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자~ 떠~나자~ 동해 바~다 로오~ 삼등삼등 완행 열차 기차를~ 타고 오~오오오~'
떠났다.
동해바다 아닌 남해바다로.
오쿠다도 남쪽으로 튀라고 했자너~ㅎ~
아~ 근데 이놈의 허리가 오도방정인지 떠나기로 한 날 아침 또 삐꺼덕~ 하더니만
죽을 맛인 거 있지~
어찌나 괴롭게 아프던지 낑낑대면서도 안 아픈 척 산적 뒤를 따라 나섰지 뭐~
화요일 오후 2시 반 경.
하늘은 기막히게 파랗고 햇살은 기막히게 화사했다.
화사한 햇빛을 받아 갈두 삼거리에서부터의 가로수들이 어찌나 화려하게 예쁘던지
백양사와 내장사의 단풍나무들보다도 더 예쁘더라구~
'우~와~우~와~'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울긋불긋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 길 10K를
돌고 돌아 내려와 해남으로 향했구먼~
추수 끝나 버린 평야지대는 이미 겨울 모드여서 황량함마저 안겨 주더라구~
우리집 주변 풍광과 확연히 대조될 정도로~
그래도 열심히 여기저기 눈도장 찍으며 다다른 곳, 해남 땅끝 마을의 오토 캠핑장.
깨끗하게 단장된 캠프장.
곳곳의 음수대, 야외 탁자, 화장실, 취사실, 샤워장에 노지에서 전기마저 쓸 수 있고
캐러벤까지 갖춰져 있는 곳.
캠핑료 단돈 만원, 옵션, 캐러벤 이용료 4만원.
평일인데도 캠핑족 두팀에 캐러벤 이용팀 3팀이나 있던 곳.
봉고차 가슴팍에 '산적소굴' 이라 이름 써 붙인 우리 봉고차도 거기에 합류했지~
5분도 못 걸려 야영 준비 끝.
야영 할 때마다 시간이 단축 되더구먼~
둘이 손발이 척척 맞아서~
키키~ 그렇기도 하겠지만 요령이 늘어서겠지~
단순 야영의 요령.
모든 걸 간단하게!
간단하게 준비해 간 피크닠자에서 김치와 된장과 풋고추 몇개를 꺼내고 현지 탁주 두병을
조그만 앉은뱅이 탁자에 올려 놨지~
그리곤 해변가를 달려오다 깜박 순간을 놓쳐버린 기막힌 일몰 광경을 떠올렸어~
붉으레한 태양이 수평선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바닷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광경.
그 멋진 광경을 머릿속 정지 모드로 잡아두고 입으로는 탁주 몇모금을 꿀꺼덕 꿀꺼덕 빨아들였지~
바닷 바람은 온갖 것을 날려버리고 싶어 휘이잉 휘잉~ 울부짖는데~크크크~
아니~ 허리 아프다는 사람이 바람 틸틸 부는 해변의 야영장에서 미친짓을 해?
큭~ 때론 미쳐야 돼!
미쳐서 산적 뒤를 따르니까 누군가가 허리 안아프게 주사 놔 주더라구~
가는 도중 주사 한대 맞았더니 아무렇지도 않던걸 뭐~
먹먹한 통증은 남아 있었어도 그런 통증 쯤이야~
기막힌 풍광과 기막힌 탁주 맛과 기막힌 야영장이 있는데 뭘~
더우기, 분위기 쥑이자너~
비록 해풍은 잡아먹을듯이 으르렁댔지만~
일찌감치 시작한 탁주 시음식을 알콩달콩 둘이서 느긋하게 끝내고 주변을 다시 한번
어슬렁 어슬렁 탐방해보니 3팀이었던 캐러벤장엔 이용객이 늘어 차가 도합 7대.
