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전이 본전인 까닭은?
길상사는 다른 절처럼 단청이 되어 있지 않아
참배객들에게 소박하고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가람이다.
그래서 종교에 관계없이 그 누구라도
길상사에 들어서면 거부감 없이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유독 길상사에는 수녀님들이 눈에 많이 띈다.
물론 목사나 신부님은 겉모습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지만,
수녀복은 어디서도 눈에 띄게 일반 차림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기록을 보면 수녀복은 본디 일반 사람들과 차이를 두기 위해 특별히
만든 옷이 아니라, 그 당시 유럽 여성들이 입던 일상복이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일반 사람들이 입는 옷차림은 그 시대 흐름에 따라
수없이 바뀌었지만, 수녀복은 바뀌지 않고
전통 복장 그대로 이어온 까닭에 이제는 독특한 고유복장이 되었다.
그와 같이 절집 모습도 옛 건물 그대로일 뿐이다. 하지만 일반 건물이
세월 흐름에 따라 바뀌다 보니 지금에 와서는 절 건물이
독특한 전통 양식으로 일반 건물과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이다.
길상사에 참배하는 참배객 가운데 절집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은 대개
"길상사에는 왜 대웅전이 없지요?" 또는 "왜 본전本殿이 아미타 부처님을 모신
극락전이냐?" 하고 묻는다. 대개 절들 중심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이 서는 가람 배치로 볼 때, 극락전을 중심에 두고
아미타 부처님을 모신 길상사 같은 가람은 흔하지 않다.
그 까닭을 살펴보면, 1997년 12월 14일 길상사가 창건되기 전에
이곳은 본디 요정인 대원각이었다가 그 뒤 한동안은 고기 집이었다.
그런 탓에 뭇 남성 노리개가 되었던 여인들 한이 서리고,
수많은 산묵숨이 억울하게 죽어나간 곳이다.
그래서 가여운 여인들 한을 풀어주고, 사람들 먹을거리로 사라져간 뭇 중생,
뭇 목숨붙이들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뜻에서 극락전을 주전主殿으로 세웠다.
극락전에 모셔진 부처님은 아미타 부처님이다.
아미타 부처님은 한량없는 수명, 한량없는 광명이다.
아미타 부처님은 옛날 옛적 세자재왕世自在王이란
부처님이 이 세상에 계실 때 법장이라는 비구였다. 법장비구는 늘 부처님
법을 칭송하고 보살행을 닦아 온갖 중생을 제도하려는 원을 세웠다.
어느 날 법장비구가 세자재왕 부처님을 찾아뵙고 부처님을 찬탄한 뒤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세상에 고통 없는 세계가 있습니까?
저는 위 없는 깨달음을 얻어 그 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그때 부처님은 삼백 십억이나 되는 무수한 부처님 세계를 보며
법장비구에게 깨끗한 행을 일으키게 하면서 말씀하셨다.
"법장아. 그대 자신이 그런 세계를 하나 지으면 어떠한가.
세계는 오직 마음으로 낳는 것이니 그대 바란다면 마땅히 그렇게 될 것이다."
법장비구는 수많는 세계를 낱낱이 살펴보고 그 세계 가운데 좋은 점만을 골라
더러움이 없고 고통이 없는 극락세계를 세우려고 48가지 원을 세웠다.
법장비구가 추구하는 극락세계는 삼악도 불행이 없고 그곳에 나는 이는
누구나 육신통을 갖추고 수명이 한량없고, 누구나 부처를 이루고, 집착과
애착과 걸림이 없고 슬기로워 해탈 삼매에 들지 않는 이가 없는
완벽한 세상으로 요즘 표현을 빌리면 유토피아. 아상향이다.
"세존이시여, 만약 제 불국토가 이처럼 되지 않는다면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성불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원력을 세운 법장비구는
여러 생을 거치며 수행하고 정진하여 덕을 베풀고 인욕을 닦아
마침내 극락세계를 이루어 아미타불이 되었다.
극락전에 모셔진 아미타부처님 좌우 보처로 흔히
좌측에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우측에 대세지보살을 모시는 게 관례이다.
그런데 길상사 극락전에는 특이하게 협시보살로 좌보처 관세음보살, 우보처
지장보살을 모셨다. 지장보살은 수많은 보살 가운데 유일하게 삭발한 스님이다.
경전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든 뒤부터 미래 부처인
미륵보살이 성도하기 전까지를 부처님이 없는 무불無佛시대라고 한다.
이 때 중생들을 이끌기를 부탁받은 보살이 지장보살이다.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 괴로움을 다 덜어주고 지옥이 텅 빌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운 보살이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그는 보살이 되고 나서 원을 세운 것이 아니라.
서원 힘으로 보살이 되었고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되기 전에는 절대
성불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지장보살이 우보처로 자리한 까닭은
지옥 중생들을 모두 구제하겠다는 뜻과 사람들 먹을 거리가 되어
억울한 생목숨을 거둬들여야 했던, 수많은 뭇 중생들 고통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발원은 물론, 그들이 마침내 부처를 이루기를 염원하는 큰 뜻에서였다.
불단 탱화는 불모佛母 김의식이 그렸다. 탱화 안에서도 아미타불이
주존主尊이며, 왼쪽으로는 대세지보살, 보현보살, 지장보살 그리고 사천왕
가운데 지국, 증장천왕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미륵보살 그리고 사천왕인 다문, 광목천왕이 그려져 있다.
부처님 오른쪽 위는 가섭존자. 왼쪽 위는 아난존자이다.
이 극락전은 본디 대원각 시절부터 있던 건물이어서 사찰 양식 건물이 아니고
일반 건물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절이 출입문이 가운데 어간이 있고 좌우로
문이 나 있어 모두 홀수인데 반해 길상사 극락전 문은 짝수이다.
천장 높이가 다른 절에 견주어 낮은 편이다.
이렇게 천정도 나지막하니 단청이 되지 않고 기둥 또한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마냥 둥글고 무게감을 주는 기둥이 아니라 일반 여염집과
다름없는 네모나고 가는 기둥이어서, 주는 느낌이 간결하고 소박해
일반 사람들이 다가가기가 정겹고 살가운 도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