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은 정월대보름
상삼리 마을에서 걸립굿을 치며 집집마다 마당밟기를 했고 그 덕에 점심시간 이후 해가 저물때까지 동네를 싸돌아 다녔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화풀이 술을 마시고 꿈나라로~
새벽4시에 일어났더니 비가 내리고 있다.
저쪽 중부지방은 눈이 내린다는데 이런날 그 먼 수원까지 이런몸을 해가지고 가는게 득이 있을까?
그런 고민중에도 말리 바람도 쐬어주고 챙겨놓은 옷가지를 입고 차를 몰며 월드컵경기장으로 가려는데 아뿔싸!
핸드폰을 놓고 왔다.
얼른 올라가서 챙겨 나왔는데 딱 그만큼 시간이 지체되어 약속시간에서 3분가량 늦게 되었다.
올라가는 길에 비가 계속해서 오락가락 한다.
정안 휴게소에서 안선생님이 싸온 찰밥을 먹으며 요기를 하고 안성휴게소에서 화장실 마무리.
차에서 내릴때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어 흡사 크리스마스 분위기인데 이런날 준비도 안된 마라톤대회를 뛰려니 마음은 자꾸만 무거워진다.
수원종합경기장은 내가 생각했던 월드컵경기장이 아니고 구도심에 있었다.
이 동네는 낯설기 그지 없고 주차를 고민하던 끝에 동네 소로에 어찌어찌 해결한 뒤 운동장까지 오가며 대회장 분위기도 살펴보고 물품보관용 비닐백도 얻어왔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예상보다 촉박해 정작 물품을 맡기고 보니 출발신호가 떨어진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하프의 경우는 1조와 2조로 나눠 출발 시켰는데 1조 끄트머리에 따라붙어 운동장을 빠져나가고 보니 사람들 물결에 휩쓸려 간신히 6분 페이스 정도를 유지할 수가 있다.
어차피 기록에 의미도 없고 오히려 전반에 관리가 잘 되면 후반에 고생을 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무리하게 앞지르려고 하지 않은채 대열을 유지한다.
무려 6Km 지점에 이르러서야 2시간30분 페이스메이커 무리를 넘어서고 그 한참 뒤엔 2시간 페이스메이커 무리를 앞지른다.
이렇게 페이스가 느린데도 몸이 편하진 않은데 참가자 수가 적은 대회였다면 초반 오버페이스가 걸려 엄청난 문제가 생길뻔 했다.
물풀보관용 비닐로 만든 우의를 후반까지 계속해서 입고 달렸지만 전혀 답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뿐인 목장갑을 양손에 번갈아 바꿔끼며 얼어붙는 몸을 달래느라 애를 썼다.
물에 젖은 도로는 때로는 물이 튀고 때론 미끄럽고... 예상했던 그대로
그나마 다행인것은 반환점에서 확인했던 시간이 있으니 전후의 비교가 확실히 되는데 후반이 최소 1분 남짓 빨랐으니 적어도 후반엔 5분페이스로는 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밀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최종기록은 57:28
참으로 어려운 대회 하나를 마쳤다.
그래도 대회를 마치고 나니 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무엇일까?
사람은 역시 얍싹한 존재.
전주에 돌아와 목욕을 하면서 쌓인 피로를 풀어준 뒤 송천동 농수산물센터 회집에서 제법 거나한 뒤풀이 그리고 당구 취권...집에서는 아쉬운 마음에 혼술로 정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