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대안학교의 성공비결
이승배(인천교육연구소, 인천해밀학교)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세우는 교육, 개인의 특성에 주목하기보다 획일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에 실망한 학부모들은 한번쯤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는 공립대안학교 교사로서 이러한 부모들을 많이 보았고 이 글이 그러한 학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대안학교는 크게 비인가형 대안학교와 인가형 대안학교로 나뉜다. 대안교육의 출발점은 비인가형 대안학교였다. 비인가형은 설립목적에 따라 인격수양을 강조하는 학교도 있고, 자유학교를 지향하는 곳도 있고,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하고, 사회적 비판정신을 강조하기도 하기 때문에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많이 축소하여 가르친다. 비인가형은 인가형에 비해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을 많이 수용하여 맞춤식 교육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하지만 비인가형은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여 학부모가 교육비를 거의 다 부담하여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싸다. 또한 비인가형은 검정고시를 봐야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교사도 반드시 2급 정교사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비인가형은 교사자격증이 없더라도 헌신성과 대안학교교사가 되려고 하는 목표의식과 철학이 투철한 지원자를 더 선호한다. 대안교육의 원칙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다시 비인가형으로 돌아가 학생들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 자유로운 교육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아 경영란에 허덕이더라도 말이다.
인가형 대안학교는 적절한 수준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가르친다는 조건을 수용한 학교로서 크게 특성화 학교와 위탁형 대안학교, 각종학교가 있다. 인가형은 모두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은 일반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교육청의 감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안교육가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많다.
인가형 대안학교는 규정상 교육과정의 30%를 국, 영, 수 등 보통교과를 가르치면 되지만 흔히 50%를 보통교과 나머지 50%를 설립이념에 따라 생태농업, 국토순례, 진로관련 교과 등을 가르친다. 특성화 대안학교를 포함한 인가형 대안학교는 교육부의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따로 검정고시를 보지 않더라도 학력인정이 된다.
비인가형이건 인가형 특성화대안학교이건 나름대로의 입학기준이 있어서 학생들이 합격하면 그 학교를 3년동안 다니면서 그 학교의 졸업장을 받는다. 흔히 대안학교에 공교육의 부적응학생이 지원한다는 선입관이 강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많고 스스로 학업을 계획하며 자기주장이 뚜렷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부적응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 즉, 학업중단 고위기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는 위탁형 대안학교이다. 일반학교를 다니다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서 징계를 받아 퇴학위기에 처해 있다든지, 학교폭력 피해학생으로서 가해학생과 분리하며 심리치유를 받아야 한다든지, 왕따피해자라든지, 우울증이나 ADHD로 진단받았으나 병원학교에 입원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지만 일반학교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위탁형 대안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위탁형 대안학교의 설립목적은 간단히 말하면 자기가 다니던 일반학교로 복귀이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어 일반학교에 적응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면 적절한 시기에 원래 학교로 돌아간다. 따라서 위탁형은 3학년을 마쳤다 할지라도 나름대로의 졸업장을 수여하지 않고 원래 학교의 졸업장을 받게 한다. 일부 대안교육가들은 위탁형을 교화형이라고 부르고 부적응 학생들만 분리하여 가르치므로 다양한 부류의 학생들간에 서로 배우는 기회가 없는 이상한 형태의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모범생들과 문제아들은 서로 섞여서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모범생은 문제아들을 이해하고 문제아들은 모범생을 통하여 다른 문화를 배우면서 서로 어울리면서 사회생활을 준비해야 사회적 통합을 달성할 수 있는데 위탁형 대안학교는 이러한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각종학교형으로 학교를 설립하면 학급수에 따라 교사의 수를 보장하므로 교사의 수가 많은 편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대안학교를 학생교육원 산하의 기관으로 편입시켜서 교사의 수를 확보하기 어렵고, 2년이 지나면 전근가야 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인천에서 인가형의 경우 특성화 대안학교에 산마을고가 있고 위탁형 대안학교에 해밀학교를 비롯하여 아름다운 학교, 성산효마을 학교, 하늘샘 학교, 한오름 학교, 사랑의 비전 학교, 푸른꿈 학교가 있다. 그리고 각종학교에는 해밀학교와 청담학교가 있다.
대안학교가 아무리 다양하다 할지라도 공통적인 것이 있다. 첫째, 학급당 학생수가 매우 적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한 학급당 15명을 넘지 않는다.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고,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기에 이상적인 인원수인 것이다. 둘째, 획일적인 지식을 가르치기 보다는 학생들이 문제해결을 하며 스스로 배우는 것을 강조한다. 셋째, 일부 비인가 대안학교를 제외하고 미래의 대학입시보다는 학생들의 현재의 행복을 더 중시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공립 각종학교형 위탁 대안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일부 대안교육가들이 부적응학생을 공교육과 분리하여 교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설립된 학교라고 비난받는 학교이다. 설립의도가 어떻든지 그 학교속에도 학생이 있고 교사가 있다. 그들은 나름대로 교육현장을 자신들에 맞게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믿어 주고, 청소년의 비행에 대해 교칙에 의거 처벌하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그 비행의 원인을 상담하며 청소년의 마음과 주변환경에 변화를 주도록 노력하면서 학생들은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이 위와 같이 존중받으면서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 최악으로 부적응하였으나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필자의 학교는 공립이기에 인사전보에 의해 학교를 옮기기 때문에 교사들은 전부 인천시내의 다른 학교에서 전근온 사람들이다. 교사나 학생 모두 인천시내 학교 출신인데 학생들을 변화하게 한 비결은 무엇일까? 학생들에게 입시를 위한 획일적인 지식을 주입하지 않고, 인격체로 대접하며, 입시에 좋은 성적을 위해 억압적인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학급당 인원수가 15명인 점이 그 비결일 것이다. 어떠한 교사라도 위의 조건이 갖추어지면 학생들을 객체로서가 아니라 인격의 주체로 대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다른 학교로 필자가 전근가게 되면 필자도 또한 학년초에 무섭게 학생들을 휘어 잡고, 필자의 말 한마디에 아무런 불만없이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남겨서 공부시킬 수 있는 베테랑교사로 금방 변할 수 있는 이유이다. 문제는 구조이니까 말이다. 구조만 갖춰지면 공교육도 변할 수 있으리라 본다. 희망적인 것은 타시도에서는 이미 혁신학교 등 새로운 형태의 학교로 공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성공적인 시도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인천교육도 조만간 그들의 성과를 참조하여 좀더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학교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