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월도 중순에 접어들고 있다.
집밖을 나서보면 늦가을의 정취가 눈앞에 다가온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별다른 표정을 읽지 못한다.
그러나 옷차림에서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올 한 해도 노을처럼 서서히 저물고 있다.
인간의 정서는 계절에 가장 잘 반응하는 것 같다.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하며 완성과 비움을 보여주는 가을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살아온 삶을 반추하게 된다.
노년을 흔히 인생의 황혼기라 부른다.
계절로 치면 가을과 겨울이다.
계절이 주는 의미가 노인의 삶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노년의 삶은 그가 살아온 연륜만큼이나 축복받고 노을처럼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노인이 문제다.
평균수명이 팔십을 넘나드는 우리나라에서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인구는 해마다 증가한다.
특히나 농촌지역의 노령화 현상이 두드려 진다.
부모를 둔 자식들의 고민은 날로 심각해 진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어찌 모셔야 하는가.
이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땅의 모든 자식들이 멍애처럼 짊어진 ‘효’의 사명이나,
핵 가족으로 분화된 한국 사회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부모세대인 우리들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후의 삶을 준비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살아갈 여력이 부족한 부모나 이를 멀리서 바라 봐야 하는 자식의 심정은 그져 고달프고 안타깝기만 하다.
노인의 문제는 이제 각자의 가정사를 넘어 우리사회가 안고 가야 할 당면 과제이다.
우리 주변에는 홀로사는 독거노인들이 많다.
파란만장한 인생길을 용케도 달려온 그들이 이 계절에 텅 빈 들판에서 쓸쓸한 노후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분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물질에 앞서 따뜻한 이웃의 손길이다.
노인의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나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노년의 세월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노인은 모든 짐을 내려놓고 하루하루를 평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존재이다.
커피를 마시며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 보니 살아온 역사가 喜怒哀樂愛惡辱으로 점철되어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