캠핑장엔 한팀 더 불어 4팀(우리 포함)의 캠핑족들이 드문드문 자리잡고 조용히 바닷 내음과
소리들을 음미하고 있더라구~
훤히 밝혀진 가로등 불빛 아래, 철썩 쏴~ 철썩 쏴아~ 하는 파도 소리와 함께~
아~ 흠~~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 따땃한 온수 매트 위에서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보니,
광기 어린 해풍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살랑살랑 초겨울 바닷바람이 아침을 밝히더구먼~
고양이 세수하고 산적 뒤를 따라 해변으로 내려서보니 모래 사장 위엔 밤 내 희희덕거리던
파도의 흔적들이 잔잔한 물결무늬를 만들어 놓았고, 갑자기 내려앉았다 뭔가를 낚아채 간
제법 큰 새의 발자국도 있고, 참새 발자국 같은 앙징맞은 발자국도~
백사장과 해변을 가르는 콘크리트 계단 경계선을 따라 죽 이어져있는 발자국을 쫓아가봤더니
뭔가가 잽싸게 움켜쥐며 남긴 흔적이 보여 비로소 쥐와 고양이의 한판 사투가 벌어졌으리라는
것도 짐작하게 되고.
좌우지간, 일찌감치 멀리서 고기잡는 멍텅구리배를 뒤로하고 간단히 아침 해결.
여장 꾸려 땅 끝 전망대에 눈도장 찍고 해안도로 달려 달마산에 다다라 올라보니,
자하루 외, 20여개의 전각들이 층층이 자리잡고 앉아 있는 신라 경덕왕때 첫 축조했다는 미황사.
화려하고 요란한 단청이 없는 나무 원색 그대로인 수수한 절사가 고풍스러운 멋을
은은히 풍기는 미황사.
해발 500 미터도 못 되면서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거대 암석산인 달마산 미황사.
인도의 아잔타 석굴 벽화, 중국의 둔황고굴의 천불 벽화에 비견되기도 했다는
대웅보전의 내부 벽화가 현존하는지 아닌지, 마침 스님들께서 문을 닫고 조용히 수행중이어서
보지 못하고 온 게 못내 아쉬웠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구비구비 돌고돌아 강진으로 장흥으로,
명발당으로 백련사로 토요장터로 훑고 돌아오며 느끼는 점 하나.
장성이건 곡성이건 해남이건 장흥이건 관광객 유치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관(觀)평.
평일인데도 붐비는 점으로 봐서.
특히, 장흥의 한우 토요 장터는 먹거리 관광으로.
거기에 비해 화순은?
가는 곳마다 알아보는 사람이 꽤 되는 우리 내외보다도 못하지 않을까~~
ㅋㅋ~
2010.11.04. 아낙네( http://산적소굴.kr )
첫댓글 땅끝 마을 해남에 그런 좋은데가,!!!^^봄에 남도 여행을 했으나, 시간상 해남까지는 못 갔는데 꼭 가보고싶었던, 화순 운주사는 얼마전 운주사 주변이 산불로 온통 다 타버려서, 아주 황량해서 마음까지 우울 했는데 ,다음엔 꼭 해남까지 가서 우슬재, 대흥사도 구경하고 그리고 순천만까지 다녀와야 겠습니다 ^^
ㅎ 담에 운주사나 순천만 가실 기회에 한번 들르십시오.
저는 삼년전에 남해를 다녀왔었습니다. 거기 또한 넘 좋았던 기억.... 또 가고싶습니다. 보리암도 다시 가고싶고, 바닷가 , 산꼭대기 다랭이마을도 .....
남해 보리암이며 다랭이 마을 좋지요. 저희도 그때쯤 다녀 온듯... 시골에 살면서 짜투리 시간을 내어 세상 구경을 할 필요가 있다는걸 절실하게 느낍니다.
아련하게 생각나네요.큰애가 두살때인가 해서 땅끝마을 다녀 왔던기억이..
산적님의 여행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래서, 저도 언젠가는 따라해 보려고 열심히 읽고 기억하려 애씁니다. 감사합니다...선배님!
고맙습니다.
어휴~부러워요. 이 아름다운 가을을 밭으로, 논으로 뛰어다니느라 다 보내버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