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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리와 염근리
정승댁 부녀자들이 봄나들이를 가는데 염근리로 알려진 황희 정승의 부인은 무명 옷에 기운 옷을 입고 일행과 같이 하니 다들 말은 안해도 속으로 혀를 끌끌 찹니다.
더우기 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펼치는데 다들 산해진미로 가득한 상을 펴지만 황희 정승의 부인이 준비한 상에는 보리밥과 싱거운 나물 무침이 전부이니 또 한번 여러 부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습니다.
이때 조금 늦게 일행에 합류한 고불 맹사성의 부인이 상황을 파악하고 “어디서 감히! 나라의 녹을 먹는 정승의 부인으로서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황희 정승과 그 부인을 욕되게 하느냐?
그대들이 입고 있는비단 옷과 여기 차려놓은 기름진 음식들이 바로 굶주려 죽어가는 백성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라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 하고 호통을 치니 대부분 사과를 하였고 두 대감의 부인은 보리밥에 나물 무침을 맛나게 먹더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여기서 염근리廉謹吏라는 말은 청백리라는 말과 의미가 비슷한데 청백리는 그 사람이 죽은 뒤에 청렴하고 맑게 살다 간 사람을 일컬음이요 염근리는 살아 있는 동안에 청렴하고 근면하여 주위에서 칭찬하는 때에 쓰인다 합니다.
성불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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