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풀
2022년 9월 14일(수) 외, 세곡 근린공원
근린공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풀꽃들의 천국을 발견했다. 고속도로 주변이라
철조망을 튼튼하게 두르고 쪽문에는 자물쇠(번호 키)를 잠갔다. 철조망 너머로 이질풀, 쥐손
이풀, 유홍초 애기나팔꽃 등등이 감질나게 보였다. 쪽문의 자물쇠 번호를 알아내려고 궁리했
다. 0000, 1234, 1111 등은 너무 뻔해 사용하지 않는다. 무단으로 들어가면 도로교통법 위반
으로 고발될 수 있다는 경고문에 관련부서의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그것이었다.
수년간 방치된 녹지라 덤불숲은 키가 넘도록 자라서 뚫고 나아가기가 힘들었다. 개활지 초지
가 나오고 거기는 나만 아는 풀꽃들의 천국이었다. 특히 군락을 이룬 이질풀은 장관이었다.
이만큼 너른 풀밭을 꽉 채운 이질풀을 여기 말고는 본 데가 없다.
이질풀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국어표준대사전의 설명이다.
【이질풀(痢疾-)】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50c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3~5개
로 갈라지며 흔히 검은 무늬가 있다. 3~5월에 홍자색 또는 흰 꽃이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
를 맺는다. 타닌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소염ㆍ지혈ㆍ살균 작용 등이 있어 이질ㆍ설사 따위
의 약재로 쓰인다.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이질풀(Geranium thunbergii Siebold ex Lindl. &
Paxton) 외에도 우리가 산에 자주 보는 둥근이질풀, 산이질풀 등 10종의 이질풀이 등재되어
있다. 이중 둥근이질풀(Geranium koreanum Kom.), 태백이질풀(Geranium
taebaekensis S.J.Park & Y.S.Kim), 털둥근이질풀(Geranium koreanum Kom. var.
hirsutum Nakai), 흰둥근이질풀(Geranium koreanum Kom. f. albidum Kom.)은
종소명에서 보듯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이질풀이란 이름은 이 풀이 지사제로 쓰이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노관초(老鸛草), 현초(玄
草), 현지초(玄之草)라고 한다. 노관초의 관(鸛) 자는 황새를 의미하며, 두루미(鸛)를 뜻하는
속명과 연관이 있다. 일본명 겐노우쇼우고(ゲンノショウコ, 現證據)는 줄기와 잎을 삶은 물
로 여러 가지 병을 낫게 하는 약효(證據)가 뚜렷하다(現)는 의미이다.
속명 제라늄(Geranium)은 그리스어로 ‘학’(또는 두루미)이라는 뜻을 가진 제라노스
(geranos)에서 유래되었는데, 바로 열매 모양이 학의 부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종소명 툰베르기니(thunbergii)는 이명법을 창안한 린네 박사의 제자인 스웨덴 웁살라
대학 툰베리(C.P. Thunberg, 1743~1828) 박사를 기념하기 위해 붙였다.
학명 명명자 Siebold는 독일의 의사이자 생물학자인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Balthasar von Siebold, 1796~1866)이다. 그는 일본에서 서양 의학을 처음 가르친
유럽인으로 유명하며, 일본의 식물과 동물 고유종을 연구하였다.
그가 일본에서 만난 아내 쿠스모토 타키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일본 최초의 부인과 의사
쿠스모토 이네이며, 그 손녀가 《은하철도 999》의 메텔의 모델이 된 여의 쿠스모토 타카코
이다.
명명자 Lindl.은 영국의 식물학자이자 난과학자(orchidologist, 난과학은 난과(蘭科)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식물학의 1분야. 특히 17,000종에 이르는 다수종의 분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인 존 린들리(John Lindley, 1799~1865)이다.
명명자 Paxton은 영국의 정원사이지 건축가인 조셉 팩스턴(Joseph Paxton, 1803~1865)
이다. 빅토리아연꽃(린들리가 1837년 왕위에 오른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의
튼튼한 잎맥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의 주 전시관이었던 수정궁을
설계했다고 한다.
32. 쥐손이풀
이질풀은 쥐손이풀 종류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다. 산업 활동으로 대기와 토양이
오염되지 않고, 땅이 메마르지 않는 한적한 곳에서만 산다. 다른 종은 대부분 아예 해발고도
가 높은 산지나 깊숙한 야산 같은 인간 간섭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산다.
이질풀은 여러해살이고, 연중 생육기간이 9개월(3~11월) 정도로 긴 편이다. 한반도에서는
중부 이남에 주로 분포하고, 남부지역일수록 더 자주 나타나는 난온대 지역이 분포중심이다.
평양을 포함한 북부지역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이질풀의 꽃은 홍자색과 흰색 2종류가 있다. 홍자색 꽃이 흔하지만 중부 내륙에서
종종 흰색 꽃이 피는 개체를 만난다. 이를 두고 흰꽃이질풀(f. albiflorum)로 분류하거나
심지어 흰 꽃을 이질풀의 분류 형질로 인식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모두 넓은 의미의 이질풀
로 취급해도 무난하다. 쥐손이풀 종류는 서식처 환경조건에 대응해 꽃 색과 털 양상에 변이
가 있기 때문이다.(김종원, 『한국식물생태보감2』)
첫댓글 이질풀, 쥐손이풀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장미처럼 벚꽃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은근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야생화의 매력인 듯 합니다.
구경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