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산 숲체원)
연휴 동안 즐겁게, 풍성하게 보내라는 젊은이의 격려에 힘입어
(아니 격려하기 前이군요.^^)
심심하기 짝이 없어 했던 추석 연휴를 시작부터 보다 알차게 보내려고 작정하였지요.
22일 아침에는 가족 모두 [ 즐거운 인생]을 관람하였습니다.
막내가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충분히 봐도 되는 영화더군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가 제일 싱겁게 본 영화가 [왕의 남자].
상상력과 풍자가 좋았던 [황산벌]은 조금 다르지만 [라디오 스타]나 [즐거운 인생]은
그야말로 꿈같은 소리를 늘어놓는 영화이지요.
하지만 그래서 그런 영화를 좋아합니다.
지독하게 사실적인 영화는 정신이 퍼뜩 들게 하면서 깨어 있게 하지만 꿈같은 소릴
하는 영화는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현실에서 이루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기에 더욱 간절하게 소망하는 게 꿈 아니던가요?
영화에서나마 대신 이룰 수 있으니 기분 좋을 밖에요.^^
나이 들어가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건지 이런 영화들이
좋아지네요. 그렇다고 에스 에프를 좋아하는냐 하면 그건 여전히 별로 이지요.
남편과 아버지로서 ,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세 가장들이 젊은 날에 못다 이룬 록 그룹을 다시 결성해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한다는 흔하디 흔한 소재이지만
남자들이 살아가기 버거운 요즘 사회인지라 공감을 하게 하더군요.
교수님은 [꿈꾸는 아버지]에서 아버지, 남편들은 ,가족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
나름대로의 꿈이 있지만 아이들의 꿈, 가족 공동의 꿈에 밀려 자기들의 꿈은
비밀에 부치고 산다고 썼었지요.
[즐거운 인생]은 그런 가장과 직장인들이 잠시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돈을 투자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를 권하는 영화라고 보았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충분히 쉴 자격 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남편에게 왔더군요.
덕분에 남편은 당당하게 쉬었고 저는 연휴 사흘 동안 쉬엄 쉬엄 음식 준비를 했습니다.
연휴 세번째 날에는 강원도의 청태산을 다녀왔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남편은 여태 산에 오르기를 시도해 보지 못했는데 올 9월에 오픈한
[숲체원]이란 곳은 휠체어 산책로가 있다기에 급히 휠체어를 빌려서 갔지요.
저는 휠체어 길이 산 정상까지 나 있는줄 알고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갔는데
약 1 킬로 정도 완만한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더군요.
힘들었어요. 휠체어 밀기는 막내 발 뒤꿈치 수술했을 때 병원 복도 오간게 다인데
경사로를 밀려니까 ...그것도 어른 남자 몸무게를 싣고서.
그 길을 평시대로 걸었다면 몹시 심심했을 텐데 휠체어를 밀다보니 땀도 나고 제법
힘이 쓰여서 운동 되더군요,
남편은 예상보다 더 즐거워하고 아이들도 야외에서 휠체어를 타보니 꽤 재미있던지
아빠를 밀어내고 서로 타려고 쟁탈전을 벌이더군요.
저는 산에 왔으면 조금이라도 걸어야 한다며 내리막길에선 걸어보라고 했는데 조금
걷다가는 다리가 풀려서 안되겠다고 하더군요.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탓이지요.
일에 치여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은, 맑고 시원하고 조용하고 아름답고 넉넉한 곳이니 산에 금방 중독되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좋은 것들을 남편과 함께 누리지 못해서 늘 안타까웠다가 잠시나마 함께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서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교수님도 여름 방학 동안 오대산에 가셨다더군요.
자동차로 산 정상까지 가는 길이 나 있다네요.
돌아오는 길엔 여주의 시아버님 산소에도 들렀습니다.
성묘 시기에 맞춰서 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추석 전 연휴 기간이 길어서 가능했지만 명절 연휴엔 꿈도 못 꾼다던
일들을 감행해봤는데 그런대로 수확은 있었네요.^^
Schubert : An Sylvia D.891 Op.106 no.4 (실비아에게)
혜영님, 즐거운 추석 보내셨군요. 저도 이준익 감독을 좋아하는데요 무엇보다 '즐거운 인생'은 정말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그 분이 아무래도 락음악을 좋아하는것 같아요. 이번에도 락그룹 '노 브레인'이 살짝 지나가는가 하면 '트랜스픽션'이 출연했더군요. 영화를 보는 내내 콘서트장인 듯 착각할 뻔 했네요^^ 40대 가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좀 안쓰러운 마음이었지만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그냥 '즐겁게 살자'라는 모토를 새롭게 갖게 만드는..^^ 우리 언제 영화정모 한번 할까요?
첫댓글 편안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오네요. 저는 식구들과 2박 3일의 짧은 여정으로 오사카, 고베, 교토를 둘러봤습니다. 30년만의 첫 가족 해외여행입니다. 느낀 점, 배울 점이 많았지만 짧은 여행에 오버하는 거 같아 참으렵니다.
제인 에어님이 교수님께 올린 戀書... 제가 그 멋진 문장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 해 주시기 바래요.^^ 겨우 청태산 가고 영화 본 것 갖고도 이리 수다를 늘어 놓는데 어찌 해외 여행 간 이야기가 오버로 비치겠는지요. 어서어서 올려 주시옵소서.^^
혜영님, 즐거운 추석 보내셨군요. 저도 이준익 감독을 좋아하는데요 무엇보다 '즐거운 인생'은 정말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그 분이 아무래도 락음악을 좋아하는것 같아요. 이번에도 락그룹 '노 브레인'이 살짝 지나가는가 하면 '트랜스픽션'이 출연했더군요. 영화를 보는 내내 콘서트장인 듯 착각할 뻔 했네요^^ 40대 가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좀 안쓰러운 마음이었지만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그냥 '즐겁게 살자'라는 모토를 새롭게 갖게 만드는..^^ 우리 언제 영화정모 한번 할까요?
좋지요. 저는 오늘 오후에 '사랑'을 보러 가려고 해요. 년말 쯤에 괜찮은 영화, 상영하거들랑. 번개 한번 해요. 영화 중에 마지막에 나오는 '즐거운 인생' 노래 , 다시 듣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