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제자, 주님의 사도”
교황청 소식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어제 교황님의 주일 강론과 삼종기도후의 강론주제가 신선했습니다. “우리 모두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움직이는,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하자”는 주일 강론 주제 였고, “믿음과 희망을 지니고 예수님께 향하자”라는 삼종기도후 강론 주제였습니다.
두 강론 모두 눈먼 거지 바르테매오가 주님을 만나 눈이 열리고 이어 주님을 따르게 된 내용을 깊이 다뤘던 강론입니다. 예수님을 만남으로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를 찾는 바르티매오였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중심은 예수님이요 우리는 모두 제자임을 확인시키는 강론이었습니다.
오늘은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입니다. 크게 알려진바 없는 두 사도이지만 예외없이 순교로서 주님께 생명을 바친 사도들이고 예수님의 친척으로 추측하기도 하지만 확실치 않습니다. 오늘 열두 사도를 뽑으시는 복음에서 역시 두 사도 이름이 나옵니다. 배반자 유다와 구별하기 위해 유다 대신 타대오로 부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중대한 일에 앞서서 반드시 기도하셨습니다. 바로 이점을 우리는 주님께 배워야 합니다. 오늘도 주님은 제자들중 12사도를 뽑으시기에 앞서 밤을 새우며 산에서 기도하십니다.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로 성서 곳곳에서, 시나이산, 갈멜산, 타볼산, 시온산등 유명한 산이름이 나옵니다만 오늘 산이름은 알수 없습니다.
여기서 잠시 산에 관계된 일화를 소개합니다. 조선시대의 집 중 최고는 지리산 천왕봉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있는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뤘던 남명 조식의 산천재(山天齋)라 합니다. “산속에 하늘이 담긴 집”이라는 뜻의 산천재입니다. 그가 산천재에서 읊은 시도 일품입니다.
“덕산에 터를 잡고
봄 산 어디엔들 향기로운 풀 없겠냐만
하늘 가까운 천왕봉이 마음에 들어서
빈손으로 왔지만 먹을거리 걱정하랴?
십 리 은하 같은 물 먹고도 남으리”
새삼 불암산을 배경으로 불암산 기슭에 자리잡은 요셉수도원 역시 산천재라 불릴 수 있겠고 이 또한 거룩한 축복이다 싶습니다. 10월 한달 내내 계속 저를 행복하게 하는 ‘산앞에 서면’고백시입니다.
“산앞에
서면
당신앞에
서듯
행복하다”
예수님께 불림받은 12사도 공동체는 그대로 교회공동체를 가리킵니다. 12사도처럼 우리는 모두 교회공동체에 속해 있으며 주님의 제자이자 주님의 사도라 할 수 있습니다. 사도는 모두가 주님의 제자지만 모든 제자가 사도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러나 이제 우리 세례받은 교회의 신자들은 주님의 제자도 되고 주님의 사도도 됩니다. 안으로는 주님의 제자, 밖으로는 주님의 사도이자 선교사가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복된 신원입니다.
제자(disciple)의 어원은 라틴어 ‘배우다(discere; to learn)’입니다. 바로 배우는, 공부하는 제자들입니다. 하루이틀이 아니고 평생 배우고 공부하는 제자들입니다. 이런 면에서 평생배움과 공부를 제공하는 매일미사가 신자들의 평생교육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릅니다.
공부에서는 예나 이제나 동서방이 공통적입니다. 모두가 성인이 되는 공부, 군자가 되는 공부, 참사람이되는, 참제자가 되는, 바로 사람이 되는 평생 공부였습니다. 오늘의 실용적인 공부와는 그 차원이 다릅니다. 바로 이런 옛 공부전통을 고스란히 전수받고 있는 가톨릭교회입니다.
어제 “자신을 속이지 않는 공부, 공자부터 정약용까지 위대한 스승들의 공부법”이란 책을 감명깊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와 구별되는 것이 공부만 있고 기도와 선교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오늘 복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도로서 탄생한 공동체요 예수님 중심의 다양성의 일치 공동체입니다.
새삼 주님의 제자이자 주님의 사도인 우리의 일은 “기도, 공부, 선교”로 크게 셋으로 구분됨을 봅니다. 선교의 사도직에 앞서 제자로서의 기도와 공부가 본질적임을 배웁니다. 기도와 공부는 선교를 통해 완성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다시피 열두 제자이자 사도는 예수님과 함께 복음을 전하고 치유활동을 하면서 선교활동에 돌입합니다. 예수님과 사도들 중심의 거대한 교회공동체 모습입니다.
기도하고 공부하는 주님의 제자이자 주님의 사도인 우리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제1독서 에페소에서 교회가 무엇인지 배웁니다.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 하느님의 한가족으로서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바로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그 건물의 모퉁이돌이 됩니다. 이어 우리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교회 공동체는 살아 있는 유기적 역동적 공동체이자, 영원한 현재진행형으로 자라나는, 지어지는 성전임을 배웁니다. 바오로 사도가 잘 요약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교회 공동체임이 잘 드러납니다. 바로 이런 바오로의 교회론을 우리는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공부하고 확인합니다. 날마다 주님의 제자로서 기도하고 공부하는 미사시간이요, 이어 주님의 사도로서 선교하라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제자이자 사도인 우리들의 평생 일인 “기도하라, 공부하라, 선교하라” 셋을 다시 확인하는 미사시간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