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지전(伏魔之殿)
마귀가 엎드려 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는 악의 근거지라는 말이다.
伏 : 엎드릴 복
魔 : 마귀 마
之 : 갈지
殿 : 궁궐 전
출전 : 수호전(水滸傳) 1回
수호지(水滸志)의 저자인 시자안(施子安; 자는 내암)이 원나라 말기에서 명나라 초기 사람이다.
시자안은 강소성(江蘇省) 회안(淮安)에서 태어나 35세에 진사가 되었으나 2년 후 관직을 버리고 소주(蘇州)에 칩거하며 문학 창작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장사성의 난에 가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이력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수호지(水滸志) 1회의 내용은 다음과 같데, 거기에 복마지전(伏魔之殿)이 나온다.
북송(北宋) 인종(仁宗) 때 전국적으로 전염병이 돌았다. 인종은 신주(信州)의 용호산(龍虎山)에서 수도하고 있는 장진인(張眞人)에게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한 기도를 올려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태위(太尉) 홍신(洪信)을 보냈다. 홍신이 도착했을 때 장진인은 마침 외출 중이었다.
홍신(洪信)은 다른 진인의 안내를 받아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위에 금색 글씨로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 있는 전각을 발견했다(上書四個金字, 寫道, 伏魔之殿).
홍신이 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전각은 뭐 하는 곳이오?(此殿是甚麼去處)”
진인이 대답했다. “이곳은 전대의 노조천사(老祖天師)가 마왕을 가두어 둔 전각입니다(此乃是前代老祖天師鎖鎮魔王之殿.).”
홍신이 또 물었다. “왜 위에 저렇게 첩첩이 엄청나게 많은 종이로 봉해 놓았소?”
진인이 대답했다. “이것은 대당동현(大唐洞玄) 국사가 마왕을 여기에 가두어 놓고 봉한 것입니다. 1대 천사를 거치면서 손수 봉하면서 자자손손이 함부로 열지 못하도록 한 것이지요. 마왕이 도망하면 아주 문제가 커지니까요. 8, 9대 조사를 거치면서 절대 열지 않겠다고 맹서를 하고 구리 녹인 물을 부어 완전히 굳혀 버렸기 때문에 아무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를 못합니다. 저도 본 궁에 온 지 30여 년이 되었지만 듣기만 했을 뿐입니다.”
진인은 절대로 열어서는 안 된다고 알려 주었다. 홍신은 더욱 호기심이 발동하여 진인을 거의 위협하다시피 하여 열게 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신전 한복판에 높이 5∼6척의 석비가 있는데 아래는 돌 거북의 좌대가 있고 태반이 흙에 묻혀 있었다.
석비의 앞면을 비춰 보니 온통 도가의 글로 가득 차 있어 아무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석비의 뒷면을 비춰 보니 ‘홍을 만나면 열리리라.’라는 글이 큰 글자로 새겨져 있었다.
只中央一個石碑, 約高五六尺, 下面石龜趺坐, 太半陷在泥里. 照那碑碣上時, 前面都是龍章鳳篆, 天書符籙, 人皆不識. 照那碑後時, 却有四個眞字大書, 鑿着, 遇洪而開.
홍신은 자신이야말로 이 석비를 파낼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석비를 파내도록 했다. 한창 파내어 들어가자 갑자기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더니 이어 백 열 줄기의 금빛으로 변하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那一聲響亮過處, 只見一道黑氣, 從穴裏滾將起來, 掀塌了半個殿角。那滿黑氣, 直沖到半天裏空中, 散作百十道金光, 望四面八方去了.
이런 괴변에 홍신 등은 놀라 혼비백산할 지경이었다.
여기에서 ‘복마지전’ 즉, ‘복마전’이 유래하여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지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수호전 제2회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주지 진인이 홍태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태위는 모르시겠지만, 이 전각에는 당초 동현진인께서 부절을 전하면서 당부하셨습니다. ‘이 전각 안에 36명의 천강성(天罡星)과 72좌의 지살성(地煞星)을 가두어 모두 108명의 마왕이 이 안에 있다. 위에 돌 비석을 세우고 도가의 글을 새겨 여기에 눌러 놓는다. 만약 이들을 풀어주어 세상에 나가게 하면 반드시 인민들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이제 태위께서 가시면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이후에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
話說當時住持眞人對洪太尉說道, 太尉不知, 此殿中當初是祖老天師洞玄眞人傳下法符, 囑付道, 此殿內鎭鎖着三十六員天罡星, 七十二座地煞星, 共是一佰單八個魔君在里面. 上立石碑, 鑿着龍章鳳篆天符, 鎭住在此. 若還放他出世, 必惱下方生靈. 如今太尉走了, 怎生是好. 他日必爲後患.
홍신은 이 말을 듣고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짐을 꾸려 수도로 돌아갔다. 주지 진인의 말대로 1121년에 송강(宋江) 등 108명의 호걸들이 반란을 일으켜 양산박(梁山泊)에 집결하여 산동과 하남 일대에 출몰하면서 관군을 괴롭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수호지의 ‘복마전’은 송강, 이규, 노지심, 무송 등 양산박을 주름잡은 108명의 호걸이 사람으로 환생하기 전 ‘마왕’으로서 갇혀 살고 있던 곳이다.
