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486〉
■ 갈대 (신경림, 1936~)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1956년 월간 <문학예술> 발표, 1973년 시집 <농무> (월간문학사)
*11월 초순으로 접어든 늦가을의 요즘, 근교의 산과 들에 나가보면 부드럽고 솜털 같은 억새와 다소 거칠고 투박한 갈대가 무리를 지어 한껏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시기입니다. 특히 강가나 호숫가 등 물이 많은 습지에서는 군락을 이룬 갈대가 빼곡히 고개를 들고 스산한 바람에 우수수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아름다운 모습이 인상적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동네는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달래강의 지천인 요도천에 수많은 갈대가 가득 피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작년부터 하천 정비를 한 덕인지 어지러웠던 갈대숲이 올해는 단정하고 예쁜 모습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갈대에 관한 詩 작품 중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신경림 시인의 詩를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유명한 詩는 신경림 시인이 고향인 충주의 남한강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갈대를 소재로 하여 쓴 데뷔작으로,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거리는 소리를 울음으로 비유하고 갈대를 나약한 인간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보통은 여기에서의 갈대의 울음소리를 다소 철학적으로 해석하여,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고독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더군요. 어느 분은 좀 깊게 들어가 ‘인간 내면의 존재론적 고독과 비애에 대한 자각’이라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현학적인 해석을 덧붙이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우리의 느낌대로 풀어 보자면, 당시 20세의 풍부한 감성을 지닌 젊은이가 쓴 작품이라는 걸 생각해 볼 때 아마도, 늦가을 고독한 마음으로 남한강변에 서서 흔들리는 갈대를 보며 인생 역시 늘 흔들리고 슬퍼하면서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외쳤던 게 아닐까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