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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호 지천하(不出戶 知天下)
문 밖을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심오한 도리를 깨친 사람의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不 : 아닐 불(一/3)
出 : 날 출(凵/3)
戶 : 집 호(戶/0)
知 : 알 지(矢/3)
天 : 하늘 천(大/1)
下 : 아래 하(一/2)
출전 : 노자(老子) 第47章
이 성어는 노자(老子) 47장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不出戶, 知天下; 不窺牖, 見天道.
문(門; 집)을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고, 창문으로 엿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를 알 수 있다.
其出彌遠, 其知彌少.
그 나감이 점점 멀수록, 그 앎이 점점 적어진다.
是以聖人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為而成.
이런 까닭에 성인은 행하지 않고도 알고, 보지 않고도 밝게 살피며, 하지 않고도 이루어 낸다.
문을 나서지 않음이 천하를 하는 것이며(不出戶, 知天下),
문틈으로 내다보지 않음이 하늘의 도를 보는 것이다(不窺牖, 見天道).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점점 더 (道를) 알지 못하게 된다(其出彌遠, 其知彌少).
그러므로 성인 돌아다니지 않음이 그 아는 것이고(是以聖人不行而知),
보지 않음이 그 이름이며, 하지 않음이 이룸이다(不見而名, 不為而成).
앉아서 천하를 안다
'방문을 나가지 않고 천하를 안다(不出戶 知天下)'란 말이 있다. 유득공의 글 ‘청령국지서(蜻蛉國志序)’는 이렇게 시작한다. “방문을 나가지 않고서도 사방 오랑캐의 사정을 아는 것은 독서하는 사람이 아니고선 불가능하고, 독서를 해도 뜻 있는 선비가 아니고선 역시 불가능하다(不出戶而知四夷之事, 非讀書人不能).”
사람들이 이덕무를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렀는데, 유득공은 말했다. “아, 나의 작고한 벗 이덕무가 어찌 한갓 독서만 하는 사람이었다 하겠는가(嗟吾故友李懋官豈徒讀書人云乎哉)?”
규장각 검서관인 이덕무와 유득공이 왕명을 받아 역대 병지(兵志)를 편찬하게 됐다.
초고를 완성해 임금 정조를 뵈었더니, 임금이 말했다. “이제 중국과 우리나라의 병제를 알게 됐다. 그런데 여진, 몽고, 일본, 유구(琉球)도 우리나라 남과 북의 이웃이 아니냐? 그 나라 군사 제도를 모르면 안 된다. 너희가 편찬하여 바치도록 해라(上曰中國而自周至于皇明。我東而自新羅百濟高句麗至于勝國。今皆可知矣。女眞蒙古日本琉球。獨非我南北之隣乎。不可不知其軍陳之制。爾等其續撰以奏).”
물러나와 유득공이 이덕무에게 말했다. “내각(內閣)에 관련 책이 없을 텐데 어떡하죠?(旣退余謂懋官曰內閣恐無此種書奈何)” “내가 가지고 있소(懋官曰我有之矣).”
이덕무는 글상자를 뒤져 깨알같이 쓴 책을 찾아냈다. 북로(北虜)와 해외 여러 나라의 사정이 매우 상세했다. 마침내 가려 편집하여 책을 만들어 바쳤다.
하루는 담을 쌓는데, 한 일꾼이 “표류하여 일본 장기도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덕무가 아란타(阿蘭陀; 네덜란드) 사람의 용모를 들어 따져 물었다.
일꾼은 깜짝 놀라 말했다. “공(公)은 언제 그 먼 나라에 다녀오셨는지요?” 좌중이 한바탕 웃었다(有築垣役夫自言漂到日本之長碕島者。懋官擧阿蘭陀人狀貌以詰之。役夫大驚曰公於何年游彼國乎。坐皆大笑).
이덕무가 앉아서 주변국 사정을 아는 것은 독서의 힘이었다. 그가 저술을 많이 한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청령국지' 두 권도 그런 결과다. '청령국'이란 일본을 가리키는데, 땅 모양이 청령(청령; 잠자리)과 유사해 부른 별칭이란다.
(所著書有蜻蛉國志二卷。蜻蛉國者。日本別稱。其國地形有似蜻蛉故云)
이덕무가 이 책을 편찬하면서 그 나라의 역사에 따라 위황(僞皇)의 연대와 관백(關白)의 시말(始末)에서 산천(山川), 도리(道里), 풍요(風謠), 물산(物産), 그리고 서남쪽 여러 번(蕃)과의 왕래와 교역에 이르기까지 사실에 근거하여 쓰지 않은 것이 없다.
