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보도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터넷언론사 뉴데일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 심리를 맡은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만사합의 25부, 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원고가 주장하는 ‘피해의 신속한 회복’ 보다는, 사실관계와 기사의 허위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원순 시장의 법률대리인인 안상운 변호사는,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 등 피고인 7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1심 재판부가 피고인 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사실을 근거로, 빠른 판단을 구한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이흥권 부장은 “원고가 주요공직자이고 이 사건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춰보면, 신속한 피해의 구제보다는 명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흥권 부장은 “(양승오 박사 사건의)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1심 판결만을 기초로 판단을 해달라는 건 다소 무리”라며, “최소한 항소심(판결)까지 보던가, 아니면 민사(이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증거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흥권 부장은 이어 “이 사건 본질은 언론사의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주장과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라며, “원고는 피고가 보도한 140여건의 기사 가운데 어느 부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거짓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고 석명(釋明)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5부는, 20일 오후, 이 법원 562호 법정에서, 박원순 시장이 뉴데일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첫 심리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4월19일 박원순 시장은, 뉴데일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3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비교판독 결과 나타나는 의문점 등을 근거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있는 양승오 박사. 현재 양 박사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양 박사에게 공직선거법 상 낙선목적 허위사실유포 혐의를 적용,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 사진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박원순 시장은, 양승오 박사 사건 1심 재판부가, “피고들이 제기한 박주신씨 병역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판시하고, 피고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사실을 손해배상 청구의 주요 이유로 내세웠다.
박 시장은 박주신씨에 대한 시민단체의 병역법 위한 고소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서울지방병무청이 “박주신씨는 제3자를 내세워 병무청의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공표한 사실 등도 손해배상 청구의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뉴데일리에게 ①정신적 손해에 대한 3억원의 위자료 배상, ②뉴데일리가 2011년 9월경부터 올해 2월까지 보도한, ‘박주신씨 병역의혹’ 및 ‘양승오 박사 재판’ 관련 기사 중 140건 삭제, ③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및 양승오 박사 재판 주요 내용을 SNS·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시·유포하는 행위의 금지와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④원고가 요구하는 정정보도문의 게재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이날 첫 변론기일에서 박원순 시장의 변론을 맡은 안상운 변호사는, 소장 청구원인을 요약 진술하면서, “피고는 ‘박주신이 거짓 진단서를 제출하는 등 병역비리를 저질렀다’는 취지의 보도를 계속해, 원고와 아들이 병역비리를 저지른 사람이란 강한 인상을 독자들에게 심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뉴데일리의 허위보도로 원고는 서울시장직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개인적으로도 명예에 손상을 입었다. 피고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과 사실 아닌 기사의 삭제, 정정보도문 게재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뉴데일리의 일부 기사 제목을 직접 언급하면서, “피고의 기사는 제목부터 ‘박주신이 병역비리를 저질렀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 이런 보도는 세브란스(병원)와 병무청 검찰 등에 의해 명백하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고 측 주장에 대해, 피고 측 변론을 맡은 박진식 변호사는 “잠재적 대권후보이자 현직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이행 혹은 병역비리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라는 사실을 원고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국민적 관심사가 된 의혹을 ‘공적 존재의 명예 보호’라는 이름으로 덮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언론사를 상대로 한 정치인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사건 하급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공무원의 경우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시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판례를 보면, 공직자의 명예에 대한 보호영역은 본질적으로 매우 좁을 수밖에 없고, 언론의 왜곡보도로 오해를 받는 공무원은 언론중재를 통해 억울함을 풀 수 있으므로, 민사재판이나 형사고소로 언론매체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배척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우리 법원은 국민적 관심 사안의 경우,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그 표현을 쉽게 봉쇄해서는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호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한 의혹제기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내에서 보호받아야 할 사안이므로, 명예훼손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진식 변호사는, 박원순 시장이 과거 시민활동가 시절, “국가는 소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원고는 지금 자신이 한 말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시장은 과거 국가로부터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자,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있다.
박 시장은 당시 국가의 소송제기를,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며 ‘소권남용’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박 시장의 이전 주장에 비춰보더라도 이 사건 청구가 얼마나 근거 없는지 알 수 있다.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
박진식 변호사의 ‘소권 남용’ 주장에 대해, 안상운 변호사는 “뉴데일리의 우병우 수석 관련 기사를 보면, 뉴데일리는 (언론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 우병우 수석을 옹호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거칠게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정치적 쟁점을 다루기보다는 관련 법리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할 사안”이라며 입장을 정리했다.
▲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 관련 검찰의 수사 상황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 화면 캡처
박진식 변호사는 원고의 청구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며, 석명이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재판부 역시 “피고 보도내용 중 구체적으로 사실에 반하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나 의문이다. 보도 내용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해야만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며, 원고 측에 보완을 명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원고 측 안상운 변호사에게 “지금 (양승오 박사 사건) 1심 판결을 기초해서 판단해 달라는 취지냐”고 확인을 구했다. 재판부는 안 변호사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답하자, 양승오 박사 사건 1심 판결만을 근거로 심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흥권 부장판사는 “원고가 주요공직자이고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보면, (원고가 요구하는)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의 신속 회복’ 필요성도 있지만,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기사내용의 허위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이 재판부의 기본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흥권 부장은 “(양승오 박사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판결에 기초해 판단해 달라는 건 다소 무리”라며, “최소한 사실심이 종결되는 항소심 (판결까지) 보던가, 민사에서 개별적으로 증거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흥권 부장은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성립여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살피고, 법리를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주장을 정리해 제출해 달라”고 원피고 양측 변호인에게 요구했다.
이 사건 2회 변론기일은 10월5일 오후 2시1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