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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신기(天下神器)
천하라는 물건은 신묘하고 불가사의 물건이라는 뜻으로, 천하는 인위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天 : 하늘 천(大/1)
下 : 아래 하(一/2)
神 : 귀신 신(礻/5)
器 : 그릇 기(口/13)
출전 : 도덕경(道德經) (王弼本)
도덕경(道德經) 29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①장차 천하를 취하고자 하여 애쓴 이들은 그것이 마지못서였음을 나는 보았다. 천하는 신령스러운 그릇이어서 인위적으로는 되지 않는 법이다.
②인위적으로 다투는 자는 실패하고, 인위적으로 잡는 자는 그것을 잃는다.
③무릇 사물에는 먼저 가는 것도 있고 뒤따라가는 것도 있으며, 숨을 들어 마시는 것도 있고 숨을 내 밷는 것도 있으며, 강한 것도 있고 약한 것도 있으며, 꺾기는 것도 있고 무너지는 것도 있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④심함을 버리고 사치함을 버리며 태연함을 버리는 것이다.
將欲取天下而為之,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不可為也,為者敗之,執者失之.
故物或行或隨,或歔或吹,或強或羸,或挫或隳.是以聖人去甚,去奢,去泰.
[註]
①은 여기서는 상고시대를 가리키는 말로 삼황오제(三皇五帝) 및 요순우(堯舜禹) 임금들은 임금을 맡은 것은 어쩔 수 없이 천하를 맡았다는 말이다. 즉 그들은 마지못해 세상으로 나와서 천하를 위해 또 일반 백성들을 위해 복리를 도모했다는 말이다.
②는 춘추전국시대의 각 나라의 왕과 진시황제를 말하는데, 그들의 경우 사사로운 욕심을 가지고 천하를 호령했으나 끝내 실패했다는 것이다.
③은 이것은 노자가 우주의 법칙을 설명한 부분이다. 우주의 물리에는 오직 하나의 공통된 법칙만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 세상의 어떤 사물이든지 모두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④는 사람노릇을 하고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첫째는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치함을 버리는 것이다. 셋째는 태연함을 버리는 것이다. 즉 만사에 너무 지나치면 안 된다는 말이다.
⏹ 다음은 신정근 교수의 천하신기(天下神器)의 글이다.
천하는 신묘한 그릇이라 마음먹은 대로 쉽게 움직일 수 없다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그 영향력이 국정 전반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 일본과는 소녀상 설치를 두고, 중국과는 사드 배치를 두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 분야에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인물들이 하나둘씩 출정식을 벌이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는 정치 불확실성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신년 사업계획을 잡지 못한다는 소식이 연신 전해지고 있다.
조류독감(AI)으로 가금류 3,000만마리가 살처분됐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앞으로 탄핵 일정을 못 박을 수 없는 만큼 당분간 국정이 표류하고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위기의 체감도가 늘어날 것이다.
위기 상황이 불안한 것은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자포자기의 태도다.
위기 상황에서도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세운다면 그 시간도 미래의 자산으로 소중하게 쓰일 수가 있다.
그래서 국정농단의 사태가 왜 발생했을까. 또는 국정농단의 사태를 막을 수 없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며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초점을 둬야겠지만 원인과 예방에도 철저히 성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치인의 권위주의적 사고, 공무원의 직업 정신,언론의 감시 기능, 대학사회의 비판의식 등에서 원인과 예방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다시 정치인, 공무원, 언론인, 대학사회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모양으로 병리와 위기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비판하지도 못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기능주의와 조작주의 사고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기능주의는 윤리적 고려보다는 일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각자가 맡아야 할 몫을 작은 단위로 쪼개 능률을 극대화시키는 사고다.
조작주의는 상황을 몇 가지 상수와 변수의 관계로 분석하고 조작을 통해 불리한 요인을 유리한 요인으로 바꾸려 하는 사고를 말한다.
