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할 줄 아는 삶
한 사람이 신께 빌었다.
쌀 항아리를 채워주시고,
과일 광주리를 채워주시고,
고기상자를 채워주시라고.
하도 졸라대는 통에 신은 허락해 주고 말았다.
그런데 쌀 항아리와 과일 광주리와 고기 상자를
주워 담으면 담는대로 커지게끔 만들었다.
그 사람이 쌀 항아리 앞에 가면
쌀이 저절로 생겼다.
쌀 항아리에 쌀을 퍼담는 그는 신이 났다.
한참 쌀을 담다보면 쌀 항아리는 커지는데
고기 상자가 그대로인 게 그는 불만이었다.
이번에는 고기상자 앞에 섰다.
이내 고기가 저절로 생겼다.
고기를 집어넣는 대로 고기 상자 또한 커졌다.
하나 과일 광주리가 그대로인 게 그는 또 불만이었다.
그는 과일 광주리 앞으로 갔다.
한참 과일을 광주리 속에 담다보니
쌀 항아리가 작아보였다.
그는 다시 쌀 항아리한테로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기 상자가 작아 보이지 않은가.
그는 고기 상자한테로 달려갔다.
다음에는 또 과일 광주리한테로 달려갔으며,
이렇게 번갈아 쌀 항아리와 고기 상자와
과일 광주리를 채우다 보니
어느 덧 죽는 날이 다가왔다.
그는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게걸스러운 거지가 되어
살아온 자기 삶을.
그는 신께 항의를 했다.
"어찌 이렇게 거지인 채로 살아오게 하였습니까?"
신이 대답하였다.
"그건 내 탓이 아니라 순전히 네 탓이다.
꽉 차지 않아도 만족할 줄 알았으면
그렇게 살지 않았을 것 아니냐."
***정채봉님의 생각하는 동화 4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