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사진마을사람들 출사 날이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일이 정말 많아서 서로 가라고 떠밀고 집에서 일하기를 바랬다.
그러다가 결국 서울에서 손님이 오시는 바람에 함께 가기로 하였다.
작정을 하고 가면 어쩐다더니 그동안 고장났던
니콘카메라를 서울에 가서 잘 고쳐와서
오늘은 마음먹고 사진을 찍어 보려고 하였더니
아뿔싸 이번에는 베터리를 안 가져왔다.
충전하려고 빼 놓고서......
남편에게 한소리 들었다.

오늘의 첫 출사지는 동강변에 있는 얼음동굴이었다.
여기는 출사지로는 그렇고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천연동굴이 있으니 그것이 신기해서
지나는 길에 구경을 온 것이다.

차에서 내려 약 5분쯤 걸어 올라 갔는데 이 시기에 나오는
야생화들이 길가에 예쁘게 피어 있었다.
동굴에 가까이 오니 벌써 차가운 기운이 스스스 감돈다.
일전에 남편 혼자 이 동굴에 와 보고 혼자 보기 아깝다고 우리를 데리고 왔다.
입구에 얼음이 얼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안쪽에는 고드름이 달려 있다.

이 시기에 이렇게 얼음이 얼어 있는 곳을 만나다니
참 재밌고도 신기하다.

기념사진 찍느라 엉덩이를 동굴 가까이 대고 있었더니 엉덩이가 시려울 정도이다.

여기저기 야생화가 활짝 피었다.
천리향님이 찍고 있는 이 꽃은 기린초라고 한다.
노란 꽃술이 별이 떨어져 내려 있는 것 같다.


잠시 산에 올라 갔다 왔는데 만삭이 다가오는 딸기코님은 땅바닥에 안방마냥 주저 앉았다.
아기 낳고 나면 이런 것도 다 추억거리라 들여대고 사진 하나 찍어 둔다.

오늘의 목적지로 향하였다.
동굴을 지나고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 강을 건너고 도착한 곳은
선생김봉두의 영화 촬영지인 연포이다.
이곳에서 가정마을까지 약 2키로미터 되는 길은 걸어 가면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강물은 유유히 흘러가고 농부의 손길이 잦았던 옥수수밭은 하루가 다르게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가다가 연실 카메라를 들여대 본다.
남옥씨는 하늘에게 카메라를 들여댄다.
저 속에 담긴 하늘모습이 궁금하다.

각자 필이 꽂히는 곳에다 카메라를 들여 대고 사정들을 한다.
작은 개체는 엎드려야 하고 높은 개체는 누워야 한다.

월향초 흐드러지게 핀 묵밭을 지나간다.
아무 묵밭이라도 묵밭만 있으면 자리를 잡고 잘도 자라서 개망초라는 이름이 붙었다지~

마치 메밀꽃이 핀것마냥 풍성하다.
그 꽃밭에서 우리의 모델들에게 포즈를 부탁했다.
사진마을 공식 모델인 하얀세상님이 제일 멋지게 포즈를 잡아주고~

이 꽃밭을 마음껏 뛰어 다녀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는 자유가 있는 시간이다.

조금 덮기는 하지만 그런데로 걸을 만하다.

얼마전부터 꽃을 피웠던 지칭게나물은 어느새 씨앗주머니를 터트리고 여행을 떠나기 앞서
내 카메라에 포즈를 취해준다.
얼마나 멀리 여행을 떠날건가?
씨앗주머니는 어쩌면 저리도 정교하고 예쁘게 생겼을까?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꿈들이 씨앗 주머니 하나하나에 들어 있다.


여러가지 야생화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는 오늘 작은 카메라 밖에 안 가져와서
꽃을 찍는 것은 포기하고 사람에게나 들여대 본다.

이 식물이 재미있어서 소개해 본다.
이 친구의 정식이름은 고삼 이다.
대학을 못가고 만날 고삼이다.
그런데 다른 이름이 더 재미있다.
바로 도둑놈의지팡이 이다.
왕릉에서 패옥을 잔뜩 훔쳐서 나온 도둑놈의 지팡이 같다고 그런 별명이 붙었다.
이것은 뿌리를 약초로 쓰는데 약간의 독성이 있어서 법제를 해서 써야한다.

패옥이 줄줄이 달려 있는 모습이 어여쁘다.

포장되지 않은 숲길을 걸어 가는 기분이 상쾌하다.
나무에서 나는 상쾌한 향을 여기 오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카메라가 향기도 찍히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깍아지른 강변의 높은 벼랑들
강원도에서는 이걸 가르켜 뼈랑 또는 뼝때라고 한다.
그리고 벼루라는 말도 있다. 꽃이 가득핀 벼루를 꽃벼루라고 하는데 나는 이 단어를 참 좋아한다.