고증과 조사를 정밀하고 상세하게 하여 풍문으로 들은 헛된 말은 없으니,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읽으면 선린외교를 펼 수 있고, 국경을 넘어 일본에 가는 사람이 읽으면 그 나라를 엿보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방문을 나가지 않고서 천하를 알고, 멀리 나갈수록 오히려 아는 것이 적어진다. 노자의 말이다. 외부의 견문이 도리어 인식을 방해하는 상황을 말한 것이다.
독서가 전부도 아니고 양태도 다양해졌지만, 앉아서 천하를 아는 데는 풍부한 독서만한 것이 없다.독서는 나의 힘!
불출호 지천하(不出戶 知天下)
집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알다, 도리를 깨친 경지
집을 나서지 않아도(不出戶) 천하를 알 수 있다(知天下)는 알쏭달쏭한 말이다. '외짝문'을 뜻했던 戶(호)가 문, 출입구에서 집이란 의미로 넓어졌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세상의 모든 일을 알 수 있다면 어떤 경지일까. 방 안에서 온갖 나라의 시시콜콜한 정보를 알려주는 TV나 인터넷이라도 단편적일 텐데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이 노자(老子)가 한 말이라면 어렴풋이 뜻이 떠오른다. 그는 스스로를 숨겨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내세웠으니 심오한 도리를 깨친 경지를 말하는 것이겠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은 상하 두 편 모두 81장으로 된 책이다. 간단한 운문체로 되어 있지만 잠언(箴言)이나 주문(呪文)을 엮어놓은 듯하여 함축된 의미는 연구하는 사람마다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을 정도로 심오하다.
하편 47장의 감원(鑒遠) 내용을 보자.
不出戶 知天下
집 나서지 않고 천하의 모든 것을 알고,
不窺牖 見天道
창밖을 엿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를 아네.
其出彌遠 其知彌少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아는 것은 더욱 적어질 뿐
버려서 얻고 비워서 채운다는 뜻대로 지식을 가득 채우기만 하여 아는 것이 먼 곳까지 미치게 되면 가까이 있는 일을 모를 수 있다.
반면 과거와 현재를 알면 미래를 거울처럼 알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성의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사유하면 구체적인 현장을 가거나 사물을 살피지 않더라도 파악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어진 말에는 '성인은 행하지 않고도 알며, 보지 않고도 밝힐 수 있고, 직접 하지 않아도 이루어낸다(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고 했다. 낙엽 하나로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아는(一葉落知天下秋) 도승의 경지다.
밖을 나서지 않고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면 좋겠는데 영국의 4인조 그룹 비틀즈가 이런 내용으로 노래한 것이 있어 흥미롭다.
한국팬클럽서 소개한 'The Inner Light(내면의 빛)'의 가사는 노자를 번역한 듯하다. 앞부분을 보자.
Without going out of my door/ I can know all things on earth
나는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네,
Without looking out of my window/ I could know the ways of heaven
나는 창문 밖을 보지 않아도/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있다네.
좌조(坐照) - 앉아 천리, 서서 만 리를 본다
불출호 지천하(不出戶 知天下)=성인은 집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안다. 좌조(坐照)에 이른 고수는 앉아 천리, 서서 만 리를 내다본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는 사람은 아직 하수다. 진정한 고수는 보이지 않아도 본다. 지혜라는 이름의 또 다른 눈을 통해서다.
위기구품의 여덟 번째 품계인 좌조(坐照)는 '가만히 앉아서도 천변만화를 훤히 내다본다'는 단계다. 프로기사 8단의 별칭인 좌조의 경지에 이르면 천문지리를 두루 꿰고 있기에 방안에 앉아서도 삼라만상의 변화를 훤히 꿰뚫는다. ‘좌시천리(坐視千里) 입시만리(立視萬里)’라는 표현처럼 말 그대로 앉아서 천 리, 서서 만 리를 내다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고사 하나를 사마천의 '사기' 신릉군(信陵君)열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날 신릉군이 위(魏)나라 왕과 바둑을 두고 있는데 북쪽에서 봉화가 올라왔다. '인접한 조(趙)나라의 군대가 국경을 넘어왔다'는 급보였다. 왕이 바둑판을 물리고 허겁지겁 대신들을 부르려고 하자 신릉군이 말렸다. "별거 아닙니다. 조나라 군대는 쳐들어온 게 아니라 그쪽 왕이 사냥하는 것을 호위해 국경을 넘어온 것일 뿐입니다."
