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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눨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집권 3년도 채 넘기지 않은 노무현 정부는 벌써 '레임덕'이라는 비상상황이 도래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2년반이나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기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다.
‘레임덕(lame duck)’은 임기만료를 앞둔 공직자를 뒤뚱거리는‘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한 말로 흔히 정부와 공직사회의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 남북전쟁 때부터 사용된 말로,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정책집행의 일관성을 보이지 않는 것에서 생겨난 말이다.
한국정치에서의 레임덕 현상은 대개 대통령 선거를 앞둔 '권력이양기'에 권력의 핵인 대통령의 통치력이 약화되고 그로인한 국정난맥상과 권력누수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이제 집권3년차가 중반을 갓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레임덕' 현상이 급속히 나타나고 있는 '이상조짐'을 보이고있다.
정치적으로 1년 뒤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그리고 2008년 총선이 연이어 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의 정부 장악력은 향후 1년이 고비가 될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그 시기가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
2005년 초 교육부총리 인사파문을 비롯해 경제성장률 5%이하의 경제악화 장기화와 대미·대북관계 악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최근의 유전의혹, 행담도 비리 사건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또 청와대 국정상황실 및 NSC 내부 보고체계가 무너지고 있고, 특히 여당내에서 청와대와 정부 책임론, 더 나아가 '대통령 책임론'까지 거론되고있는 등 안팎으로 참여정부의 ‘총체적 위기’가 도래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 대해 청와대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은 위원회 중심의 시스템 운영”에서 비롯되었다고 강변하며 레임덕 현상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4.30 참패 후 무기력증이 극대화되었던 열린우리당은 내분과 당정 불협화음 등이 점점 더 커지면서 '조기 레임덕' 주장을 점차 확신케하고 있다. 특히 여권 내부가 '등깔'이 나고 있어 그 심각성은 더 크다. 당은 정부와 청와대에, 청와대는 당에, 정부는 당과 대통령 측근에, 서로 화살을 겨누며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여권의 총체적 위기는 외적 요인보다는 내적요인이 더 크다. 여권이 스스로 무너지는 자멸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위험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권내부에서 대통령까지 정조준하며 '조기 레임덕'을 불러오는 총체적 위기의 핵심은 다름아닌 '재집권에 대한 위기'다. 때문에 여권은 이제 참여정부 성공이 목표가 아니라 '차기정권에서의 생존'이 목표가 되었다.
[POINT 1.] 참여정부 정책집행 ‘초라한 성적표’ 청사진은 있으나 추진력 미비 ? 국내정책, 안보정책 ‘불안불안’
가장 먼저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참여정부의 정책구현이 제대로 되고 있느냐는 문제이다.
참여정부 정책집행에 있어 특징은 노무현 대통령의 중요 공약 정책들이 집권 1-2년동안에는 가시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1기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첫해는 로드맵을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했고, 이후에는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로드맵에 따라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국토균형발전과 동북아시대 건설이라는 측면에서 시도된 행정수도 건설은 여야의 극심한 혼란을 겪으면서 위헌소동까지 가는 결과를 보였고, 유전의혹 사건은 에너지 정책이라는 국책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일부 측근만이 관여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레임덕 현상은 행담도 개발 의혹사건이다. 자문기구에 불과한 동북아위원회가 민간업자를 통해 S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문제가 발생하자 청와대는 행담도 문제는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 여부를 두고 하루가 다르게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행담도 사업과 S프로젝트의 관계에 대해 책임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고, 국가적 사업인 국책사업을 문정인, 정찬용, 호미회(호남의 미래를 사랑하는 모임) 등 측근과 사조직에 의한 비공개, 비정상적 진행이라는 오명만을 남기게 된 것이다.
