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크리스마스
김광섭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다
고요가 흔들리며
바람이 불어
풍조(風潮)가 인다
먹구름이 초생달 빛에 찢기며
한 조각 푸른 하늘이
면류관을 쓴
예수의 얼굴로 번진다
서울 길
인파(人波)에 밀려
예수는 전신주 꼭대기에 섰고
성탄의 환락에 취한 무리들
붐비고 안고 돈다
번화가의 전등은 장사치들의
속임과 탐욕이 내놓이지 않도록
경축의 광선을
조심스레 상품 거죽에 던진다
모든 나무들은 벌거벗었는데
성탄수만은 솜으로
눈 오는 밤을 가장했다
예수는 군중 속에서 발등을 밟히다 못해
그만 어둠을 남겨 두고
새벽 창조의 시간을 향해
서울을 떠났다
가로수들만이 예수를 따라갔다
어디선가 맨발로 뛰라는 소리가 났다
그날 밤 서울서는
한 방화범(放火犯)이 탈주했다
성탄야의 종소리가 잉잉 울었다
서울은
테두리만 퍼져 나가는
속이 텡 빈 종소리였다
산등성이에서 빈대처럼 기는
오막살이 지붕들만이 모여서
이마를 맞대고 예배를 올렸다
이튿날 아침 서울 거리에는
예수의 헌 짚세기
한 켤레가 굴러다니는 것을
맨발로 가던 거지가 끄을고
세계의 새 아침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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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크리스마스 / 김광섭
함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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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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