위나라 왕이 불안해서 바둑을 두는 둥 마는 둥하고 있는데 북쪽에서 다시 봉화로 알려왔다. 조나라 왕이 사냥을 나왔으며, 군대 침공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위나라 왕이 깜짝 놀라 신릉군에게 물었다. "아니, 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족집게처럼 맞혔소?"
그러자 신릉군이 싱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 집의 식객 중 하나가 조나라 왕의 근황을 늘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지 않고도 조나라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 수 있는 거지요."
이처럼 방책을 쓰면 가만히 앉아서도 천리 밖을 내다볼 수 있다. 천리안은 마술사의 신통력이 아니다. 좌조에 이른 고수는 지혜라는 또 다른 눈을 이용해서 보지 않고도 먼 곳의 동정을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본다.
'회남자'에 '나뭇잎 하나가 지는 것을 보고 한 해가 저문 것을 알고, 병속의 얼음을 보고 세상이 추워졌음을 안다'는 표현이 나온다. 좌조의 고수는 오동잎 하나가 지는 것을 보고서도 천하의 계절이 바뀌었음을 안다. 육안은 현상을 보지만, 심안(心眼)은 이치를 본다. 심안 곧 지혜의 눈을 갖춘 사람은 작은 낌새 하나를 통해서도 다가올 대변화를 읽어낸다.
'춘추'를 기록한 공자는 콩잎 하나에서 천하의 추세를 읽기도 했다. 노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춘추를 보면 '겨울인 12월에 서리가 내렸는데도 콩잎이 시들지 않았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하찮은 일까지 기록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시들어야 할 것이 시들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마땅히 죽어야 할 것이 죽지 않으면 한겨울에 복숭아와 오얏이 열매를 맺게 됩니다. 초목이 자연의 법도를 어긴다는 것은, 군주가 하늘의 법도를 어겼다는 징표가 아니겠습니까?"
당시 노나라는 숙손씨를 비롯한 대부들이 권력을 틀어쥐고 정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래서 초목과 금수가 하늘의 뜻에 감응해 이상 징후를 보이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겨울인데도 시들지 않은 콩잎은 천하의 도리가 어긋나고 있다는 징후라는 것이다.
중국 한나라의 명재상 병길(丙吉)의 고사에서도 좌조의 안목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날 병길이 수레를 타고 외출을 했는데 거리에서 사람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았다. 그 중에 어떤 이는 쓰러져 피를 흘리고, 죽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병길은 나 몰라라 하고 그냥 지나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소달구지를 끌고 오는 농부와 마주쳤다. 소를 보니 혀를 늘어뜨리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러자 병길이 수레를 멈추게 하더니 시종을 시켜 농부에게 물었다. "지금 이 소가 어디서 얼마나 멀리 걸어왔는가?"
농부가 대답했다. "아직 여름 전인데 소가 땀만 흘리고 영 맥을 못 춥니다요."
병길은 시종들에게 "어서 수레를 돌려 관청으로 돌아가자"라고 지시했다.
시종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병길에게 물었다. "재상 어른, 물어야 할 것은 묻지 않으시고 묻지 않아도 될 것은 물으신 까닭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병길의 대답은 이랬다. "백성이 서로 싸우는 것은 도성의 관리들이 단속할 일이네. 재상인 내가 시시콜콜 간섭할 사안이 아니지. 하지만 여름도 아닌데 소가 숨을 헐떡거리는 건 이제까지 없었던 이상기후의 조짐이 아니겠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장 올 여름 농사가 걱정이고, 큰 재해가 닥칠지도 모를 일이지. 재상인 나는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세워야겠기에 어서 수레를 돌리라고 한 것일세."
명재상 병길처럼 좌조의 고수는 사소한 것에서 거대한 변화를 읽고 미리 대비한다. 하수는 육안으로 나타난 결과를 보지만, 고수는 지혜의 눈으로 징조를 보는 까닭이다. 이는 마치 의사가 환자를 살펴 병세를 진단하는 것과도 같다.
고대 중국의 전설적 명의인 편작(扁鵲)은 그의 저작으로 알려진 '난경(難經)'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보기만 하고도 병을 알아내는 것은 '신(神)'이고, 듣기만 하고서도 알아내는 것을 '성(聖)'이며, 묻고서 병을 알아내는 것을 '공(工)'이라고 하고, 환자를 만져보고서야 알아내는 것을 '교(巧)'라고 이른다."