오일게이트의 경우 국책사업도 아니었고, 해당기관에서 거부된 정책이 NSC, 건교부, 산자부, 철도공사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되었으며 사업 전체 진행의 '핵심고리'가 노대통령 오른팔 '이광재'라는 측근에 의해 좌우되었다는 것은 현 참여정부의 공적인 국정운영이 얼마나 '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참여정부의 정책 수행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안보 정책이다. 한미동맹과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대비되는 상반된 개념이 청와대에 공존하고 있다. 확실히 균형자론도, 한미동맹도 아닌 참여정부의 애매한 입장은 참여정부 이후 계속되었던 한미간 긴장과 갈등을 더 날카롭게만 하고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창한 이종석 NSC 사무차장은 “한미동맹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동북아 질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대미통인 박진 의원은 “동북아 균형자론은 결국 안보위협을 증가시키고 주변국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안보 정책에 대해 불안하기는 외교부 등 관련 부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안보정책의 구상을 수립하거나 자문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외교부-통일부 등의 관련부서의 '집행역할'까지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부터 계속된 일본과의 외교마찰 역시 현안부서인 외교부의 해결보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우선이었으며, 6자 회담을 비롯한 남북 정부간 정책에 있어서도 통일부보다는 NSC가 정책수립에서 실무진행까지 전담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일 외교전면전 불사, 제2 대일독트린은 모두 NSC가 주도한 것이었고, 이번 개성회담 추진도 통일부가 아닌 정동영-이종석의 NSC가 주도한 것이다.
[POINT 2.] 청와대 시스템 이상 없나? 이정우 위원회 체제 對 김병준 비서실 체제 갈등 - 권력화 된 ‘위원회’ 견제 불가능
참여정부의 또 다른 측면에서의 이상유무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국가운영 시스템’이다.
국가운영 시스템의 축소판은 청와대 내부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비서실장을 비롯해 민정, 홍보, 인사, 수석 등 기본 구도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면서 공표했던 12대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12대 국정과제위원회(TFT)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정책집행 과정에 있어서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의 업무가 중첩되면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해 국정운영의 메트릭스 구조를 구현해 위원회들의 유기적인 운영 시스템을 완성한 바 있다.
최근 야당과 언론의 ‘위원회’ 비판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다는 후문도 있다. 위원회 하나의 잘못은 비판 받을 수 있지만 위원회 자체가 싸잡아 공격 당하는데 왜 가만히 있냐는 지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원회 강화=시스템 운영’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각각의 위원회와 비서실 구도가 유기적 결합보다는 상호 독립적인 행동으로 혼선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정운영의 과정이 민주적이고, 독립적이기는 하지만 청와대 내부의 하향식 구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 사조직인‘부산파 세력확장’과 ‘이정우(정책기획위원장) vs 김병준(정책실장)’ 등의 권력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 역시 시스템 운영의 부작용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국가정책'에 있어서 청와대 위원회체제의 수장인 이정우 위원장과 비서실 정책 수장인 김병준 정책실장 간의 상존하는 갈등은 위원회 중심의 시스템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청와대로부터 터져나오고 있다는 반증이다. 청와대가 강조하는 시스템 운영의 핵은 '위원회'다.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수석체제가 아니다.
시스템 국정운영이라는 것이 핵심 인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제도적 운영이라는 장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위원회 중심의‘시스템 운영을 견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미흡한 것이 청와대의 시급한 해결과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대통령이 격노까지하며 국정운영 원칙임을 강조했던 '위원회의 국정시스템'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내부에서 조차 '아마추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아마추어리즘의 위원회 공화국' 비난에 대해 동북아시대위원회 등 청와대 12개 국정과제 TFT위원회를 총괄하는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은 '아마추어 위원회가 희망'이라며 전면 반격했다.
김우식 비서실장도 ‘도덕성’과 ‘책임감’을 강조하며 '자세론적' 해법 찾기에 나서며 시스템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김 비서실장은 최근 청와대 전 직원에게 “청와대가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과거 무소불위의 청와대와 현재의 모습은 너무도 다르다”고 말하며 시스템 운영을 위한 조직원들의 혁신을 촉구했다.
청와대는 레임덕에 대해서도 “시스템에 의한 운영이 파기되지 않는 한 레임덕은 과거 정부의 모습”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최근의 불미스러운 일에 청와대가 개입된 것은 잘못이나 이를 두고 과거의 잣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항변하고 있다.
김우식 비서실장의 “청와대는 권력의 핵심부가 아니라 공개, 투명, 합리, 참여 등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새로운 청와대를 의미하고 있으나 “무슨 일이 터지면 모두 다 청와대 탓으로 돌린다”는 불만은 한계를 드러낸 '시스템 청와대'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POINT 3.]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따로 국밥” 차기 대비한 당 주도권 장악, '청와대·대통령 책임론' 집중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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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한 초대 비서실장 문희상 의장. 그러나 문의장은 현재 노대통령 흔들기에 사실상 선봉에 서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은 당정관계 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관계, 즉 당청관계라 할 수 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관계는 대통령 임기 시작시기보다 중반 이후 더욱 강조된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레임덕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제어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곳은 집권여당이기 때문이다.
