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땅 중국 요령성 대련에는 한 겨울 내내 눈은커녕 비 한 방울도 비치지 않는다.
푸석푸석한 진한 먼지가 바람에 실려 코 끝을 스칠 때
탁하니 숨 막히는 답답함이
대부분 농사일에 전념하는 이 고장 마을사람들의 마음처럼 삭막하기 그지없다.
2월 12일 대련 파오타이전에 오랜 가뭄을 해소시켜주는 비가 내렸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싼타이즈강의 두터운 얼음도 서서히 녹아 내리며
가 녘으로는 물살이 바람결에 찰랑거린다.
그 얼어가는 과정을 지켜본 과정만큼 시간은 또 그 만큼 성큼 앞서가 있다.
언제 이러한 시간이 내 앞에 있었는지?
그 공간에 자신은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음이 이상스럽기도 하고 자연스럽기도 하다.
대지를 적시는 촉촉한 빗물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나는 천천히 운전을 하면서 그 기쁨을 한 것 누리었다.
아! 정녕 봄이 멀지 않았구나!
그러한 따듯한 감상은 어느 누구라도 느끼는 지극한 마음의 본질이다.
2월 13일 아침
밤을 통한 기온의 하강으로 비는 눈으로 변하였고 노면은 반들반들한 빙판을 이루고 있다.
슬며시 앞서는 걱정을 뒤로하고 출근길을 서두른다.
운행하던 차 한대가 12일 밤
심한 고장으로 퍼져버린 사실이 기억 한편으로 어긋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결국 정원 8명인 승합차에 10명을 꾸겨 싣고 용감히 길을 나섰는데…
차도는 이미 도로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용기 있는 자들의 운전연습장이 되어버렸다.
좌우 논 두렁에 콱 하니 쳐 박혀 있는 차들을 바라보며 핸들을 무겁게 잡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람이 창 밖으로 무자비하게 몰아치며 차의 중심을 흔든다.
이건 분명 잘 못된 판단이다.
용기가 아닌 과만이다.
그 것을 깨우칠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이러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오직 전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미치도록 안타까울 뿐이다.
손바닥이 흥건히 젖어들 즈음 목적지는 가시권에 들어왔다.
7~8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공장이 바로 앞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바람의 방향이었다.
차의 뒤 면으로 받던 바람이 방향을 틀자 곧 바로 왼쪽 측면으로 받게 되면서
운전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차는 제멋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급기야 제방을 쌓아놓은 둑길의 끝에서 가까스로 멈춰선 순간
오싹하니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한기가 온 신경을 마비시킨다.
이렇게까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경험은 없었다.
차 안은 혼란의 아수라장이다.
뒤따라 오던 승용차와 앞서오던 트럭은 서로간의 충돌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위험지역을 벗어나고자 황망히 그 자리를 떠나버리고
자신은 놀란 마음을 추스르다 어떻게든 바람의 방향과 노면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자
차문을 열고 밖을 나서며 벼랑 끝에 서있는 차와 나란히 서본다.
만일 이 차가 밑으로 굴렀으면 어찌되었을까?
깊게 파인 물구덩이와 암초처럼 머리를 치켜세운 바위들이 산만하게 어지러이 널려있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가정을 그려보다 고개를 흔들고 만다.
어디에서 이토록 강한 바람이 불어올까?
날아 갈 것 같은 몸을 최대한 낮춰 웅크리며 눈을 찡그리면서 시야를 지평선 끝에 맞춘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그 어디 메도 바람을 막아 줄 방패 하나 없다.
고스란히 그 바람은 덪에 걸린 한 무리를 꿀꺽 삼키기라도 할 량으로 한 곳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하다.
반대편에서 한 남자가 바람에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몸이 기울어져 걸어오다가는 힘에 겨운지
나무둥지를 움켜쥐고는 숨을 고르고 있다.
서로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시동을 걸고 아주 천천히 다시 출발을 하였다.
100여 미터를 지나자 뒤 덜미를 낚아채 듯 바람은 정통으로 차의 중심을 흔들어 놓는다.
차가 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결에 따라 빙판에 쓸려가는 형국이다.
처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경험상 그 상황에서는 풋브레이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어떻게든 차를 멈추어야 한다는 긴박감에 팔과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려 하고
머리는 그 것을 제지하려는 혼란이 바로미터의 떨림과도 같이 판단을 유보시킨다.
아까보다 더 깊은 낭떠러지에 차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앞 바퀴 끝이 걸치면서 멈추어 섰다.