한마디로 척 보면 병을 아는 것이 최상이고, 물어보고서 아는 것은 중간이며, 만져보고 나서야 아는 것은 그 아래라는 뜻이다.
편작은 척 보기만 해도 몸속에 무슨 병이 있는지 알아맞히는 명의였다. '사기'의 편작열전을 보면 그는 방안에 앉아서도 담장 밖의 사물을 투시하는 신통력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어느 도인이 전해준 신비한 환약 덕분인데, 전설이 가미된 그의 스토리를 잠시 따라가 보자.
편작은 젊은 시절 남의 객사에서 관리인으로 지냈는데, 그를 눈여겨 본 도인이 은밀히 불렀다. "내가 비전(祕傳)의 의술을 알고 있는데, 그대에게 전해주려 하네. 절대로 남에게 발설하지 말게나."
그러면서 도인은 품속에서 환약을 꺼내 편작에게 건넸다. "깨끗한 풀잎에 맺힌 이슬에 이 약을 타서 마시게. 30일이 지나면 사물을 꿰뚫어볼 수 있게 될 걸세."
편작이 약을 복용한 지 30일이 지나자 과연 눈이 밝아져 방안에 앉아서도 담장 밖에 오고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환자를 대하면 몸속 오장육부에 맺힌 작은 멍울까지 들여다 보였다. 말하자면 편작은 앉아서도 천리 밖을 내다보는 좌조의 경지에 이른 셈이다. 이런 능력으로 의술을 행하자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리는 명의로 소문이 나게 됐다.
그런데 편작의 투시력이 신비의 환약 효과 때문이 아니라 깊은 지혜에서 나온 것임을 보여주는 일화가 전해진다. 편작은 탁월한 의술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의 아버지의 병은 고치지 못했다. 오랫동안 약을 지어 드려도 아버지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주위에서 까닭을 궁금해 했다.
한 번은 편작이 외지로 나가 오랜 시간 집을 비우게 되자 그의 제자에게 약을 지을 것을 부탁했다. 제자는 편작의 처방이 별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약을 지었다. 편작의 아버지는 그 약을 먹고 얼마 안지나 병이 싹 나았다.
얼마 후 집에 돌아온 편작에게 제자가 으쓱거리는 마음으로 자신이 한 일을 얘기했더니 편작의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아, 큰일이구나. 아버지의 장례식을 준비할 날이 멀지 않았구나."
제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병이 다 나으셨는데 장례식이라니?"
몇 개월 후 편작의 말대로 그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장례식을 치르게 됐다. 제자가 도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스승에게 물었다. 편작의 설명은 이랬다. "아버지는 몸이 건강하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드신다네. 그 바람에 병에 걸리신 거지. 그래서 아버지의 병을 단번에 고치지 않고 조금씩 남겨 놓았다네. 그런데 자네가 지어준 약을 드시고 병이 다 나았으니, 옛 습관으로 돌아가 다시 몸을 망칠 것이고, 그러면 곧 돌아가실 것이라고 말했던 걸세."
스승 편작과 그의 제자는 이렇게 보는 눈이 달랐다. 하수는 당장의 현실만 보지만, 고수는 그 다음에 벌어질 수순까지 내다본다. 편작과 제나라 환후(桓候)의 고사는 고수와 하수의 눈이 어떻게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제나라를 방문한 편작이 환후를 만나 그의 얼굴에 병의 기미가 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임금에게는 병이 있습니다. 지금은 피부에 머물러 있으니 어서 손을 쓰십시오." 그러나 환후는 "멀쩡한 내게 무슨 병이 있단 말이오"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뒤 편작이 다시 환후를 만나서 말했다. "임금의 병은 이제 살갗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서둘러 치료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환후는 언짢은 표정으로 편작의 말을 흘려들었다.
다시 열흘이 지난 뒤 편작이 말했다. "임금의 병은 이제 위장까지 번졌습니다. 놔두면 위험합니다." 환후는 더욱 불쾌해 하며 편작을 물리쳤다.
열흘 뒤에 다시 편작이 환후를 만났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그냥 바라만 보다가 바로 물러났다. 이상하게 여긴 환후가 사람을 보내 까닭을 묻자 편작은 이렇게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바르는 약으로 고칠 수 있고, 살갗 속에 있을 때는 침이나 뜸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위장에 이르렀을 때는 탕약으로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에 이르면 귀신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임금의 병은 이미 뼈 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이젠 백약이 소용없지요."
