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시귀인 無事是貴人
흔히 우리는 "일을 무사히 끝냈다"고 말한다.
이럴 때의 '무사'란 별 탈이 없었다.
순조롭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선에서는 아무것도 구애받지 않고 인간 본래의 모습 그대로 담담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세류에 흔들리지 않고, 남과 자기를
비교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환경을 즐긴다는 뜻이다.
임제선사의 말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무사가 귀인이다, 꾸미지 말라
(무사시귀인無事是貴人, 단막조작但莫造作). 오직 평상심을 가져라."
귀인은 명예에도 재산에도 지위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그는 세속의 모든 것을 찾지 않는다. 그러니까 무사란 아무것도 찾지 않고, 해야
할 일도 없게 된 무위無爲의 경지에서 본래의 자기로 돌아간 평온함을 말한다.
귀인이란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마음이 고귀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선문에서는 여기서 한층 더 올라가 해탈한 사람,
곧 부처를 뜻한다. 임제는 말했다.
"불佛과 조사祖師가 바로 귀인디다."
이럴 때의 귀인은 '무위無位의 진인眞人'과 통한다.
『장자』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마음이 무사하다면 단칸방도 넓다(심두무사일상관心頭無事一床寬)'
어느 선승이 '백화개수위百花開誰爲' 라고 말했다.
'꽃은 누구를 위해 피는가' 라는 뜻이다.
꽃은 누구를 위해 피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즐겁게 하기 위해 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꽃이니까 피는 것이다. 꽃 중에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산에서 남모르게 소리 없이 피는 것도 있고,
호화로운 저택의 정원에서 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어느 꽃이나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
보잘것없다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가 처한 환경 속에서
무심히 피는 것이다. 민들레꽃은 결코 장미곷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