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중국진출 잔혹사(史)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이 심상찮다. 굵직한 한국 대표기업들의 파산, 청산소식은 샤오미와 화웨이 휴대폰에 밀린 삼성전자 뉴스만큼 현지 교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간 중국 사업 실패 역사를 돌이켜보면 최근 한국기업들의 탈(脫)중국 현상은 이전과는 또 다르다.
6월 24일 보광그룹 계열사인 보광전자 쑤저우 공장이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책임자들이 돌연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법인장을 포함 현지채용 직원 4명이 1주일간 억류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삼성전자 중국 내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였던 보광전자는 최근 반도체 업계 악화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한때 1000명이었던 직원을 약 600명으로 감축했다. 중국 언론은 중국 내 일고 있는 외국 위탁공장 파산 붐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보도했다.
보광전자는 파산 직후 노동국을 통해 200만 위안을 직원 인건비와 경제보상금 명목으로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 3차 밴더업체는 위기에 내몰렸다. 이 중 12개 업체는 지난 9일까지 쑤저우 우장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한 피해 업체에 따르면 협력업체의 미수대금은 총 1000만 위안에 달하며 이중 100만 위안이 넘는 업체가 3곳이라고 밝혔다. 또 공상은행 우장지점은 200만 위안의 신용대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공상은행 한국 본사를 통해 외환반출 혐의로 법적대응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피해 업체들은 보광전자의 파산 원인을 과도한 외화반출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초에는 LG전자 상하이법인(LGESH)이 폐쇄했다. 현재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LG전자는 1995년 LG전자 지분 70%, 중국정부 지분 30%로 문을 열었다. 20년 만에 수익성 저하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LG전자 상하이 법인은 초기 LG전자의 디지털AV 제품을 생산해오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보안 카메라 관련 제품을 공급해왔다.
언론에 따르면 중국 비용 상승과 로컬 브랜드의 성장으로 손실이 계속 커지다 지난해에는 무려 94억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의 보상금 문제를 해결하고 후이저우로 으로 일부 생산설비와 인력을 이동했다. 현재 LG전자는 중국 내 생산 사업장만 12개를 보유하고 있다.
카페베네도 매각설이 돌고 있다. 2012년 중국 업체와 합작형태로 진출한 카페베네는 최근 상하이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대금 약 600만 위안과 인건비 체불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1분기 부채총계는 1534억원, 그러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88억원에서 20억원으로 크게 악화됐다. 작년까지 가맹점 600여개였던 카페베네는 3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상하이 교민들은 가까이에서 이마트의 몰락을 지켜봤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한때 중국 내 27개까지 점포를 운영해오다 2012년 매각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올 1분기에만 2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또 한때 중국진출 한국 성공기업으로 손가락 안에 꼽혔던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도 중국의 부동산 건설경기 둔화와 현지 저가 업체의 공세로 시장 점유율이 12%에 그쳤다. 10년 전 40%를 차지했던 호황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현재 중국 시장은 전자, 자동차를 제외한 조선, 공정기계, 화학제품 분야에서 2012년 이후 경영위기에 빠져있다. 이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한국 업체들이 중국진출 잔혹사를 겪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앞으로 중국 시장의 재편과 함께 무섭게 성장하는 토종 업체들이 한국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견이 막연한 전망만은 아닌 듯하다.
<주간무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