과연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자 환후는 온 몸의 뼈마디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제야 황급히 편작을 불렀으나, 그는 이미 도망친 뒤였다. 환후는 결국 골수에 든 병으로 죽고 말았다.
편작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병을 보았지만, 환후는 제 몸의 병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편작은 작은 증세에서 큰 병의 징후를 읽었고, 환후는 큰 병이 나타날 때까지 작은 증세들을 깨닫지 못했다. 고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만, 하수는 뻔히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한다는 말 그대로였다.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성인은 문을 나서지 않고도 세상을 알고(不出戶 知天下), 창밖을 엿보지 않고도 하늘의 운행을 본다(不闚牖 見天道)"라고 했다. 고수는 가만히 앉아서도 세상일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본다. 세상 이치를 두루 꿰었기에 가지 않고도 알고, 보지 않고도 본다. 좌조에 이른 고수는 나뭇잎 하나가 지는 것을 보고도 천하가 가을로 기울었음을 알고, 병속의 물이 얼면 한겨울 인내해야 할 때임을 안다.
보이는 것을 보는 사람은 아직 고수라 할 수 없다. 진정한 고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방에 앉아 담장 너머의 세상을 내다보는 것은 육안(肉眼)이 아니다. 지혜라는 이름의 또 다른 눈은 담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대의 앞길을 훤히 비춰줄 것이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出(날 출, 단락 척)은 ❶상형문자로 岀(출)은 통자(통자), 齣(척)의 간자(簡字)이다. 식물의 싹이 땅위로 돋아나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나다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出자는 ‘나가다’나 ‘떠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出자는 사람의 발이 입구를 벗어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出자의 갑골문을 보면 움푹 들어간 것 위로 발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발이 입구를 나왔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出자는 이렇게 출구를 나오는 모습으로 그려져 ‘나가다’나 ‘떠나다’라는 뜻을 표현했다. 후에 형태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본래는 입구에서 발이 나오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그래서 出(출, 척)은 ①나다, 태어나다, 낳다 ②나가다 ③떠나다, 헤어지다 ④드러내다, 나타내다 ⑤내놓다 ⑥내쫓다, 추방하다 ⑦돌려보내다 ⑧내어주다, 셈을 치르다 ⑨버리다 ⑩게우다 ⑪샘솟다, 뛰어나다 ⑫이루다 ⑬시집가다 ⑭자손(子孫) ⑮처남 ⑯꽃잎 그리고 ⓐ희곡(戱曲)의 한 단락(段落)(척) ⓑ연극의 한 장면(척)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낳을 산(产), 살 활(活), 날 생(生), 낳을 산(産),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들 입(入), 빠질 몰(沒), 떨어질 락(落), 들일 납(納), 이지러질 결(缺)이다. 용례로는 배가 돛을 달고 떠남으로 단체가 새로 조직되어 일을 시작하는 것을 출범(出帆), 길을 떠남 또는 일을 시작하여 나감을 출발(出發), 무슨 지방이나 학교나 직업 등으로부터 나온 신분을 출신(出身), 자금을 냄이나 밑천을 냄을 출자(出資), 사회적으로 높이 되거나 유명해짐을 출세(出世), 어떤 자리에 참석함을 출석(出席), 근무처로 일하러 나가거나 나옴을 출근(出勤), 나가고 들어감을 출입(出入), 선거에 입후보함을 출마(出馬), 책이나 그림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보냄을 출판(出版), 집을 떠나 감이나 속세를 떠나서 승려가 됨을 출가(出家), 시험 문제를 내는 것을 출제(出題), 사물이 나온 근거를 출처(出處), 뭇 사람 속에서 뛰어남을 출중(出衆), 같은 사물이 거듭 나오거나 생김을 중출(重出), 국내에서 외국으로 재화를 팔기 위하여 실어 냄을 수출(輸出), 문안이나 의견이나 법안 등을 내어놓음을 제출(提出), 용매를 써서 고체나 액체에서 어떤 물질을 뽑아 내는 일을 추출(抽出), 대부하기 위하여 지출함을 대출(貸出), 어떤 목적을 위하여 금전을 지불하는 일을 지출(支出), 새로 이루어서 생겨 남을 창출(創出), 뿜어 나옴이나 내뿜음을 분출(噴出), 한 목적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기 금품을 냄을 각출(醵出), 감춰지거나 가려져 있는 대상이나 사실을 보이거나 알 수 있도록 드러내는 것을 노출(露出), 불필요한 물질을 밀어서 밖으로 내보냄을 배출(排出), 위험한 상태에서 구하여 냄을 구출(救出),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자신에게로 돌아감을 일컫는 말을 출이반이(出爾反爾), 부모님께 나갈 때는 갈 곳을 아뢰고 들어와서는 얼굴을 보여 드림을 일컫는 말을 출곡반면(出告反面),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평판이나 명성을 일컫는 말을 출람지예(出藍之譽), 봄이면 새가 깊은 산골짜기에서 나와 높은 나무 위에 올라앉는다는 뜻으로 사람의 출세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출곡천교(出谷遷喬), 하늘이 낸 열녀란 뜻으로 절개가 굳은 여인을 이르는 말을 출천열녀(出天烈女), 평범한 부류에서 훨씬 뛰어남을 일컫는 말을 출류발췌(出類拔萃), 들고 나는 것이 비할 데 없이 잦음을 일컫는 말을 출몰무쌍(出沒無雙), 어떤 일이 뜻밖에 일어남을 일컫는 말을 출기불의(出其不意), 출가한 딸은 남이나 마찬가지임을 일컫는 말을 출가외인(出嫁外人), 하늘이 낸 효자라는 뜻으로 지극한 효성을 이르는 말을 출천지효(出天之孝) 등에 쓰인다.
