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춧가루를 빻았더니...
2023년 10월 25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열하룻날
모처럼 마치 봄날같은 가을날 아침을 맞이한다.
요며칠은 늦가을이라기 보다는 성큼 겨울이 온
듯했다. 첫눈에, 첫얼음에 연일 하얗게 서리가
내려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아침은 안개가
자욱하기는 하지만 공기가 꽤 상쾌하다. 춥다는
느낌은 없다. 기온이 영상 6도까지 올라갔으니...
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들이 많지만 그때그때
슬기롭게 대처를 해야함인데 그놈의 뿔뚝 성질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힌다. 지나고나면 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순간을 못참고서 혼자 끌탕을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나이를 헛먹었다. 아직도
수양이 덜 되어 한참 많이 모자란다. 반성하자!
예초기 작업 3일次,
큰밭가 그물망 너머 절개지 돼지감자를 비롯한
온갖 야생초 꽃대와 아카시아나무, 찔레덩굴과
같은 이름도 모르는 잡목들을 예초기로 잡았다.
돌로 두 줄의 석축을 쌓아놓은 비탈진 절개지며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으려고 그물망을 쳐놓아
작업하기가 만만찮다. 플라스틱 끈으로 장착한
예초기는 어림도 없어 칼날을 장작한 예초기로
작업을 하다보니 꽤 위험하다. 비탈져서 그렇고
나무를 피하려니 불편하고 그물망 손상 될까봐
조심스레 작업을 하려니 더 그렇다. 늘 예초기
작업을 할 땐 무척 긴장을 하게 된다. 평지에서
잔디나 풀을 깎는 건 일도 아니다. 촌부가 하는
예초기 작업은 그야말로 아주 악조건인 셈이다.
그래서 더 긴장하고,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곳 절개지는 가끔씩 큰 나무만 베어내면 된다.
굳이 꽃대며 잡목을 해마다 정리할 필요는 없다.
허나 지난해 늦가을 마을 아우가 절개지 윗쪽의
밑둥이 엄청 커다란 아름드리 아카시아나무 한
그루를 베어 절개지에 가로 눕혀놓았다. 눈으로
인해 미끄럽고 위험해 정리를 못했다. 그 나무의
가지를 자르고 토막을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이 주변을 정리해야만 한다. 그래서 예초기를
들이댄 것이다. 기왕 하는 김에 그물망 주변으로
작업을 늘렸던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어제 오후 아내와 함께 그간 말려놓은 건고추를
자동차에 한가득 싣고 읍내에 있는 방앗간으로
가서 고춧가루를 빻았다. 장골목에 있는 방앗간,
아주 자그마한 곳인데 외관이 너무 예쁘장하다.
평소에 장보러 다니며 떡이며 참기름을 샀기에
주인 아주머니와는 잘 아는 사이다. 방앗간 안에
잔뜩 놓여있는 건고추 부대가 있어 순서가 한참
뒤였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미리 전화를 했으니
먼저 빻아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아내에게 고추를
너무 잘 말렸다고 칭찬을 하셨다. 이제 건고추를
말리는 일은 마지막이라고 했더니 잘 생각했단다.
믿을만한 농가에서 사먹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하시며 우리처럼 파는 농사가 아니면 그 고생을
할 필요없다고 아내를 부추겼다. 솔직히 우리와
같은 자급자족의 소규모 고추농사는 이래저래
경비는 물론 몸고생을 하는 것에 비해 경제적인
농사는 아니다. 즐기면서 하자고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내년부터는 마을에서 사먹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찌되었거나 고춧가루 색깔이 기가 막히게 잘
나왔다. 주인 아주머니의 칭찬에 흐뭇한 미소로
답하는 아내의 빙그레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마지막이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자급자족의
목표는 초과 달성을 했다. 그동안의 고추농사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봄부터 지금껏 함께 수고한
아내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간 수고했소!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정말 고추 농사 잘 지으셨네요
수고하심의 결과가 좋아서 참 기쁘시겠어요.
오늘도 많이 웃는날 되세요
고추농사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고춧가루를 받으면 아우들이 엄청 좋아할겁니다. 나눔의 기쁨도 올해로 마지막이라 조금 아쉽긴 하네요.ㅎㅎ 감사합니다.^^
고추대를. 장작으로. ㅎㅎㅎㅎㅎ. 이번겨울은 개미가. 쌓아놓고. 맘껏 베창이에게. 적선하실듯. ㅎㅎㅎㅎㅎ
고추대는 이미 퇴비장으로 보냈습니다. 머잖아 아우들에게 나눔을 할겁니다. 올해로 고춧기루 나눔은 마지막이지요. 내년부터는 고추농사를 중단하려고 하거든요.
감사합니다.^^
고추농사의 보람과
기쁨을 함께 나누어
봅니다.
늘 생동감있는
모습에 덩달아
힘을 실으며
즐거움 가득하세요~~
농사를 지어 아우들과 나눔을 하여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 나이듦인지 힘이 들어 올해를 마지막으로 고추농사는 안 지을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