기능주의와 조작주의는 모두 공정한 과정보다 결과의 성취를 중시하고 진정성보다 이미지를 강조해 기대하는 욕망의 달성을 앞세운다.
노자 29장을 읽으면 세상을 기능주의와 조작주의로 접근하는 태도를 무척 경계하고 있다.
노자는 세상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면 마지못해 하는 수 없이 하는 부득이(不得已)의 태도를 강조한다. 다들 내가 잘할 수 있다고 나서는 시대에 부득이의 태도는 너무나도 소극적이고 안이한 접근으로 보인다.
노자는 부득이의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천하는 신묘한 그릇(天下神器)이어서 내가 원한다고 해서 그렇게 움직이고 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사태는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 경우도 있고, 강하게 맞부딪치는 경우도 있고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세상은 기능주의와 조작주의처럼 몇 가지 기능과 변수로 요약될 수 없다. 그러니 천하의 움직임과 향방은 나의 지식으로 다 예측할 수도 없고 나의 경험으로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꼭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실패하기 십상이고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잃어버리게 된다(위자패지·爲者敗之, 집자실지·執者失之).
마지막으로 노자는 사람이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천하신기의 상황을 인정하고 살려면 버려야 할 세 가지 태도로 삼거(三去)를 제안하고 있다.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을 피하는 거심(去甚), 세를 불리는 사치를 피하는 거치(去侈),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거만을 피하는 거태(去泰)가 그것이다.
기능주의와 조작주의를 믿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세상을 자신의 손바닥에 담고 머리로 움직일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렇게 믿었던 사람들로 인해 오늘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는 탄핵 정국을 초래하게 됐다.
기능주의와 조작주의는 세상을 지적 게임으로 보고 자신으로 인해 생긴 파국에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냥 게임에 졌을 뿐이다.
그리고 나를 이겨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천하신기는 세상이 기능주의와 조작주의로 요리될 수 없다는 측면을 말하고 삼거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조작주의의 파국에서 진정성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 天(하늘 천)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이 서 있는 모양(大)과 그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늘(一)의 뜻을 합(合)한 글자로 하늘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天자는 ‘하늘’이나 ‘하느님’, ‘천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天자는 大(큰 대)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天자를 보면 大자 위로 동그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天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하늘’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단순히 획을 하나 그은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天(천)은 (1)하늘 (2)범 인도(印度)에서 모든 신을 통들어 이르는 말. 천지 만물을 주재 하는 사람, 곧 조물주(造物主)나 상제(上帝) 등 (3)인간세계보다 훨씬 나은 과보(果報)를 받는 좋은 곳. 곧 욕계친(欲界責), 색계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 등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늘 ②하느님 ③임금, 제왕(帝王), 천자(天子) ④자연(自然) ⑤천체(天體), 천체(天體)의 운행(運行) ⑥성질(性質), 타고난 천성(天性) ⑦운명(運命) ⑧의지(意志) ⑨아버지, 남편(男便) ⑩형벌(刑罰)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민(旻), 하늘 호(昊), 하늘 궁(穹),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지(地), 땅 곤(坤), 흙덩이 양(壤)이다. 용례로는 타고난 수명을 천수(天壽), 하늘과 땅 또는 온 세상이나 대단히 많음을 천지(天地), 타고난 수명 또는 하늘의 명령을 천명(天命),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천연(天然),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이 곧 황제나 하느님의 아들을 천자(天子),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의 총칭을 천체(天體), 부자나 형제 사이의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천륜(天倫), 타고난 성품을 천성(天性), 하늘 아래의 온 세상을 천하(天下), 천체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을 천문(天文), 하늘과 땅을 천양(天壤),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재주를 천재(天才), 하늘에 나타난 조짐을 천기(天氣), 하늘이 정한 운수를 천운(天運),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을 천재(天災),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과 땅 사이와 같이 엄청난 차이를 천양지차(天壤之差),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천의무봉(天衣無縫), 세상에 뛰어난 미인이라는 천하일색(天下一色) 등에 쓰인다.
