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렌털(rental)의 시대에 살다 >
- 文霞 鄭永仁 -
흔히 하는 말로 이즈음 시대를 마누라 빼고는 다 빌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도 진짜 그 꼴이 되 가고 있다.
한국도 남편을 렌털(rental)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남편을 빌리는데 시간당 1만 5000원이나 2만 5000원 정도라면 한다. 시급(時給)이 그 정도이면 꽤 괜찮은 편이 아닌가 한다.
집사람에게
“여보, 내가 남편 렌털로 나가 용돈이나 벌어볼까?”
“꿈도 크슈! 제발 꿈 좀 깨시구려. 머리가 허옇게 다 된 늙은이를 누가 빌려간답딥까?”
머쓱해서 거울을 보니 과연 머리 헌연 초라한 노인이 내 앞에 서 있다.
그러니 남편 렌털감으로 한창 물 건너간 세월 속에 서 있나보다.
과연, 렌털 천국시대다. 자동차는 물론 웬만한 물건은 다 빌려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젠 그 영역도 넓혀져 애완견도 빌려준다고 한다. 거기다가 사람까지 렌털하는 시대가 왔다.
어찌 보면 돈이면 다 되는 자본주의의 극치다. 하기야 급식봉사를 대신해주는 역할이 도입된 지 오래다. 얼마 안 있으면 ‘아내’까지 렌털하는 시대가 불원간 닥치리라.
김석훈 교수는 ‘가족, 시간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까지 돈의 의존하는 앞으로 시민사회에 핵심 가치마저 돈으로 대체되는 기능시대가 오고 있다. 욕구와 현실의 괴리가 ‘렌털(rental)’로 푸는 발전 가능성이 크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마치 일회용 컵처럼 하전 쓰고 버리는 시대가 오고 있다.
오늘은 어떤 남편감을 렌털할까? 교수급, 박사급 전문 주례를 선정하듯이 말이다.
‘아, 무한대로 가는 가치 전도 시대가 온다.’
어찌 보면 우리 인생 자체도 모든 것을 잠시 빌려 쓰다가 돌려주고 떠나야 한다. 인생도 렌털이다. 자연·물·흙·생명 모두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가져갈 것이 없고 가져갈 수도 없다.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천주교에서 ‘재의 수요일’에 하는 기도다.
우리는 심지어 부모님 몸을 빌려 태어났으며, 불가에서는 전생(前生)을 빌려 이생을 우리는 산다는 것이다.
첫댓글 집이나, 기타 물건은 넘 소유에 연연치 않는 랜털이 바람직할 수도 있으나,
제발 사람만은 아니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