그 전 오직 하늘에 뜻을 맞기자는 생각에 핸드브레이크를 힘차게 부 욱하니 낚아채 듯 잡아당긴 것이 유효했다.
직원들이 차에서 급히 내리며 차를 붙잡고 잡아당기는 것과 동시
재빨리 후진기어를 걸어 차를 안전하게 빼내고는 망연히 밖을 내려다 본다.
차가 빠지려는 그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웅덩이의 깊은 물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을 자신은 분명히 보았다.
옆 좌석의 동료는 집안 식구들이 눈 앞을 스쳤다고 했다.
지옥의 문턱에 다가오는 심정이 이럴 진가? 상상을 해본다
모두들 얼굴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잊은 채 가슴을 쓸어 내리며 천만 다행이라며 서로를 위로해 준다.
담배를 피우면서 안정을 찾고는 방법을 강구하였다.
왼편에서 무섭게 불어오는 바람을 모든 창문을 열어 통과 시키면 차에 가해지는 저항이 덜할 것이고
그리고 가급적 중앙선을 넘어 최대한 우측의 차도를 확보하자는 방안이다.
다행히 그러한 대책이 효과적이어서 천신만고 끝에 마의 삼각지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충격은 맞닥뜨리는 순간보다 시간이 지났을 때 더 요란하다.
모두들 차가 밑으로 굴러 떨어졌을 때의 가정을 두고 여러 가지 상황을 연출해 본다.
웃고 떠들 수 있는 자는 행복한 자이다.
무엇보다 짧은 한 순간의 판단으로 차를 벼랑 끝에 세울 수 있는 기적이 있었다.
자신은 얼마 전 미국 허드슨강의 불시착으로 승객 150명을 무사히 대피시킨 한 비행사의 침착한 대응과 경험을 높이 사면서
한 회사의 운명을 가늠할 중요한 시점에 직원 모두가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감사할 뿐이다.
이는 전설처럼 두고두고 회자 될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옷깃을 여미는 숙연함으로 남은 인생에 최선을 다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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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에 있는 다리에서 그런일이 있었다는 거지요 ? ㅋㅋㅋ 어찌 이런일이 ...그래도 침착하게 잘 하셨고 우리 도우미 팬들의 열렬한 마음의 간절함이 대하동님께 신의 도움을 요청 한것이 아닐런지요? 뵙고 싶습니다. 글도 참 멋지게 쓰셨어요..^^ 감동, 스릴..느낌까지...멋지십니다. 대장님~~
무협지보다 더 스릴있어...
섬사랑님의 따듯한 답글이 고맙습니다.
올만이요... 하시는일 다 잘 되고 힘찬 나날 되시길 비오..
정말 올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언제나 반갑게 맞아 주시는 하노이님! 복 많이 받으십시요.
란녕하세요? 정말큰일날뻔 하셨네요.다행입니다.저는 한국으로 들어와 잘지내고 있습니다. 다읍번엔 눈오는날 운전하지마세요 ㅎㅎㅎ
일전 한국 들어 가신다는 말씀 들었는데~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기를 바랍니다.
위험한 순간...큰 어려움이 있었군요~ (불가항력은 어쩔 수 없지요...) 신년(?) 액땜으로 생각 하세요 ^^*
보고 싶으이~ 강빵님!
읽다보니 내가 숨이 막힙니다.죽다 살아났네,,,제2의 인생이라 여기고 앞으로 공덕 많이 쌓으시길...
잘 알 것 구만요! 공덕 많이 쌓겠습니다.
때가 안된게지요. 그런일 겪기로는 이골이 난 분아닙니까. 호랑이도 만나시고, 들개도 만나시고...ㅋㅋ 하여튼 다시 볼 수 있어서 하늘에 감사드립니다.
ㅎㅎ 호랭이 정말 봤다니까는~
겁없을 나이는 지난듯한데...ㅋㅋㅋ 항상 객지생활 몸조심하세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겁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는 일 잘 되시죠?
그정도 였습니까? 난 실감이 안나는구먼요. ^^ 그러니까 자주 카페에 들러 꼬리를 달아야지여! 요즘엔 잘 지내고 있는거죠?
요즈음 카페와 산악회 방문이 뜸했습니다. 장거리 출장이 있어서리~ 허나 마음은 항시 같이하고 있습니다.
침착하게 잘 처리하셨네요. 우리가 누굽니까? 몸 건강하십시요....
지나구보니 잘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누군지? 노산은 알겠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