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요란스럽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곤한 잠이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나버렸습니다.
아~ 영남 알프스....
오래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은빛억새 출렁이는 그 곳 영남알프스에 다녀왔습니다.
* 출발지 : 2007년 11월 5일 오전 5시(목5동 성당)
* 코스 : 배내고개 - 배내봉 - 간월산 - 간월재 - 신불산 - 신불평원 - 영축산 - 통도사
* 참석인원 : 32명(목5동성당 산악회)
영남알프스란 경남 밀양,울주,양산에 걸쳐 1,000m높이의 7개 봉우리의 장대한산군으로
형성되어 있으며그 아름다움이 유럽의 알프스에 버금간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합니다.
그 일곱개의 산중에서 오늘은 출렁이는 억새풍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간월-신불-영축코스를 산행했네요.
나머지 4개 산은 박대장님이 다음에 일정을 잡으신다니 기다려야...
상큼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동이 트지 않은 5시에 목5동성당 앞에서 버스는 출발했고,
올림픽도로에 들어서면서 안전산행을 위한
성모님께 모두의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20여분을...
곧이어 언제나 수고하시는 박대장님의 오늘 산행안내와 코스 안전산행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중부고속도로를 들어서며 여명은 밝았고 날씨는 흐려있었지요.
모두가 설친 잠을 청했고 칠곡휴게소에 도착하여 부지런한 비비안나의 찰밥과 우동으로
조식을 해결했습니다.
버스에서 졸다보니 어느덧 배내고개 입구에 도착하여 우리 일행을 내려 놓았습니다.
꽃보다 잎이 아름다운 계절,
산은 사계절 모두 좋지만 현란한 단풍잎들이 사람들에게 손길을 고스란히
내어주는 가을을 좋아하지요.
10시 30분에 배내고개를 오르기 시작하여 그리 힘들이지 않고 한20분 오르다보니
어느덧 배내능선에 도착. 수천년의 풍상을 겪었으면서도 너그러운 자연은
산에 든 모든 이들에게 서늘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 그리고 이름모를 풀꽃들의
소박한 환영식을 끝으로 인간에게 벅찬 풍경을 보여줍니다.
계절이 무심한 줄 알았더니 꼭 그런것만은 아니네요....
온 산을 반짝이던 초록잎새들....이제 더는 반짝이지를 않네요.
능선에는 주목,잣,단풍나무,갈참나무,자작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내 앞에 무량한 표정으로 나의 마음속에 뿌옇게 번지는 온갖 상념들과
욕심 투성이들조차 넉넉한 웃음으로 끌어안아버리는...
숲속 나무들의 따뜻함이 고동치는 심장소리에 그저 뒷짐지고 하릴없이
끝없는 숲길을 걷는것밖엔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배내봉에 도착하여.....
배내봉에서 좌측 저멀리 황금들판과 언양시가지가 보이고,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본뒤 간월산을 향해 다시 길을 재촉한다.
단풍이 물든 가을 산행지,
나무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사람을 다독여준다.
오르면 오를수록 깊은 호흡을...
하루종일 걸어도 행복하지요.누구와 함께와도 좋은 산.
반대 북쪽의 높고 낮은 준령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우리가 남겨 놓은 가지산, 사자봉, 재약산, 운문산등이 멀리 보이고..
계절을 모르는 진달래,
정말 철부지 아닐까요??
간월봉으로 가는길..
햇살이 비춰지며 다가온 풍경들이 너무도 아름답고,
저 밑으로 보이는 작은산들 사이에 끼여있는 운무와
산을 타고 오르는 단풍의 물결, 길 옆으로 펼쳐진 갈색의 싸리나무와 떡갈나무무리,
불어오는 산들바람....
대자연의 품속으로 빨려들 수 밖에.
늘 수고하시는 대장님부부도 한 컷~ 처음으로 참석한 사모님이 한충 자리를 빛내시고
간월산 정상에 도착하니 바람이 심하다.
형형색색의 빛깔과 바위가 어울어진 끝없이 펼쳐진 능선을 보니,
가끔 화첩에서 보았던, 겸재 정선의 산수화가 떠올랐습니다.
그 장엄한 풍경을 마음에 담아 마음으로 토해냈던 그 감성은
자연을 사랑하고 경외하지 않으면
절대 완성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간월산에서 간월재로의 길은 지금껏 줄곳 오르막에서 처음 맞이하는 내리막길....
처음으로 보는 억새이기에 모두가 탄성을 자아낸다.
억새산행의 명소로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이 곳의 산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이정표도 잘 들어 있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고
어렵게 맞이한 점심시간은 2시...
설레이는 간월평원에서 자리를 펼쳤다.
각자 가져온 간식들을 꺼내놓고 모두가 냠~ 냠~
먹는것이 남는법이라나, 즐거운 시간
부러울게 없는 듯^^*....
내려다 보이는 간월재의 풍경이 마치 그림속의 한장면 같고.
