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21) - 인생은 나그네길
주말부터 추석연휴에 들어선다. 엊그제 사정상 정례적으로 참석하는 프로그램에 빠지게 되어 불참을 통보하며 전한 메시지는 ‘좋은 한가위 되세요!’, 이에 대한 반향인 듯 여럿이 즐거운 추석명절 맞기를 축수한다.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맞으소서!
지난주일 영상으로 함께 한 대형교회의 예배주제는 ‘인생은 나그네길’, 직전에 동호인들과 동해시가 주관한 트레킹 행사로 동해안 해파랑길 걷기 참석차 멀리 강원도나들이를 다녀온 터라 더 흥미롭다. 더불어 두 가지 소재를 떠올렸다. 하나는 수십 년 전 널리 유행한 최희준의 노래가사 하숙생(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이요 다른 하나는 삶을 나그네 길로 정리한 성경구절(창세기 47장 8~9절, 바로가 야곱에게 묻되 네 연세가 얼마이뇨, 야곱이 바로에게 고하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이다. 같은 생각일까, 설교에 나선 목사도 이 두 사례를 예화로 소개한다. 모두가 가는 나그네 인생이여, 평강하시라!
동해안 해파랑길 걷기 모습(동해시 묵호 해안)
1997년 이맘 때 구소련 고려인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60주년 행사준비위원회가 마련한 회상의 열차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16일간 비교적 긴 일정의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맞은 추석은 10일간 탑승한 침대열차 내, 물이 귀한 터라 페트병에 받은 물로 샤워를 가름하는 불편함도 돌아갈 집이 있는 나그네로서는 흔연히 감내할 수 있는 고충이었다. 오히려 안타까운 사연은 그 때 만난 동포들의 사무치는 고향사랑, 우즈베키스탄의 행사장에서 만난 일부동포들은 자기의 성씨와 본을 대며 고국에서 온 일행 중 문중일가 찾는 일에 큰 관심을 나타내는가 하면 나이 지긋한 여인은 핸드백에서 망향가를 적은 종이를 꺼내 이에 적은 노래가사를 읊으며 목이 메었다. 그때 적어온 노래가사의 일부, ‘고국산천을 떠나서 수 천리 산 설고 물 설은 타향에 객을 정하니 고국 본향 생각은 더욱 간절하고 돌아갈 기회는 만년하도다.’
내가 쓴 책(여행에서 배우는 삶과 문화)에 담긴 망향가 노래가사, 가사가 적힌 종이를 손에 쥔 교민과 아내
추석명절을 맞은 해외동포들의 고향사랑도 이와 비슷할 터. 그들만 아니라 우리 모두 나그네 인생인 것을 헤아리며 영원한 본향에 담담히 이르기를!
* 회상의 열차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을 때 열차 안에서 다양한 대화와 강좌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은 해외동포 수백만 시대, 그때 들었던 러시아 거주 세계적인 작가 아나톨리 김의 소회 ‘나의 삶과 조국’을 통하여 해외거주 동포들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의 역할과 사명을 천착해본다.
‘나의 삶과 조국
내가 처음 한국에 대하여 관심과 사랑을 느낀 것은 노래에 연유합니다. 모든 노래에는 조국을 떠난 자의 심금을 울리는 가락이 있습니다. 조국을 떠난 자들이 조국을 잊을 수 없어 부르는 노래들이 그들의 삶의 근원에 대하여 생각하게 합니다.
각 민족이나 국가마다 자기의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나는 한국의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아이디어는 한민족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민족과 결합하여 또 다른 특이한 문화와 철학과 사고로 세계의 흐름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나 다른 큰 나라에 비하여 작은 한국이 자기의 아이디어를 내 놓고 또 실현하는 빛나는 업적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 사는 동포들을 볼 때 그들은 한국의 아이디어를 지니고 간 사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나라에 사는 많은 동포들이 자기의 현명함과 근면성, 민족성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존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얼, 정신이라 함은 어느 나라에 살든지 다른 사람들의 존경과 그들에 대한 사랑, 근면한 삶 등으로 자신만만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 민족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외국에서 성취하는 성공은 결국 우리가 고국에 드리는 선물이 됩니다.
25개국에서 내 작품을 번역할 때 그것은 한국인의 얼과 삶과 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에 이를 번역, 출간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외국에 사는 우리가 외국에서 창작한 작품이 한국에 대한 기대와 호흡을 같이 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봅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에도 불구하고 동포들은 항상 조국을 떠난 슬픈 한을 품고 있으며 이를 버리지 못합니다. 또 다른 한은 형제가 나뉘어져 있으며 왜 우리 한민족은 통일보다는 분단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지 한스럽습니다. 이 말을 하는 뜻은 한국에 대한 비관이나 모독의 의미가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문화로 접근,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 작은 한국의 얼, 정신, 아이디어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세계도 이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내가 러시아의 문화와 흐름 속에서 글을 쓴 것이 결과적으로 한국의 영광,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 될 것이므로 제 삶은 기쁨에 넘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