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것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그 근본부터가 다른 경우가 많다. 비슷한 색깔을 가졌더라도 그 맛과 촉감이 전혀 다른 오리온 초코파이와 롯데 초코파이가 그렇다. 처음 초코파이를 국내에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또 초코파이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산하에 초코파이 전문팀을 둘 정도로 꾸준히 노력해온 오리온 초코파이. 그런 오리온 초코파이를 아류작에 불과한 롯데 초코파이가 따라간다는 것은 아마도 무리일 것이다. 좀더 말랑말랑해진 파이에, 입안에 넣으면 촉촉이 녹아버리는 마쉬메로. 오리온 초코파이팀은 매달 수천개의 초코파이를 먹어가면서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롯데측은 "초코파이에 바르는 초코렛을 어떻게 하면 더 싸게 먹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품질이 떨어지는 만큼 그 가격이 싸서 마트에 가보면 한쪽 구석에 떨이로 판매하는 롯데 초코파이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값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더라도 제대로 된 맛을 아는 구매자의 손길은 언제나 오리온에 향한다.
또 오리온은 몇 십년간 이어오던 푸른색 포장을 빨간색으로 바꾸면서 국내 시장은 물론 중국시장까지 석권했다. 이것은 대중의 기호를 생각한 끊임없는 자기변신과 전략적 기업운영의 훌륭한 성과이다. 남다르게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 그것이 독자성을 부여하고, 독자성은 대중의 인정을 부른다. 대중의 인정은 곧 자본의 흐름과 연결되며, 그것이 다시 제품에 투자되면서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순기능이며, 바람직한 기업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에는 농심 짜파게티와 삼양 짜짜로니를 살펴보자. 나는 두 제품 중 어떤 제품이 먼저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일단 제품의 지지도를 볼 경우 짜파게티가 first이고 짜짜로니가 second이다. 광고에도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날~ 짜짜라 짜짜짜~ 짜~파게티" 라는 씨엠송을 쉽게 접할 수 있으나, 짜짜로니는 이렇다 할 제품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지 못한 채로 짜파게티의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 "삼양~짜짜로니~ " 라는 차이나풍의 씨엠송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가 않을 것이다. 지속적인 마케팅의 부실함으로 인하여 이미 경쟁력을 상당히 상실했다.
짜짜로니의 짜파게티에 대한 자기 개성 살리기는 아마도 "생짜장"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기존의 분말스프라는 개념을 혁신적으로 타파하면서 생짜장(물론 양념이 되어있는 생짜장이겠지만)을 사용한 "액체스프"는 짜짜로니의 짜파게티에 대한 차별성 획득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라면의 "간편성" 이라는 특징을 간과해버린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기존의 분말스프는 그저 적당히 익은 면발위에 뿌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액체스프는 질긴 스프팩을 자르는데 힘이 들어갔고, 또 그것을 젓가락으로 눌러서 스프를 밖으로 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그러다 보면 손이나 옷에 묻기도 쉬웠다.
이것은 소비자들의 라면에 대한 "간편성"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그 참신한 발상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짜파게티에 쓰디쓴 패배의 잔을 마셔야만 했다.
이에 반해서 짜파게티의 자기 개성 살리기는 짜짜로니의 그것과 다르다. 기존의 분말스프는 그대로 둔 채, 일반 식용유를 사용했던 유성스프를 올리브유로 바꾸면서 상당히 많은 소비자들의 지지를 획득했다. 그 당시 올리브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리브유 하면 고급식용유다 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마침 그때 농심측은 시기를 잘 잡아 짜파게티에 올리브유를 첨가했고, 그것에 대한 적절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면서 짜파게티는 다시 한번 그 입지를 단단하게 굳힐 수 있었다.
얼핏 보면 같아 보이는 제품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른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다른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기 위해서는 자신과 닮아보이는 어떤 것과의 차별성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상품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자기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는 자기 발전의 길을 열어야만 한다.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의 시선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작정 타인의 고개를 자신에게로 돌리려고 애를 쓸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 가는 곳에 자신 스스로가 걸어가서 서있어야 할 것이다. 좀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짜파게티는 짜파게티. 짜짜로니는 짜짜로니로 정해지듯. 우리는 자신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조금 더 짙고 특별한 색으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살아있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 이 글을 쓰면서도 스스로는 많이 부끄럽다. 일종의 삶의 지표 같은 것을 새운다는 의미로 글을 써 봤다. 짜파게티와 짜자로니... 그 미묘한 느낌의 차이가 오늘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