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송(姜顯松·59) 화진화장품 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화진빌딩에 들어서는 순간 `건물도 화장을 하는 구나'라고 느꼈다.
강남에서도 잘나간다는 건물 숲에 자리잡은 화진빌딩은 누가 봐도 화장품 회사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설계되고 내부도 여자 속살처럼 화사해 이 건물의 주인 성품도 엿볼 수 있었다.
12개 회사를 거느리고 화장품 업계의 판도를 바꿔 놓은 스타급 최고 경영자(CEO)로 부상한 강회장을 만나는 순간 그는 타고난 강한 근성과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을 갖춘 `시장 경제의 승부사'임을 알 수 있었다.
강원도 홍청군 두촌면 천현리 산골에서 태어난 그가 어떻게 화장품 업계를 주름잡게 된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궁금했다.
“일복을 돈복으로 바꾼 거지요”
강회장의 대답은 의외로 명쾌했다.
강회장은 17세때 고향을 떠나 죽자 살자식으로 일만 했다고 한다. 하루 24시간을 일에 파묻혀 있다보면 잡생각을 할 겨룰도 없고 돈 쓸 시간도 없고 자연히 돈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여성 일복 전개운동'에 나섰다. 그가 왜 이 일에 매달리는지 그 이유는 뭘까.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이 OECD 회원국 평균이 83%인데 우리나라는 48%에 그치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 실업률 증가, 신용불량자 양산 등 경제가 벼량끝으로 가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 2만불 시대를 열려면 여성들의 의식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즉, 제3의 국민의식개혁 운동으로 `여성 일복 전개운동'을 펼치고자 해요”
강회장은 여성 일복 운동을 설명하면서 `한국이 살길은 이 것이다'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목청을 높였다. 다소 수줍어하던 그가 이 대목에서는 자세를 가다듬고 자신의 철학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갔다.
그는 최근 비지니스에도 심혈을 쏟지만 `여성 일복 전개운동'으로 한국사회의 여성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신념에 차 있다.
-여성 일 복(福) 전개 운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행복한 삶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정부에서 2만불 시대를 열기 위해 애를 쓰는데 이를 앞당길려면 여성들이 일을 해야 합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능력도 많은데 자녀들 뒷바라지에 분주하고 남편의 정해진 월급에 불평만 하는 주부들이 많습니다. 이를 확 바꾸자는 것이지요. 특히 종전에는 조금만 있어도 부자라고 생각하고, 먹고 살 정도를 부자라고 착각에 빠져 부인들이 놀고 지내는 경우 허다했지요.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여성들도 일을 해야 합니다. 이제는 여성들이 나서 일을 복으로 바꿔야 할때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까.
“여성 일복 전개운동 본부를 설립해서 기업과 대학 정부기관이 연계해서 실업 여성들을 교육시키고 실습과 현장 경험 등을 쌓도록 해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사회참여를 높여 나갈 작정입니다. 언론과도 공동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새마을 운동처럼 전 국민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전개해 나갈 구상입니다. 이는 여성들이 일을 복으로 받아들여 행복한 가정, 함께 잘 살수 있는 터전을 만들자는 모토에서 출발합니다”
-일복을 강조하시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일 복은 곧 돈 복입니다. 돈이란 일을 사랑하고 즐길때만 들어오게 되어 있어요. 가만히 있는데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복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요. 따라서 일복이 있는데 일을 안하면 편하지만 그 만큼 복이 나가버리지요. 그러므로 일복이 많은 것을 원망하지 말고 일을 즐기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으면 돈 복이 들어오게 되어 있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일을 복이라 생각하고 즐기라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성공의 비법을 공개해 주실 수 있는지요.
“성공하려면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 능력은 바로 잠재의식, 즉 개인의 정신에 있어요. 그러므로 의식전환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지요. 못사는 사람들은 팔자도 더럽고 복도 없다고 대부분 생각합니다. 잘 살려면 우선 이같은 의식과 습관을 바꿔야 성공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일을 하면서 앞·옆·뒤를 자꾸 본다는 것은 일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공에 미쳐 속도를 붙이면 곧바로 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화장품 업계에 뛰어든 특별한 인연을 갖고 계세요.