▶️ 下(아래 하)는 ❶지사문자로 丅(하)는 고자(古字)이다. 밑의 것이 위의 것에 덮여 있는 모양이며, 上(상)에 대한 아래, 아래쪽, 낮은 쪽, 나중에 글자 모양을 꾸며 지금 글자체가 되었다. ❷지사문자로 下자는 ‘아래’나 ‘밑’, ‘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下자는 아래를 뜻하기 위해 만든 지사문자(指事文字)이다. 下자의 갑골문을 보면 윗부분은 오목하게 아랫부분은 짧은 획으로 그려져 있었다. 윗부분의 오목한 형태는 넓은 대지를 표현한 것이다. 아래의 짧은 획은 땅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下자는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 하여 ‘아래’나 ‘밑’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금문에서 숫자 二(두 이)자와 자주 혼동되었기 때문에 소전에서는 아래의 획을 세운 형태로 바꾸게 되면서 지금의 下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下(하)는 (1)아래. 밑 (2)품질(品質)이나 등급(等級)을 상(上)과 하(下), 또는 上, 中, 下로 나눌 때의 가장 아랫길(끝째). (3)일부 한자로 된 명사(名詞) 다음에 붙이어 ~밑에서, ~아래서의 뜻으로, 그 명사가 조건이나 환경 따위로 됨. 나타냄. ~하에, ~하에서, ~하의 형으로 쓰임 등의 뜻으로 ①아래 ②밑(물체의 아래나 아래쪽) ③뒤, 끝 ④임금 ⑤귀인(貴人)의 거처(居處) ⑥아랫사람 ⑦천한 사람 ⑧하급(下級), 열등(劣等) ⑨조건(條件), 환경(環境) 등을 나타내는 말 ⑩내리다, 낮아지다 ⑪자기를 낮추다 ⑫못하다 ⑬없애다, 제거하다 ⑭물리치다 ⑮손대다, 착수하다 ⑯떨어지다 ⑰항복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낮을 저(低), 낮을 비(卑), 내릴 강(降), 항복할 항(降), 낮출 폄(貶),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존(尊), 높을 고(高)이다. 용례로는 공중에서 아래쪽으로 내림을 하강(下降), 값이나 등급 따위가 떨어짐을 하락(下落), 어떤 사람의 도급 맡은 일을 다시 다른 사람이 도거리로 맡거나 맡기는 일을 하청(下請), 아래쪽 부분을 하부(下部), 강이나 내의 흘러가는 물의 아래편을 하류(下流),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낮은 자리를 하위(下位), 공부를 끝내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옴을 하교(下校), 한 달 가운데서 스무 하룻날부터 그믐날까지의 동안을 하순(下旬), 정오로부터 밤 열두 시까지의 동안을 하오(下午), 차에서 내림을 하차(下車), 위에서 아래로 향함을 하향(下向), 보호를 받는 어떤 세력의 그늘을 산하(傘下), 일정한 한도의 아래를 이하(以下), 치적이 나쁜 원을 아래 등급으로 깎아 내림을 폄하(貶下),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을 귀하(貴下), 끌어 내림이나 떨어뜨림을 인하(引下), 원서나 소송 따위를 받지 않고 물리치는 것을 각하(却下), 낮아짐이나 내려감 또는 품질 따위가 떨어짐을 저하(低下),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하석상대(下石上臺), 붓만 대면 문장이 된다는 하필성장(下筆成章), 아랫사람의 사정이나 뜻 등이 막히지 않고 위에 잘 통함을 하정상통(下情上通), 어리석고 못난 사람의 버릇은 고치지 못한다는 하우불이(下愚不移) 등에 쓰인다.