비록 4.30 재보선에서 참패 의석수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아직도 열린우리당은 국회 과반에 육박하는 제1당이기도 하다. 게다가 17대총선에서 집권여당의 과반의석 확보는 '노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사즉생'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탄핵표'가 큰 힘이되었다.
그러나 지금 여당에서는 노대통령에 대한 보답보다는 오히려 '노대통령 탓'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부분에서는 참여정부의 출범과 청와대, 현 여당의 상황을 가장 잘 들여다보고 있는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 의장은 지난 위원-중앙위원 워크숍에서 정부가 당을 좇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때문에 '당정협력 부재' 현상이 일고 있다고 질타하며 “임기의 반환점을 돌면 권력은 청와대에서 당으로 옮겨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집권당 역할과 당 주도권 입장을 공공연하게 강조한 것이다.
집권후반기에 '당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목표가 최근 여당이 대통령과 정부, 청와대 책임론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핵심배경이다. 열린우리당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집권세력으로의 정치력 회복’에 맞춰져 있다. 열린우리당 자체의 위기감이 있는 상황에서 거대 여당의 고민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당 상황에서 ‘정권재창출’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김부겸, 김영춘, 임종석 의원 등 ‘젊은 재선급’ 의원들은 당내 초선의원들과 결합해 새로운 당의 집권 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당내에서는 ‘노무현 이후’에 대한 고민이 이제서야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워크숍의 결과가 ‘실용과 개혁의 소모적 논쟁을 더 이상 하지말자’는 미봉책 수준에서 마무리 됐으나 열린우리당의 집권 후반 돌파구 찾기의 시도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 열린우리당 정치세력들의 시각차가 뚜렷해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가장 최근의 논쟁 역시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정의 2인자인 이해찬 총리가 “이른바 측근이나 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고,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 건 해야겠디는 새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염동연 의원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문 의장 파트너인 염동연 의원은 즉각 "이 총리야말로 참여정부의 영광과 권력을 다 누린 실세 중의 실세이고, 측근중의 측근인데 대통령의 측근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하다"고 역공을 펴며 '당의 위세'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정장선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이상주의'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며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 노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도전'인 셈이다. 뿐만아니라 한명숙,민병두,안영근,강기정, 홍재형의원 등 여당의원 태반이 대통령 '측근'과 '위원회'를 문제삼으며 '청와대 인적쇄신론' '청와대 아마추어리즘'을 강력히 비난하며 측근정치를 하고있는 노 대통령에 화살을 퍼부었다.
더욱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국정원장 인사까지도 '불가론'을 펴면서 공개적으로 비토하고 나섰다. 대통령 인사권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다.
가히 집권여당의 위세가 대통령과 청와대를 능가할 정도다. 이렇듯 대통령과 청와대에 고공투하를 하고 있는 쪽은 주로 문희상 의장을 중심으로 한 '실용파'들이다.
이들 '실용파'들이 중심이 된 '당 주도권 장악'을 목표로 청와대와 정부에 집중 난타전을 쏟아부으며 '대통령 권한'까지 조이고 있는 것은, 물론 그 뒤에 차기정권 예비수장인 '대선주자'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이 노대통령에 치명상을 입힘으로서 '권력누수' 현상을 빨리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선주자'의 존재는 여당 내부도 하나로 묶지 못하고 정동영-김근태 계로 '양분'시켜 놓은지 오래다. 사실 열린우리당이 하나의 당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집권후반기, 청와대와 당의 간극을 최소화 시켜야 할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이‘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차기정권을 대비한 자파의 세력화-조직화에만 신경이 곤두서있다. 결국 당정관계는 더이상 당정관계가 아니라 '현 정권과 차기정권간의 세력대립'이라는 적대적 관계로 치닫는 형국이다.
재집권 위기의식으로 인해 참여정부 성공보다는 '차기정권에서 생존'이 더 갈급해진 집권여당은 참여정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조기 레임덕' 결과를 낳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