간월산에서 간월재는 지척이다. 나무를 찾기 어려운 민둥산이지만 주병의 억새와 어울려 아름답네요.
간월재에 잘 쌓여진 돌탑
간월재에 모여 잠시 휴식을 갖고, 신불산 오르는 길이 제법 깔닥지다.
한 30분쯤 가쁜숨을 몰아쉬며간신히 오르는 계단길..
양쪽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신불평원의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이며 일상의 찌든
때가 다 날라가는 듯하고..
신불산 정상에 닿으니 허물어진 돌탑, 통신시설등 정상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어 안타깝다.
정상에 오르면 오를수록 단풍은 지고
앙상한 가지만 가을을 보내고..
건조한 바람은 가문가문 소리 죽여 초겨울어귀로 흘러드는데
잠시 묶어 두었던 이승의 고운 자태들을 사나운 바람결에 모두 풀어 놓아야 할지....
신불산은 신령님이 볼도를 닦는 산이라하여 붙여 졌고,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때 도와주는 산이란다.
산에는 산,바위,고개 모든 지명이
사연과 역사의 흔적이 있고
주위의 경관과 펼쳐지는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정상에 서서 앞을 보니 우리가 가야할 영축산이 미끈한 능선을 타고 펼쳐저 있다.
막상 오르면 가슴이 터질듯 하지만
바라보면 그 완만함이 단숨에 뛰어오를수 있을것만 같다.
그것이 산의 은밀한 유혹이기도 하지요.
신불재로 내려선 신불평원 그야말로 억새평원이다.
넓디넓은 말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신불평전.,
이땅의 수많은 산야중 어디에서 이같은 풍경을 볼 수 있겠는가?
이곳이 알프스다라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게되는 알프스!!
여기에 양과 목동만 있으면 알프스.....
많은 사람들의 영남알프스 사랑은 결코 지역주의의 허세가 아닌듯....
우리는 철이 조금 지나서 만났지만,
혹시
역광에 비늘처럼 퍼득이는 이파리와 빛이 부서지는 억새를 만날 수 있다면 행운이지요.
신불재에서 내려다본 청수골의 곱게 물든 단풍이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정상을 향해 본격적인 산행, 단풍숲을 즐기며 오르다 보니 세상의 욕심도 고민도 사라진다.
걸으면 걸을수록비경이 드러난다.
단풍은 기후의 변화로 식물의 잎속에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
녹색잎이 빨강,노랑,갈색등으로 변하는 것인데....
산은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은 헤아릴수 없이 많지요.
경치 보느라 힘든줄 모르고 어느새 5시간 고도 1,059m의 전망 좋은 영축산 정상.
영축산의 하산길은 잠시 내려서면 대피소가 나오고
숲으로 내려서는 너덜의 지름길을 택하셨고,
불보사찰 통도사를 품고 있는 산자락답게 숲의 모습이 울창하고 깨끗하네요.
산길을 내려오는 내내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서걱이는 그들의 마른 몸가지가
아픈 소리를 냅니다.....
산에서 기울어지는 해걸음은 얼마나 빠르던지,
오후 4시쯤만 되어도 벌써 산능선에 걸친 햇살의표정이 사뭇 심각하게 그늘져 다가옵니다.
너덜길을 거의 빠져나올즈음,
산길 한구석에 희끗이 간들거리는 흰색 왕고들빼기 꽃들을 발견했습니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표정이 그래도 곱게 다가오더군요.
어쩌면....
세상살이나 산(山)살이나 다를게 없는데
세상살이만 힘들다 하고 변명만 하는지 모릅니다.
항상 어깨에 무거운 숙제만 가득 짊어진 무거운 배낭속에
산천에 흐드러진 들꽃같은 다양한 표정의 삶이 빼곡하게 담겨 있어
나무의 나이테 같은 굴곡진 여정, 마치 산길처럼....
안개 속보다 더 깊은 세상 밖으로 걸어갑니다.
행여 단비 같은 길동무를 만나면 야트막한 산 하는 끌고 와야겠습니다.......
2시간을 예상했던 하산길은 거의 직벽에 가까운 멀고도 험한 여정이었죠.
힘들게 내려오니 모두들 힘든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늦은 시각 7시 30분에 도착하니 먼저온 회원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어려운 순간에 모두들 합심하여 서로 격려하며
안전산행을 한 모습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7시 40분 모두가 탄 버스는 출발하고 다시 감사의 기도가 시작되었지요.
산행때마다 수고하시는 박대장님과 아네스회장님,
글라라, 마틸다, 율리안나역대 회장님들께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처음 가본 영남 알프스, 너무도 아름다웠고
산을 사랑하는 법을 함께한 추억..
아직도 가슴깊이 남아 설레입니다.
목5동성당 산악회 화이팅!!
첫댓글 가을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가을퓽경 넘 아름답네요한번 가보고싶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