“처음에는 화장품에 관심이 없었는데 1982년 건강식품 대리점을 할때 아는 사람이 모 화장품회사에서 만든 여성전용 세정제 1박스(50개)를 팔아 보라고 해서 1주일만에 다 팔았지요. 그랬더니 남들이 한달동안 팔 것을 다 팔았다면서 회사측에서 사업을 권유해 시작했어요. 1988년에는 사무실을 세곳이나 쓰고 사원도 105명으로 늘어났으나 화장품 회사에서 할인코너에 물건을 50% 할인해서 주는 바람에 대리점 사업이 타격을 입었어요. 본사에 수차례 할인판매 중지를 요구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아 그 회사를 그만 뒀어요. 그후에 하청업자를 구해 화장품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화진 화장품'이 탄생한 결정적 계기지요.”
-IMF때 부도로 고생을 많이 하셨죠.
“한번이라도 고생이라고 느껴 본적이 없어요. 지나간 것을 잊어버리고 앞날을 생각해야지요. 집도 경매에 잡히고 200억 정도 부채도 지고 했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깐 고생스럽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먹구름은 시원한 소나기를 몰고 오고 소나기는 눈부신 태양과 아름다운 무지개를 선사하지 않습니까. 이처럼 역경이란 더 나은 발전을 몰고 오는 `보너스'인 것이지요. 장애물을 많이 넘은 사람일 수록 더 빨리 성공하는 법입니다.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상황을 극복할때 진정한 승자가 되지요.”
-향토인재 육성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으시죠.
“강원대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이는 타협과 좌절을 모르고 달려온 것이 대한 격려라고 봐요. 또 지역사회에 기여해 달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요즘 강원대에 나가 강의도 합니다. 후진들을 위해 강원대에 발전기금 5억원을 약정하고 2억원을 기탁했어요. 대학이 이를 갖고 단하학술재단을 창립해 인재육성에 나서 기뻐요. 고향 두촌면에도 연간 500만원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기금을 만들려고 합니다. 돈 없어 공부 못하는 후진들이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저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강의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는데요.
“강의제목이 `직업 선택'인데 200여명이 수강해요. 현실적인 문제와 이론을 겸비해서 그런지 학생들이 상당히 재미있어 해요. 학생들이 질문도 많이 하고 직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나가는 것 같아요. 후진들이 저의 강의를 듣고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직업을 많이 가진 분으로 유명해졌는데 몇 가지에 종사했는지요.
“18살부터 세상에 나와 일을 했는데 화진화장품을 본격 시작한 38세까지 모두 40가지를 했어요. 채소장사 막노동 사진사 택시기사 도자기 행상 등 안해 본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어른들 말씀에 `가난은 임금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이 있지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습성을 바꾸고 부친이 물려준 삶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사실 직업을 많이 바꾸고 찾아 나녔지요. 습성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주위에서 도와줘도 소용이 없어요. 부지런하고 일에 심취하는 습성을 저 나름대로 키운 거지요. 특히 중요한 것은 부친으로부터 교육받은 원칙에 어긋나면 관두고 했어요. 이 원칙은 사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를 지키려는 소박한 마음입니다. 근데 세상은 그렇지 못해 서글픕니다”
-중앙 무대에서 강원도 사람들이 홀대를 받는데 이를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요.
“강원도 사람들은 뛰어 다니지 않아요. 세일즈 마인드가 부족한 거지요. 좀 더 적극성을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강원도가 소외론을 제기하기 보다는 이제는 적극적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할때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강원도가 소외된 것 같지만 사실 소외된 것이 아니예요. 강원도는 무궁무진한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잘 될 것입니다”
-평소 갖고 계신 좌우명을 소개해 주시지요.
“바른 정신입니다. 진실 성실 봉사 정신을 갖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사명을 두고 있어요. 이는 곧 불행에서 벗어나고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지요”
세간에 화제를 뿌린 그의 자서전 `머슴이 될래, 주인이 될래'에서 강회장은 “어느 곳에 있든지 무슨일을 하든지, 진정 성공을 원한다면 `머슴이 아닌 주인'으로 생각하고 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그의 정신이자 철학이다.
첫댓글 내촌중학교 출신은 아니시지만 이웃 두촌의 같은 홍천 고향 선배님의 대담기사이기에 옮겼습니다...좋은 내용같아서요...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지난 연말 재경강원대학교 동문회에서 처음 뵈었는데 좋은 분이시더군요...
화진 회장님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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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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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분들이 본받아야 할 일입니다
실행하면 국가와 사회 가정 운명이 바뀌겠습니다
넘 좋은 기사이기에 일부 옳겨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