햇님이 들어갔다 나왔다 숨바꼭질을 한다.
어느새 꽃을 피운 밤꽃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그러면서 어느새 우리의 목적지에 다왔다.
강건너에서 우리를 데리러 배가 나오고 있다.
할머니와 인연이 된것이 올해로 7년째가 되는데 지금은 귀농한 아들내외가
민박집을 운영하며 잘 꾸려가고 있다.

아직 덜 온 일행을 기다리며 반가운 인사를 한다.
작년에 오셨던 범초님께서 이 댁의민박이름을 지어 주셨다.
배건너민박
이름을 참 잘 지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배를 건너가면 새댁이 우리를 위해 점심을 지어 놓았을 것이다.
남편 아무렴이 어기여차 노 저으며 뱃노래를 불러주고......

예쁜찍사들이 포즈를 취해가며 배 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댁을 가려면 이 곳을 통과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소를 방목해 길러서 평소에 이렇게 문을 닫아 둔다.
이 사진은 재작년 강을 건너 정선마을에 놀러 갔다 오던 소들의 모습이다.

올해로 2년째 이곳에 터를 잡고 열심히 살고 있는 가정골님이 이번에는 두부를 해 놓았다.
우리를 주려고 일부러 했다고 한다.
먼저 온 일행이 있었는데 매월당님과 석돌씨 그리고 풍경님내외 왕족님내외분이 먼저 오셔서
두부김치를 드시고 계셨다.
이제 생각하니 사진도 같이 하나 못 찍고~

카메라를 평상에 놓아두고 점심을 먹는다.
휴식을 취하는 카메라의 모습이 사람들의 모습마냥 다양하다.
<너만 찍냐 나도 찍는다 >
우리 사진선생님이 속도위반 카메라에게 들여 대며 한 말은 우리들에게 명언과도 같은 말이다.

농사지은 나물들로 된장찌게와 청국장 끓이고 나물무쳐 주니 밥 한그릇 뚝딱이다.


엄마 따라온 수인이는 된장국을 더 달란말도없이 혼자 알아서 잘 먹는다.
더운지 웃통도 벗어 던지고.....

기념사진도 찍어 둔다.
이 찍사는 누구였더라~


그저 시간만 나면 들여대는 사람들 ~~


그런데 강 한복판쯤 왔을적에 갑자기 선생님께서
<나 말리지 말어~>
하더니 배 밖으로 내려서 물 속으로 들어 가셨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어찌나 놀랬는지......


모두들 깜짝 놀랐는데 그곳은 저렇게 걸어가도 될 정도로 얕아서 다행이었다.
가끔 이렇게 우리를 놀라게 하시는 선생님 때문에 웃는 일도 많은데
늘 사진을 어떻게 하면 잘 찍느냐고 여쭈면 늘 대답이 잘~ 이다.
잘 찍는 것 만큼 좋은 대답이 없지만 처음에는 좀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물으라는 이야기~

그렇게 해서 강을 건너왔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 귀농한 가정골님이 알콩달콩 잘 살기를 축복해 주고~

배는 강을 건너 집으로 간다.

돌아오는 길에는 햇살이 따가웠다.

강가에 한가히 앉아 세월을 낚는 강태공님도 만나고
그 옆에 떠도는 물결도 사진에 담는다.

새소리도 정겨운 산길을 걸어 보는 것
바쁜 생활속에 여유도 괜찮은 일이다.

길 옆으로는 오디며 딸기가 한창이다.
잎이 시커멓도록 따 먹고 너무 달아서 감탄사도 연발이다.

여유로운 사람들 뒤로 나처럼 농사하는 아주머니들의 엉덩이가 보인다.

나도 일상에 돌아가면 저렇게 일해야지
하지만 이 순간은 누가 보아도 편히 놀러 다니는 도시사람 못지않다.
사람에게는 나름의 역활이 있는데 그 역활에 충실하다 이렇게 외도도 하고......


언제 보아도 예쁜 꽃들
털중나리가 만발하여 그 이쁜모습을 뽐내고~

무엇보다 이쁜 사람꽃 수인이는 모래만 보면 장난을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연의 일부인 본능이 자리한다는 증거이다.

이제 오늘의 출사를 마저 하기 전에 예쁘게 핀 엉겅퀴를 클로즈엎해 본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 아름답다.

동강변의 붉은뼝대 사이로 털중나리 피고 한가한 뱃전에 뙤약볕이 머무른다.

함께 출사한 참나무님 딸기코님 수인이 나 가정골님 아~프로님 그리고 나무집님
뒷쪽 연어정남옥님 서울에서 오신 유선생님 봉래산님 백암님
그리고 이쁜 천리향님 참이슬님 하얀세상님 장미님 그리고
우리에게 쪽동백호루라기를 만들어 주신 하늘길 님
내 카메라에 잡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ㅎㅎ 지난주 1박 2일 나온 동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