▶️ 戶(집 호/지게 호)는 ❶상형문자로 戸(호)는 통자(通字), 户(호)는 간자(簡字)이다. 門(문)의 반쪽을 본뜬 글자이다. 護(호)와 음(音)이 같으므로 입구(入口)를 수호(守護)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❷상형문자로 戶자는 '지게'나 '출입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戶자는 외닫이 문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戶자를 보면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외닫이 문이 그려져 있었다. 양 문을 열고 들어가는 대문이 門(문 문)자라면 戶자는 집 안에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가던 문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戶자에서 말하는 '지게'라는 것은 짐을 옮기는 도구인 '지게'가 아닌 '외짝 문'을 다르게 부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戶자는 '외짝 문'을 그린 것이지만 부수로 쓰일 때는 '출입구'나 '집' 또는 집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러나 肩(어깨 견)자처럼 단순히 글자의 모양만 빌려 쓰는 예도 있다. 그래서 戶(호)는 (1)행정상 사회 조직의 단위인 집. 곧 호적상의 가족으로 구성된 집 (2)칠사(七祀)의 하나. 출입(出入)을 맡은 궁문(宮門)의 작은 신(神)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집 ②지게 ③구멍 ④출입구(出入口) ⑤주량(柱梁: 기둥과 대들보) ⑥방 ⑦사람 ⑧막다 ⑨지키다 ⑩주관(主管)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당(堂), 집 우(宇), 집 택(宅), 집 실(室), 집 가(家), 집 궁(宮), 집 옥(屋), 집 저(邸), 집 원(院), 집 사(舍), 집 헌(軒), 집 각(閣), 집 관(館)이다. 용례로는 홋수와 한 집안의 식구를 적은 부책을 호적(戶籍), 한 집안의 주장이 되는 주인을 호주(戶主), 호적 상으로 집의 수효와 사람의 수효를 호구(戶口), 집의 수효 또는 호적 상의 집수를 호수(戶數), 하나 하나의 모든 집을 호호(戶戶), 집집마다 나서서 하는 부역을 호역(戶役), 집마다에 배당된 몫을 호당(戶當), 술을 몹시 많이 마시는 사람을 호대(戶大), 한 집안의 주장이 되는 주인을 호두(戶頭), 봄가을의 두 철로 집집마다 무명이나 모시 따위를 물리어 받던 구실을 호포(戶布), 집으로 드나드는 문을 문호(門戶), 썩 많은 집을 만호(萬戶), 호적 상의 집 또는 작은 촌락의 집 수를 세는 말을 가호(家戶), 가난한 백성을 하호(下戶), 장사하는 사람의 집을 상호(商戶), 창과 문의 통칭을 창호(窓戶), 농사를 짓는 집을 농호(農戶), 사람이 넉넉하고 식구가 많은 집안을 대호(大戶), 세금이나 추렴 따위를 다른 집의 반만 내는 집을 반호(半戶),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집이라는 뜻으로 빈집이 아닌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연호(煙戶), 집집마다 찾아 다닌다는 뜻으로 마마媽媽를 일컫는 말을 호구별성(戶口別星), 집집마다 찾아 다님을 호별방문(戶別訪問), 앓은 사람이나 늙은이가 겨우 마당에까지만 드나든다는 호정출입(戶庭出入), 각 집이나 집집마다 또는 모든 집을 일컫는 말을 가가호호(家家戶戶), 문을 닫은 선생이라는 뜻으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독서만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폐호선생(閉戶先生), 마음대로 드나들게 터놓음을 일컫는 말을 문호개방(門戶開放), 집집마다 알려주어 알아듣게 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이르는 말로 가유호효(家喩戶曉), 문벌이 서로 어슷비슷함 또는 결혼 조건이 갖추어진 상대를 일컫는 말을 문당호대(門當戶對), 한 겨레 붙이나 또는 한 무리 속에서 서로 패가 갈리어 각각 나누어서 따로 문호를 세움을 일컫는 말을 분문열호(分門裂戶), 문을 닫은 선생이라는 뜻으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독서만 하는 사람을 폐호선생(閉戶先生) 등에 쓰인다.