▶️ 神(귀신 신)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보일 시(示=礻; 보이다, 신)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申(신)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申(신)과 만물을 주재하는 신(示)의 뜻을 합(合)하여 정신을 뜻한다. 申(신)은 번갯불의 모양이고, 示(시)변은 신이나 제사에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神(신)은 천체(天體)의 여러 가지 변화를 부리는 신, 아주 옛날 사람은 천체의 변화를 큰 신비한 힘을 가진 신의 행위라 생각하고 그것을 번갯불로 대표시켜 神(신)자로 삼았다. ❷회의문자로 神자는 '귀신'이나 '신령', '정신'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神자는 示(보일 시)자와 申(펼 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申자는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옛사람들은 번개는 신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申자는 '하늘의 신'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申자가 '펴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示자를 더한 神자가 '신'이나 '신령'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神(신)은 (1)인간의 종교심(宗敎心)의 대상이 되는, 초인간적 위력을 가지고 세계를 지배한다고 하는 존재. 명명(冥冥)한 중에 존재하며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능력을 가지고 인류에게 화복(禍福)을 내린다고 믿어지는 신령(神靈). 곧 종교 상 귀의(歸依)하고 또 두려움을 받는 대상 (2)하느님 (3)귀신(鬼神) (4)신명(神明) (5)삼신(三神) (6)영묘 불가사의(靈妙不可思議)하여 인지(人智)로써는 헤아릴 수 없는 것 (7)거룩하여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것. 신성(神聖) 등의 뜻으로 ①귀신(鬼神) ②신령(神靈) ③정신(精神), 혼(魂) ④마음 ⑤덕이 높은 사람 ⑥해박한 사람 ⑦초상(肖像) ⑧표정(表情) ⑨불가사의(不可思議)한 것 ⑩신품(神品) ⑪신운(神韻: 고상하고 신비스러운 운치) ⑫영묘(靈妙)하다, 신기하다 ⑬화하다 ⑭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⑮소중히 여기다 ⑯영험이 있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신령 령/영(靈), 귀신 귀(鬼), 넋 혼(魂), 넋 백(魄)이다. 용례로는 선도를 닦아서 도에 통한 사람을 신선(神仙), 신과 사람 또는 신과 같은 만능의 사람을 신인(神人), 죽은 사람 위(位)를 베푸는 나무 패를 신주(神主), 신의 종복이란 뜻으로 기독교 신도가 스스로 낮추는 말을 신복(神僕), 신령의 자리로서 설치된 것이나 장소를 신위(神位), 영성의 생명 또는 신의 명령을 신명(神命), 신묘하고 기이함을 신기(神奇), 신령을 모신 집을 신당(神堂), 신기하고 영묘함을 신묘(神妙), 신의 공덕을 신덕(神德), 귀신이 몸에 접함을 신접(神接), 마음이나 생각을 정신(精神), 사람의 죽은 넋으로 어떤 일을 유난히 잘하는 사람을 귀신(鬼神), 본 정신을 잃음을 실신(失神), 땅을 맡은 신령을 지신(地神), 신을 받들어 공경함을 경신(敬神), 비밀에 속하는 일을 누설함을 일컫는 말을 신기누설(神機漏泄), 신이 행하는 뛰어난 계략을 일컫는 말을 신기묘산(神機妙算), 큰 일을 당해도 냉정하여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이 변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신색자약(神色自若), 예술작품 따위에서 신비한 기운이 어렴풋이 피어 오름을 일컫는 말을 신운표묘(神韻縹渺), 신과 사람이 함께 노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럽거나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신인공노(神人共怒), 비밀에 속하는 일을 누설함을 이르는 말을 신기누설(神機漏泄), 큰 일을 당해도 냉정하여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이 변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신색자약(神色自若), 헤아릴 수 없는 변화의 재주를 가진 힘을 일컫는 말을 신통지력(神通之力), 귀신처럼 자유자재로 나타나기도 하고 숨기도 한다는 뜻으로 날쌔게 나타났다 숨었다 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신출귀몰(神出鬼沒) 등에 쓰인다.
