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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어치 오뎅을 사먹고는 만화가게 아저씨의 눈치를 살피며 빨간 바가지로 국물만 여러 번 떠먹던 그 추억의 만화방. 소일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그 옛날 아이들에게 만화방은 천국이었다. 그 천국의 방을 넘나들었던 그 시절부터 그 시절의 나만큼 자란 아이가 있는 지금까지도 '허영만'이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그는 우리나라 만화 변천사의 중심에 늘 있어왔던 가장 낯익은 만화가기 때문이다. 각시탈의 기억 일제식민지에 대한 원한이 사무친 우리에게 일본순사나 앞잡이를 혼내주는 것을 보는 일이란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1974년에 나온 <각시탈>은 아이들에게 그 통쾌함의 기분을 알게 해준 만화다. 평상시엔 사람 좋고 어눌하기까지 한 주인공이 일본순사로 인해 어려움에 처했을 때면 각시탈을 쓰고 나타나 멋지게 복수해주는 만화를 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주인공 이강토가 된 것처럼 우쭐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당시의 만화가인 박문윤, 엄희자, 이향원씨 문하생으로 있었던 그는 그 솜씨를 인정받아 데생작업부터 시작했다. 특히 7년간 문하생으로 있었던 이향원씨에게서 수많은 작업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갔다. 그는 "서른 이전에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서 독립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지금도 고마워하고 있다. 하지만 만화계의 큰 문제점인 도제식 시스템으로 맘고생을 많이 했던 그는 정부로부터 <각시탈>이 만화질서를 어지럽히니 금지하라는 통고를 받는다. <각시탈>이 각광을 받자 여기저기서 '00탈'이니 하는 아류가 생겨났던 것이다.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풀리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당시 군부독재시절에는 개인 창작의 자유조차 억압당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상에 대한 승부수 집안 파산으로 청소년기를 그야말로 질풍노도처럼 겪었던 그에게 만화가가 되겠다는 것은 문제 많은 세상에 대한 도전장이자 정면 승부였을 것이다. 그가 내놓은 작품에는 그 마음의 상처들이 알게 모르게 들어 있다. 소년한국도서 주최 공모전에서 입상한 그의 첫 작품 <집을 찾아서>가 그러하고 <태양을 향해 달려라> <무당거미> <고독한 기타맨> <아스팔드 사나이> <비트> <48+1> <오! 한강> <타짜> 등이 그러하다. 그는 자신의 만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고 말한다. 만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독특하게도 그의 작품 안에는 비극적 요소가 무던히 깔려 있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만화의 재미에 녹여낸다는 것. 그럼으로써 자신을 비롯한 인간이 가지는 극과 극의 감정을 모두 풀어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그가 세상에 던지는 승부수다.
그의 만화 <식객>은 모일간지에 2년 3개월간 연재돼 웰빙붐을 타고 '우리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작품이다. 잠시의 휴식기를 끝내고 다시 시작한 <식객>은 대량생산소비시대 속에서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줬으며 만화의 차원을 넘어 사회현상으로 전이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식객은 현재 영화로 제작 중인데 이처럼 그의 많은 작품들이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작되고 있다. <아스팔트 사나이> <비트> <미스터 Q> <카멜레온의 시> 등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거기에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 사오정 시리즈 개그까지 등장한 <날아라 슈퍼보드>도 그의 작품이며 지난 해 극장용 만화로 만들어진 <망치>도 그의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은 만화산업의 꽃이라고 일컫는 캐릭터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그 시장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가 가진 작품을 만화시장의 경쟁력으로 던져줄 뿐이다. 갈수록 그 도가 지나치는 자본의 논리에서 볼 때 정말 욕심 없는 사람이다. "작가는 만화만 잘 그리면 되지. 그 다음은 애니메이션 전문가나 캐릭터를 잘 아는 사람이 하면 돼"하고 말하는 그의 말은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추위를 누르고 들판에 피어오르는 봄 아지랑이처럼 그의 이러한 신념을 재미와 즐거운 정보가 가득한 차기 작품 속에서 또 다시 느끼기를 기대해 본다.
권미강(kangmomo) 기자 |
출처:한국만화가협회 |
첫댓글 각시탈,쇠퉁소,무당거미시리즈등 70년대후반에서 80년대까지 제국민학교때 가장좋아하던 만화가입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최고라는 생각이드는군요.
비트,짜장면,식객..이 3권 정말 좋아하고 잼있게 봤고,보고있다는..
저는..."날아라 슈퍼보드"가..격에..남네요...ㅎㅎ
저는 타짜... 진짜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허영만 씨가 최고에 오른 건 딱 1번 '타짜' 를 연재할 때였습니다.그이전에는 언제나 2인자였죠. 허영만 선생님도 인정하시는게 70년대는 이상무 선생님이 80년대는 이현세 선생님때문에 1등을 못했다고 고백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