▶️ 知(알 지)는 ❶회의문자로 口(구; 말)와 矢(시; 화살)의 합자(合字)이다.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말한다. 많이 알고 있으면 화살(矢)처럼 말(口)이 빨리 나간다는 뜻을 합(合)하여 알다를 뜻한다. 또 화살이 꿰뚫듯이 마음속에 확실히 결정한 일이나, 말은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알다, 알리다, 지식 등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知자는 '알다'나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知자는 矢(화살 시)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知자는 소전에서야 등장한 글자로 금문에서는 智(지혜 지)자가 '알다'나 '지혜'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슬기로운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智자는 '지혜'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知자는 '알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말을 빠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知자도 그러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知(지)는 (1)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신의 작용하는 힘. 깨닫는 힘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알다 ②알리다, 알게 하다 ③나타내다, 드러내다 ④맡다, 주재하다 ⑤주관하다 ⑥대접하다 ⑦사귀다 ⑧병이 낫다 ⑨사귐 ⑩친한 친구 ⑪나를 알아주는 사람 ⑫짝, 배우자(配偶者) ⑬대접(待接), 대우(待遇) ⑭슬기, 지혜(智慧) ⑮지식(知識), 앎 ⑯지사(知事) ⑰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인(認), 살펴 알 량/양(諒), 알 식(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을 지식(知識),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을 지혜(知慧),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지혜로운 성품을 지성(知性), 지식이 있는 것 또는 지식에 관한 것을 지적(知的), 알아서 깨달음 또는 그 능력을 지각(知覺), 지식과 도덕을 지덕(知德), 아는 사람 또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봄을 지인(知人), 새로운 것을 앎을 지신(知新), 은혜를 앎을 지은(知恩), 지식이 많고 사물의 이치에 밝은 사람을 지자(知者),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앎을 지지(知止),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 여러 사람이 어떤 사실을 널리 아는 것을 주지(周知), 어떤 일을 느끼어 아는 것을 감지(感知),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붕지(朋知), 기별하여 알림을 통지(通知), 인정하여 앎을 인지(認知), 아는 것이 없음을 무지(無知), 고하여 알림을 고지(告知), 더듬어 살펴 알아냄을 탐지(探知), 세상 사람들이 다 알거나 알게 함을 공지(公知), 서로 잘 알고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을 친지(親知), 자기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를 일컫는 말을 지기지우(知己之友),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말을 지피지기(知彼知己), 참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지행합일(知行合一),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등에 쓰인다.
▶️ 天(하늘 천)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이 서 있는 모양(大)과 그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늘(一)의 뜻을 합(合)한 글자로 하늘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天자는 ‘하늘’이나 ‘하느님’, ‘천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天자는 大(큰 대)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天자를 보면 大자 위로 동그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天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하늘’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단순히 획을 하나 그은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天(천)은 (1)하늘 (2)범 인도(印度)에서 모든 신을 통들어 이르는 말. 천지 만물을 주재 하는 사람, 곧 조물주(造物主)나 상제(上帝) 등 (3)인간세계보다 훨씬 나은 과보(果報)를 받는 좋은 곳. 곧 욕계친(欲界責), 색계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 등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늘 ②하느님 ③임금, 제왕(帝王), 천자(天子) ④자연(自然) ⑤천체(天體), 천체(天體)의 운행(運行) ⑥성질(性質), 타고난 천성(天性) ⑦운명(運命) ⑧의지(意志) ⑨아버지, 남편(男便) ⑩형벌(刑罰)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민(旻), 하늘 호(昊), 하늘 궁(穹),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지(地), 땅 곤(坤), 흙덩이 양(壤)이다. 용례로는 타고난 수명을 천수(天壽), 하늘과 땅 또는 온 세상이나 대단히 많음을 천지(天地), 타고난 수명 또는 하늘의 명령을 천명(天命),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천연(天然),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이 곧 황제나 하느님의 아들을 천자(天子),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의 총칭을 천체(天體), 부자나 형제 사이의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천륜(天倫), 타고난 성품을 천성(天性), 하늘 아래의 온 세상을 천하(天下), 천체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을 천문(天文), 하늘과 땅을 천양(天壤),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재주를 천재(天才), 하늘에 나타난 조짐을 천기(天氣), 하늘이 정한 운수를 천운(天運),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을 천재(天災),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과 땅 사이와 같이 엄청난 차이를 천양지차(天壤之差),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천의무봉(天衣無縫), 세상에 뛰어난 미인이라는 천하일색(天下一色) 등에 쓰인다.
