소 중 한 곳으로 ‘생물방’, ‘생것방’으로 불렸다.
생과방 체험프로그램 (사진제공 : 한국문화재재단)
생과방 (사진제공 : 한국문화재재단)
일제에 의해 철거된 후 2015년에야 복원된 소주방에서는 매년 상반기(4~6월)과 하반기(9~11월)에 걸쳐 ‘생과방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기서는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실제 조선 국왕이 즐기던 궁중병과와 궁중약차를 맛볼 수 있다. 아홉 가지 한약재로 만든 떡인 ‘구선왕도고’를 비롯해 약과와 호두정과, 매작과 등 궁중병과와 함께 강계다음과 삼귤다, 감국다, 제호차 등 생소한 이름의 궁중약차도 제공된다. 구체적인 메뉴와 진행 방식은 시즌마다 조금씩 달라지니, 자세한 내용은 한국문화재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61
문의 : 1522-2295
이용시간 : 4~6월/9~11월 10:00~16:40
홈페이지 : https://www.chf.or.kr/chf 조선 왕실의 살림살이를 한눈에, 국립고궁박물관
생과방에서 체험한 왕실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경복궁 안에 자리 잡은 국립고궁박물관 을 둘러봐야 한다. 이곳에선 국왕의 옥좌에서 궁궐 지붕의 잡석, 왕의 전용 변기인 매화틀에 이르기까지 왕실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지하1층에서 2층에 이르는 전시실에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부터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어차까지 조선 국왕과 관련된 유물이 한가득이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2층이다. 여기서 시작하는 관람루트는 1층과 지하 1층으로 이어진다. 전시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발길 닿는 대로 가도 중요 전시물들을 놓칠 염려가 없다. 2층의 안내데스크에서 안내 팸플릿을 챙기고, 바로 옆 ‘조선의 국왕실’부터 관람을 시작해 7개의 전시실을 차례로 돌아보면 된다. 전시실마다 수준 높은 조선 왕실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들이 가득하니, 충분히 시간을 갖고 둘러보는 것이 좋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12
문의 : 02-3701-7500
관람 시간 : 10:00~18:00(수, 토요일은 10:00~21:00), 1월 1일, 명절 당일 휴관
입장료 : 무료
홈페이지 : https://www.gogung.go.kr/gogung/main/main.do
국왕이 제사하는 국가의 상징, 사직단
조선 국왕은 구중궁궐 안에 머물렀지만, 때로는 궐 밖으로 행차를 했다. 가장 대표적인 행차는 종묘나 사직에 제사를 지내러 가는 것이었다. 유교 왕국 조선에서 종묘와 사직은 국가 그 자체였다. 종묘는 역대 국왕들의 신위를 모신 사당을, 사직은 토지 신과 곡식 신을 가리킨다. “전하, 종묘사직을 보존하옵소서~!”라는 대사가 사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까닭이다.
경복궁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사직단이 있다. 사직단은 사직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다. 따라서 사직단의 중심에는 건물이 아니라 텅 빈 제단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직단(社稷壇)’이란 글자가 선명한 정문을 지나면 야트막한 담장 사방에 홍살문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 또 하나의 담장이 있고, 거기도 역시 사방에 홍살문을 두었다. 왕릉에도 하나만 세우는 홍살문이 8개라니, 이곳이 얼마나 신성한 장소인가를 알 수 있다. 곤룡포를 입고 제단 옆에 서면 나라와 백성을 위해 절을 올렸던 옛날 임금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을 듯하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89
문의 : 02-739-7205
관람 시간 : 상시, 연중무휴
입장료 : 무료
고종 황제가 세운 활터, 황학정
활쏘기는 조선 선비들의 필수 교양이자 왕실의 가전 무예였다. 일찍이 태조 이성계는 멀리 떨어진 적장의 투구 끝을 명중시킬 정도로 활솜씨가 뛰어났다. 태조의 뒤를 이은 왕들도 활솜씨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신하들의 활쏘기를 구경하는 것도 즐겼다. 때로는 신하들과 함께 활을 쏘는 ‘대사례’를 열기도 했다.
황학정은 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가 세운 활터에 자리 잡은 정자다. ‘황학정’이란 고종이 황제가 입는 황색 곤룡포를 입고 활을 쏘는 모습이 마치 황금색 학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원래는 경희궁 안에 있었는데, 일제가 경희궁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이후 일제는 전국의 활터를 폐쇄했지만, 다행히 황학터는 살아남아 우리나라 전통 국궁의 명맥을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 황학정 앞 국궁장은 회원 전용이지만, 이웃한 국궁전시장 체험 활터에서는 일반인도 매주 금요일(10:00~14:00)과 매달 마지막 토요일(10:00~12:00)에 국궁 체험을 할 수 있다. 국궁 체험은 전화 예약과 현장 신청 모두 가능하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산1번지
문의 : 황학정 02-738-5785 국궁전시장 02-722-1600
관람 시간 : 상시, 연중무휴 (국궁전시장은 10:00~17:00, 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휴관)
입장료 : 무료
홈페이지 : https://hwanghakjeong.org
여행정보
대중교통 정보
- [지하철]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시작
주변 식당 및 카페
- 토속촌삼계탕 : 삼계탕, 통닭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길 5 / 02-737-7444
- 대복집 : 등심구이, 된장찌개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37-9 / 02-736-8029
- 다래국수 : 멸치국수, 해물파전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길 12 / 02-720-2029
- 통의동국빈관 : 한우 갈비, 육회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길 17-4 / 02-722-3833
- 빚짜 이땔리방앗간 경복궁본점 : 피자, 파스타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13 / 02-722-1832
- 내자땅콩 : 땅콩 센베이, 생강 센베이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11 / 02-730-7239
- 놋그릇가지런히 : 전통차, 팥빙수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3길 3 / 02-736-6262
- 폴키 : 아메리카노, 아인슈페너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길 6 / 02-722-0855
- 커피한잔 : 아메리카노, 비엔나 커피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길 16-1 / 02-722-7022
- 통인커피공방 인스피레이션 : 아메리카노, 메이플 라떼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01 / 02-733-9808
※ 위 정보는 2023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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