▶️ 伏(엎드릴 복, 안을 부)은 ❶회의문자로 犬(견; 개)가 사람 인(人=亻; 사람)部 옆에 엎드리고 있는 모양에서, 엎드리다, 전(轉)하여 숨는 일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伏자는 '엎드리다'나 '굴복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伏자는 人(사람 인)자와 犬(개 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이렇게 '개'를 그린 犬자에 人자가 결합한 伏자는 개가 사람 옆에 바짝 엎드려 복종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삼복더위라 하는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에는 몸보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더운 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몸보신을 하는 것은 좋지만 伏자에 犬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보신탕을 먹는 날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날은 엎어질 듯이 매우 더운 날이라는 뜻의 伏날이다. 그래서 伏(복, 부)은 (1)복날 (2)초복, 중복, 말복을 통틀어 이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엎드리다, 머리를 숙이다 ②굴복하다, 항복하다, 인정하다 ③숨다, 감추다, 잠복하다 ④살피다, 엿보다 ⑤내려가다, 낮아지다 ⑥기다 ⑦절후(節候), 음력(陰曆) 6월의 절기(節氣) ⑧삼복(三伏)의 통칭(通稱) ⑨편지(便紙) 중의 존경어 그리고 ⓐ알을 안다(부) ⓑ알을 품다(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숨을 칩(蟄),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일어날 기(起)이다. 용례로는 만일의 경우 뒤에 생길 일에 대처하려고 남 몰래 미리 베푸는 준비를 복선(伏線), 갑작스레 적을 내리치려고 요긴한 목에 숨어 있는 군사를 복병(伏兵), 숨어서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한 재사나 호걸을 복룡(伏龍), 초복으로 부터 말복까지를 복중(伏中), 물체를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그림을 복도(伏圖), 엎드려 바란다는 뜻으로 웃 어른께 삼가 바람의 뜻을 복망(伏望), 더위 먹음을 복서(伏暑), 엎드리어 축원함이란 뜻으로 윗 사람에게 삼가 축원함이라는 말을 복축(伏祝), 흘러가던 물이 갑자기 땅속으로 스며들어 흐르는 물을 복류(伏流), 웃어른을 공손히 그리워 함을 복모(伏慕), 엎드려 절함을 복배(伏拜), 형벌을 받아 죽임을 당함을 복법(伏法), 윗사람이 주는 것을 공손히 받음을 복수(伏受), 삼복이 든 철의 몹시 심한 더위를 복열(伏熱), 전쟁이나 경기 등에서 힘에 눌려서 적에게 굴복함을 항복(降伏), 머리를 굽히어 꿇어 엎드림을 굴복(屈伏),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몰래 숨어 엎드림을 잠복(潛伏), 상대편을 불시에 치거나 살피려고 적당한 곳에 몰래 숨어 있음을 매복(埋伏), 알아듣도록 타일러 그렇게 여기게 함을 설복(說伏), 지세의 높고 낮음을 기복(起伏), 엎드려 절함을 배복(拜伏), 배를 땅에 대고 기어감을 부복(扶伏),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복지부동(伏地不動), 땅에 엎드려 사례함을 이르는 말을 복지사례(伏地謝禮),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림을 이르는 말을 복지유체(伏地流涕), 정당하지 못한 일이나 숨기고 있는 일을 들추어 냄을 일컫는 말을 발간적복(發奸摘伏) 등에 쓰인다.
▶️ 魔(마귀 마)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귀신 귀(鬼; 귀신, 영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麻(마)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魔(마)는 일이 잘 되지 않도록 헤살을 부리는 요사(妖邪)스러운 방해물(妨害物)의 뜻으로 ①마귀(魔鬼) ②마라(魔羅), 악마(惡魔) ③마술(魔術), 요술(妖術) ④인(여러 번 되풀이하여 몸에 깊이 밴 버릇) ⑤인이 박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귀신 귀(鬼)이다. 용례로는 요사스럽고 못된 잡귀의 통틀어 일컬음을 마귀(魔鬼), 마력을 가진 여자를 마녀(魔女), 재앙을 주는 신을 마신(魔神), 마력으로 이상 야릇한 일을 하는 술법을 마법(魔法),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술법 또는 여러 가지 도구나 손재주로 사람의 눈을 속이는 술법을 마술(魔術), 악마가 일으키는 화염을 마염(魔炎), 악마가 살고 있는 곳을 마경(魔境), 흉악한 손길을 마수(魔手),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하고 괴상한 힘을 마력(魔力), 마귀의 우두머리를 마왕(魔王), 어떠한 일에 마가 생기는 일을 마장(魔障), 야구 용어로서 커어브나 드롭을 마구(魔球), 마귀가 사람의 육신 밖에서 그 사람을 괴롭히는 일을 마습(魔襲), 악마가 일으키는 바람이라는 뜻으로 무시무시하게 휩쓸어 일어나는 바람의 비유한 말을 마풍(魔風), 귀신의 장난이라는 뜻으로 일의 진행에서 나타나는 뜻밖의 해살을 이르는 말을 마희(魔戱), 큰 피해를 입도록 썩 많이 내린 눈을 악마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백마(白魔), 질병을 악마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병마(病魔), 화재를 마귀에 비유해서 이르는 말을 화마(火魔), 수해를 마귀에 비유해서 이르는 말을 수마(水魔), 재앙이나 병을 일으키는 마귀를 수마(祟魔), 못된 귀신이 붙음을 접마(接魔), 마귀를 몰아 내쫓음을 구마(驅魔), 몸과 마음을 괴롭혀 수행을 방해하는 악마를 사마(邪魔), 요망하고 간사스러운 마귀를 요마(妖魔), 좋은 일에는 방해가 되는 일이 많음을 호사다마(好事多魔), 한 치의 선과 한 자의 마라는 뜻으로 좋은 일에는 반드시 나쁜 일이 따른다는 말을 촌선척마(寸善尺魔)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殿 : 궁궐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