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 열렸던 K-리그 개막전. 팬들의 이목은 온통 서울과 수원의 대결에 집중됐었다. 박주영, 백지훈, 김동진 등의 태극전사들과 이적생 최용수, 김병지를 앞세운 서울. 그리고 지난해 거물급 선수를 대거 영입해 ‘레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수원. 두 팀의 개막전은 ‘영원한 라이벌’ 김병지와 이운재의 수문장 맞대결 등을 비롯해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결과는 한 골씩을 주고받은 양 팀의 1:1 무승부. ‘축구 천재’ 박주영은 개막전 골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그런데 그것은 결과만을 놓고 평가한 이야기. 사실 박주영은 경기 내내 수원의 한 수비수에게 막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후반 33분, 기록한 첫 득점도 박건하의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 골이었다.
그렇다면 축구 천재를 꽁꽁 묶어둔 그 수비수는 누구일까. 그것은 백전노장의 박건하도, 아직 부상에 허덕이고 있는 곽희주도, 크로아티아 대표 출신 마토도 아니었다. 185cm, 76kg의 당당한 체격. 빡빡 깎은 머리에 앳된 얼굴. 언뜻 보면 학생으로 착각할 만큼 동안을 지닌 선수. 그는 바로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이정수(27)였다.
지난 시즌 초반 김학철, 임중용과 인천의 수비라인을 구축. 7경기 무패행진을 주도한 그는 빠른 발과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이미 알만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거물급 수비수로 통하는 재목이다. 그는 몸싸움을 마다 않는 적극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함께 큰 키에도 불구하고 빠른 발과 순발력을 지녔다. 더불어 팀의 공격이 시원치 않을 때에는 공격 진영 깊숙이 침투. 우수한 공격능력을 선보인다.
수비수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춘 이정수는 사실 프로에 입단하기 전 미드필더와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었다. 강한 몸싸움과 날렵한 움직임, 그리고 정확한 패스는 공격수 시절 체득한 능력이다. 이천실고와 경희대를 거치며 U-19 대표팀에 공격수로 선발될 만큼 높이 평가 받았던 그는 2002년 안양LG(현 FC서울)에 입단했다. 그리고 2003년, 조광래 감독의 권유에 의해 수비로 보직을 변경한다. 이후 차츰 경기 출장수를 늘려간 그는 2004년 신생팀인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 2005년에는 부족한 경험을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극복하며 인천의 K-리그 돌풍을 주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입은 허벅지 부상이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던 그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게다가 이정수는 당시 7월 동아시아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도 선발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태극 마크를 달고 싶다는 집념 아래 대표팀 훈련을 강행했지만 부상의 심각성을 확인한 당시 대표팀 감독 본프레레는 그를 소속팀으로 돌려보냈다. 설상가상으로 당초 후기리그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그의 부상 공백은 길어져만 갔다.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지만 재활에 매진하던 이정수는 인천이 결승전에서 울산에게 총 6골이나 내주며 패하는 모습을 앉아서 지켜보아야만 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옛 말을 몸소 증명해 보이듯 이정수는 지난 개막전부터 대전원정에 이르기까지 4경기 동안 한층 업그레이드 된 활약을 펼쳐 보이고 있다. 개막전에서 박주영의 움직임을 완전 봉쇄한데 이어 지난 대전과의 경기에서는 슈바, 헤지스 등의 용병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활약으로 수원 무패 행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정수의 맹활약에 소속팀 차범근 감독은 물론 수비수 발굴이 시급한 대표팀의 코치진까지 매우 반기는 분위기이다. 수원 삼성에서는 곽희주의 부상 공백으로 스토퍼 자리를 메워줄 수비수가 필요했고 대표팀은 장신 수비수인 최진철의 노쇠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장신 수비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표팀 수비라인은 느린 발이 자주 지적되는데 본선에서 맞붙을 앙리와 아데바요르와 같이 빠르고 큰 공격수를 막을 재목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탁월한 신체조건과 빠른 스피드를 지닌 이정수는 대표팀에게 있어 분명 감초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범근 감독은 지난 서울전 이후 “이정수는 사실 1년 전부터 점 찍었던 수비수다. 이 정도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것.”이라며 그의 플레이에 만족감을 표시했고 “5~10명 정도의 새로운 선수를 발굴 할 것”이라고 공언한 홍명보 코치는 3월 26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해 대전과 수원의 경기를 지켜봤다. 언론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정수의 대표팀 승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 지금 정도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월드컵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 가지 아킬레스건은 존재한다. 이정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로서의 짧은 경험. 본인 스스로 “수비수는 경험이 50%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수비를 했다면 지금보다 더 잘했을 것 같다.”고 밝혔을 정도로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비경험은 그에게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 공격수로서의 습관이 남아있어 오버래핑을 즐겨 하고 수비 진영에서 상대 공격수를 제치려고 하는 위험한 모습을 종종 보인다.
아직 덜 길들여진 야생마 이정수. 코치로 변신한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코치는 과연 이 야생마를 길들여 월드컵 무대에 올려 세울까. 이정수의 잠재력 그리고 대표팀 코치진의 판단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정수 생년월일: 1980년 1월 8일 신체: 185cm, 76kg 포지션: 수비수(DF) 소속팀: 수원 삼성 블루윙즈
첫댓글 '이정수'선수 월드컵에서 봤으면 좋겠네요 ㅋ 최진철-이정수 수비라인도 괜찮은거 같은데 ㅋ 월드컵 끝나고 유럽 진출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