▶️ 器(그릇 기)는 ❶회의문자로 噐(기)의 본자(本字)이다. 犬(견; 개)은 고대(古代)의 식료(食料)로서 무덤에 묻혀지는 일이 많았다. 개고기를 네 개의 접시에 쌓은 모습으로 먹을 것을 제각기 덜어 먹는 접시나 그릇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器자는 ‘그릇’이나 ‘접시’, ‘도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器자는 犬(개 견)자와 네 개의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器자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개고기를 그릇에 담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개가 귀한 그릇을 지키는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모두 口자를 그릇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器자를 보면 마치 개가 마구 짖어대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器자가 본래는 ‘개가 짖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예서(隸書)에는 工(장인 공)자가 쓰인 噐(그릇 기)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후대에 噐자가 器자로 잘못 옮겨진 것은 아닌가 한다. 그래서 器(기)는 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붙어 (1)기계(器械)나 기구(器具)나 그릇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생물체(生物體)의 한 기관(器官)을 나타냄 (3)성(姓)의 하나 (4)음식(飮食)의 그릇 수를 세는 단위(單位) (5)근기(根器), 기량(器量)이라는 뜻으로, 교법(敎法)을 믿고, 이를 실제로 닦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6)기세간(器世間) 등의 뜻으로 ①그릇 ②접시 ③도구(道具) ④(생물체의)기관(器官) ⑤그릇으로 쓰다 ⑥그릇으로 여기다 ⑦존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릇 명(皿)이다. 용례로는 세간이나 그릇이나 도구 따위를 통틀어 일컬음을 기구(器具), 사람의 덕량과 재능을 기량(器量), 살림에 쓰는 그릇붙이를 기물(器物), 살림살이에 쓰이는 그릇붙이를 기명(器皿),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기악(器樂), 음식을 담아 먹는 그릇을 식기(食器), 제사 때에 쓰이는 그릇을 제기(祭器),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 데 쓰는 연장을 흉기(凶器), 사람의 덕량과 재능을 기량(器量), 차에 관한 여러 가지 기물을 다기(茶器), 기구와 기계를 아울러 일컫는 말을 기기(機器), 내장의 여러 기관을 장기(臟器), 물건을 담는 그릇을 용기(容器), 살림살이에 쓰는 온갖 기구를 집기(什器), 백토로 구워 만든 그릇을 사기(沙器), 진흙으로 만들어 잿물을 올리지 않고 구운 그릇을 토기(土器), 대나무로 만든 그릇을 죽기(竹器), 옻칠을하여 아름답게 만든 기물이나 그릇을 칠기(漆器), 대소변을 받아 내는 그릇을 변기(便器), 전쟁에 쓰는 모든 기구를 병기(兵器), 전쟁에 쓰이는 총검이나 화포나 핵병기 따위 온갖 기구를 무기(武器), 소총이나 권총 등의 병기를 총기(銃器), 사람의 기량은 깊고 깊어서 헤아리기 어려다는 말을 기욕난량(器欲難量),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짐 또는 만년이 되어 성공하는 일을 이름을 대기만성(大器晩成), 국가를 다스릴 기량이 있다는 말을 간국지기(幹國之器), 깨어진 그릇 조각을 서로 맞춘다는 뜻으로 이미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고 쓸데없이 애씀을 이르는 말을 파기상접(破器相接), 마룻대와 들보로 쓸 만한 재목이라는 뜻으로 나라의 중임을 맡을 만한 큰 인재를 이르는 말을 동량지기(棟梁之器),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군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하다는 말을 군자불기(君子不器), 이미 망가진 일을 고치고자 쓸데없이 애를 씀을 이르는 파기상종(破器相從), 큰 그릇을 작은 데에 쓴다는 뜻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을 시킴으로써 그 재능을 살리지 못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대기소용(大器小用), 쥐를 잡으려다가 그 옆에 있는 그릇을 깨뜨릴까 염려한다는 투서공기(投鼠恐器)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