▶️ 下(아래 하)는 ❶지사문자로 丅(하)는 고자(古字)이다. 밑의 것이 위의 것에 덮여 있는 모양이며, 上(상)에 대한 아래, 아래쪽, 낮은 쪽, 나중에 글자 모양을 꾸며 지금 글자체가 되었다. ❷지사문자로 下자는 ‘아래’나 ‘밑’, ‘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下자는 아래를 뜻하기 위해 만든 지사문자(指事文字)이다. 下자의 갑골문을 보면 윗부분은 오목하게 아랫부분은 짧은 획으로 그려져 있었다. 윗부분의 오목한 형태는 넓은 대지를 표현한 것이다. 아래의 짧은 획은 땅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下자는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 하여 ‘아래’나 ‘밑’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금문에서 숫자 二(두 이)자와 자주 혼동되었기 때문에 소전에서는 아래의 획을 세운 형태로 바꾸게 되면서 지금의 下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下(하)는 (1)아래. 밑 (2)품질(品質)이나 등급(等級)을 상(上)과 하(下), 또는 上, 中, 下로 나눌 때의 가장 아랫길(끝째). (3)일부 한자로 된 명사(名詞) 다음에 붙이어 ~밑에서, ~아래서의 뜻으로, 그 명사가 조건이나 환경 따위로 됨. 나타냄. ~하에, ~하에서, ~하의 형으로 쓰임 등의 뜻으로 ①아래 ②밑(물체의 아래나 아래쪽) ③뒤, 끝 ④임금 ⑤귀인(貴人)의 거처(居處) ⑥아랫사람 ⑦천한 사람 ⑧하급(下級), 열등(劣等) ⑨조건(條件), 환경(環境) 등을 나타내는 말 ⑩내리다, 낮아지다 ⑪자기를 낮추다 ⑫못하다 ⑬없애다, 제거하다 ⑭물리치다 ⑮손대다, 착수하다 ⑯떨어지다 ⑰항복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낮을 저(低), 낮을 비(卑), 내릴 강(降), 항복할 항(降), 낮출 폄(貶),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존(尊), 높을 고(高)이다. 용례로는 공중에서 아래쪽으로 내림을 하강(下降), 값이나 등급 따위가 떨어짐을 하락(下落), 어떤 사람의 도급 맡은 일을 다시 다른 사람이 도거리로 맡거나 맡기는 일을 하청(下請), 아래쪽 부분을 하부(下部), 강이나 내의 흘러가는 물의 아래편을 하류(下流),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낮은 자리를 하위(下位), 공부를 끝내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옴을 하교(下校), 한 달 가운데서 스무 하룻날부터 그믐날까지의 동안을 하순(下旬), 정오로부터 밤 열두 시까지의 동안을 하오(下午), 차에서 내림을 하차(下車), 위에서 아래로 향함을 하향(下向), 보호를 받는 어떤 세력의 그늘을 산하(傘下), 일정한 한도의 아래를 이하(以下), 치적이 나쁜 원을 아래 등급으로 깎아 내림을 폄하(貶下),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을 귀하(貴下), 끌어 내림이나 떨어뜨림을 인하(引下), 원서나 소송 따위를 받지 않고 물리치는 것을 각하(却下), 낮아짐이나 내려감 또는 품질 따위가 떨어짐을 저하(低下),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하석상대(下石上臺), 붓만 대면 문장이 된다는 하필성장(下筆成章), 아랫사람의 사정이나 뜻 등이 막히지 않고 위에 잘 통함을 하정상통(下情上通), 어리석고 못난 사람의 버릇은 고치지 못한다는 하우불이(下愚不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