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와의 경기에 이어 오늘 게임에서는 영웅이 된 벨리넬리에게 다소 불만이 있으신 분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몇가지 상황을 고려해보면 벨리넬리가 막판 출전 시간을 부여받고 슛을 던지게 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어느 정도 납득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는 제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합니다.
자 일단 립이 가진 약점들을 살펴볼까요. 립이 가진 치명적 약점 두 가지가 있는 데 '볼 핸들링'과 'Spacing' 입니다.
립은 2번으로서 썩 좋은 볼 핸들러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의 슛은 대개 캐치 앤 슛의 형태입니다. 이게 놀랄만큼 훌륭하기 때문에 그의 약점이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만, 만약 볼 운반과 분배를 하는 PG가 볼 핸들링이 좋은 편이 아니라면 문제가 됩니다. 시카고의 PG는 하인릭 아니면 네이트죠. 헌데 네이트의 볼 핸들링이 그렇게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게다가 패스도 좋은 편은 아니죠. 해서 후반 접전 상황에서 상대의 볼맨에 대한 수비 압박이 높아지면 볼 운반 자체가 불안해집니다.
두번째 약점인 'spacing'은 공간을 얼마나 확보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것이 립의 약점이 되는 이유는 립이 3점슛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성공률이 무려 40.7%인데 무슨 소리냐 하실 수 있습니다만, 시도 횟수를 보시면 25경기 출장, 27번 시도 입니다. 그나마도 대부분 코너 3점입니다. 립이 코너를 벗어난 다른 패러미터 구역에 있을 때 상대 수비는 립을 거의 수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상대 수비는 좀 더 안쪽으로 수비 위치를 잡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인사이드에서의 짧고 빠른 패스가 공격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불스로서는 좁아진 상대 수비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죠.그렇기 때문에 불스는 립이 코트에 나와 있는 시간 동안에는 철저하게 립 위주의 오펜스를 실행합니다. 빅맨들은 립을 위해 스크린을 서고, 립은 최대한 자기 슛을 위해 움직이죠. 이런 쪽에서는 여전히 립이 아주 효율적인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기 막판 박빙의 상황에선 립을 위한 플레이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립이 가장 잘 하는 스크린을 타고 나와 미드레인지 점퍼를 던지는 건 대부분 볼맨에 대한 압박이 거의 없는 경우에나 가능합니다. 립이 스크린을 타고 스윙하기 위해서는 세팅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헌데, 경기 막판 접전이 되면 이미 볼맨에게 강력한 압박이 들어갑니다. 립이 스크린을 타고 나와 자리를 잡는 순간에 정확한 패스를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죠. 사실상 3점도 없고, 드리블 중 플레이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SG는 사실상 경기 막판 상황에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립의 주요 공격루트 중 하나인 포스트업도 미스매치나 스몰라인업에 대항해 하는 거지 경기 막판 수비가 집중된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자 벨리넬리가 나오는 이유를 알기 위해 립의 약점부터 살펴봤습니다.
상대적으로 어떤가 하면 벨리넬리는 팀에서 두번째로 좋은 볼 핸들러 입니다. 첫번째는 하인릭이죠. (이게 사실 불스의 비애이기도 하죠...-_-) 꽤 많은 경우 직접 볼을 운반해 하프코트를 넘어가는 장면을 보셨을테고, 오늘 경기 마지막에도 네이트가 아닌 벨리넬리가 볼을 운반하는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지난 경기나 이번 경기에서도 막판 하인릭이 파울 아웃이 되었기 때문에 네이트가 나와야 했고, 네이트와 립은 썩 좋은 궁합이 아니기 때문에 벨리넬리가 출전하게 되는 거죠.
벨리넬리가 립에 대해 가지는 상대적 강점 중 하나는 이런 볼 핸들링을 기반으로 드리블 상태에서 플레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라는 점입니다. 드리블 중 슛을 하든, 패스를 해주든 말이죠. 오늘같은 누워더웨이는 립이 절대 할 수 없는 플레이죠. 립이 탑에서부터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 레이업을 올려놓는 장면은 아마 거의 못 보셨을 겁니다. 자. 벨리넬리가 볼을 들면 상대적으로 네이트의 강점인 슛을 살릴 수 있게 됩니다. 벨리넬리는 돌파를 할 수도, 3점을 던질수도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네이트는 볼 핸들링의 부담을 덜고 어딘가 스팟해서 슛을 노릴 수 있게 됩니다. 네이트는 볼을 오래 들고 있으면 불안해지는 유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네이트는 볼운반을 해 하프를 넘어오더라도 바로 윙포지션에 볼을 패스하고 움직이죠.
비교는 상대적입니다. 립에 비해 벨리넬리가 가진 장점이 비교적 더 다양한 부분에서 팀에 효율성과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 막판 벨리넬리가 포제션을 가져가는 겁니다. 물론, 벨리넬리가 이런 부분에서 리그에서 볼 때 손꼽는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팀 내에서 살펴볼 때 그나마 이런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가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팀은 자기가 가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고만고만한 자원을 놓고 그 장단점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나마 그 안에서 비교우위를 지닌 조합, 구성원간 약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강점을 최대한 살려줄 수 있는 조합을 사용해야 하는거죠. 그 선수가 잘하는 것을 자꾸 하게 해주고, 못하는 건 안 하게 해주는 능력. 이걸 잘하고 있기 때문에 팁 감독이 훌륭한 감독인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