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왕의 편법
『장자』의 「전자방田子方」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의 주周나라 왕조를 일으킨 무왕武王의 아버지 문왕文王이 장臧이라는
곳으로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는 거기서 한 노인이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에게는 낚시질을 하고 있다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낚시대에 낚싯바늘도 달려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낚시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낚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마냥 고기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문왕은 그에게 나라 정치를
맡기려 했지만, 그러면 백성들이 하늘처럼 의지할 인물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문왕은 다음날 아침
가로家老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렇게 말했다.
"어젯밤에 나는 꿈에서 한 훌륭한 인물을 보았다.
얼굴빛은 검고 수염을 길게 길렀으며 한 쪽 발굽에 붉은 색이 감돌고
얼룩무늬가 있는 말을 타고 있었다. 그 인물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정치를 장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 노인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네.
그러면 틀림없이 백성들이 생활고에서 구제될 것일세" 라고.
그러자 가로들은 크게 놀라며 말했다.
"그것은 틀림없이 선대의 임금이십니다." 문왕이 말했다.
"그렇다면 한번 점을 보아 확인해 보자." 가로들이 말했다.
"선왕께서 내리신 명령인데 어찌 거역할 수 있게습니까?
점 따위를 볼 필요은 없을 것입니다."
이리하여 장에 살고 있는 노인을 맞아들여 정치의 실권을 맡기기고 했다.
그 노인은 종전의 법률을 바꾸지도 않았고 새로운 법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3년이 지나고 보니 일반 관리들은 당파를 없애고, 관청의 우두머리들은
개인적인 은혜를 베풀지 않게 되어 특권을 누리는 자가 없어졌다.
문왕은 그 노인을 대사大師로 모시고
스스로 제자의 예를 갖춰 내려 앉은 다음이 이렇게 물었다.
"이 정치를 온 천하에 퍼나가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그 노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그가 문왕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은 아침이었는데,
저녁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뒤 그의 종적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듣고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주나라 문왕은 아직 참다운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닙니까?
꿈이야기를 일부러 꾸며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공연한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문왕이라는 분은 최고의 경지에 오른 분이다. 그런 분에 대해서 이러쿵저렇쿵
비판할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 그 분은 그저 잠시 편법을 빌려 쓴 것뿐이다.
나의 선어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