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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입대하면 각종 신체검사 및 인성검사를 마친 이후에 피복을 지급하는데,
초도 보급품이라고 하여 처음으로 받는것이 전투복(군복이라고 하다가는 맞는다) 한벌,
전투화(군화 혹은 워커라고 하다가는 역시 맞는다) , 전투모 하나, 세면백,
세면도구(비누, 치약, 칫솔, 수건, 면도기 등), 군번표(인식표라고도 한다) 등이다.
이 가운데에서 전투화 얘기를 해볼까 한다.
사회에서 곱게 자란(?) 발에게 갖은 시련을 안겨주는 것이 바로 이 질기디 질긴 전투화이다.
질기기만 한가, 통풍도 잘 되지않아 일년내내 신고 있으면 찝찝한 느낌을 받지 않는 날이 며칠 안된다.
군인들 발냄새 난다고 타박하지 마라...
이 신발 신으면 무좀이 생기지 않을래야 안을수가 없다는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휴가나온 장병들을 한번 보라.
일반인들이 보면 다 똑같은 군바리로 보이겠지만 병사들은 휴가나갈때 꽤 신경쓰고 나간다.
일계장 혹은 A급이라고 하여 휴가시에만 착용하는 전투화, 전투복이 있는데 휴가가기 전날은
일계장 전투복에 칼줄을 먹이고 1계장 전투화에 광을 내느라 매우 부산하게 움직인다.
사회인들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매우 잘 알면서도
대한민국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하여 이러한 준비를 하고 나간다.
사회인들의 일부가 이 전투화를 멋지게 보았는지 밀리터리룩이라고 하여 워커를 신고
다니기도 하는데 그 번쩍거리는 전투화에 숨겨진 가슴아픈 얘기를 해보고 싶다.
이 전투화는 군인들에게 사회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여러 질병을 앓게 해 준다.
1. 봉와직염
봉와직염이라고 아는가.
처음 전투화를 신게되면 발의 피부가 뻗뻗한 전투화로 인하여 벗겨지고 물집이 생기는 등
손상을 입게 되는데, 이 상처가 곪아 염증이 몸의 내부로 퍼지는 병이 봉와직염이다.
사전에서 봉와직염을 찾아보았더니 이렇게 나와있다.
'염증이 퍼지는 것이 마치 벌집과 같으므로 생긴 이름으로 피하(皮下)나 몸 속의 매우 거친
결체조직 가운데에 일어나는 급성염증. 포도상구균, 연쇄상 구균 등의 화농균이 외상이나
작은 궤양 등으로부터 침입하여 일어나며 발적을 일으키고 대개 화농을 가져옴.'
신병들 중 대다수가 이 봉와직염을 한 번 이상 경험하다가 짬밥을 먹으면서 발가죽이 두꺼워지므로
이 병에 걸릴확률이 줄어들게 된다. 봉와직염이 악화되면 꽤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 있으므로
신병교육대 등에서는 이 봉와직염에 꽤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에서라면 발이 까지더라도 잘 씻어주고 며칠 연고발라주면 금방 낫게되겠지만
군대에서는 잘 씻지 못하여 봉와직염이 빈발하게 된다.
봉와직염과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장거리 행군이 끝나고 발의 상태를 확인하면
장난이 아니다. 물집이 발 여기저기에 형성되어 걸음을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을 일으키고,
심한경우 발톱이 죽어버리는 증상까지 경험하게 된다.
2. 내성발톱
봉와직염처럼 많은 발생빈도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꽤 많은 수의 병사들이 앓게 되는 질병이 바로
내성발톱이다.
내성발톱이란 발톱의 말단부위가 살로 파고들어 생기는 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가져다 주게 된다.
또한 내성발톱이 한번 생기게 되면 계속 재발하므로 그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겠다.
수술로 치료하는데, 발톱의 뿌리 부분을 절개하여 발톱의 반 이상을 없애버리는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수술이후에 자라는 발톱이 다시 내성발톱으로 될 가능성이 높아 고질병이 되어버린다.
전투화가 발을 속박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전역후 편한 신발을 신게 되면 내성발톱의 증상이
꽤 완화된다고 한다.
3. 무좀
군대가서 느낀것 중의 하나는 무좀 안가지고 있는 병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전투화는 통풍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발이 흘리는 땀이 전투화의 두꺼운 가죽에 의하여
밖으로 전혀 배출되지 못하고 안에서 응결되어 발은 항상 축축한 상태에 있게 된다.
무좀균은 이런 환경을 매우매우 좋아하는데, 발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어쩔수 없이 무좀에 걸리게 된다.
나의 경우는 신병때 양말을 잘 빨아신지 못하여 며칠간 양말을 계속 신고는 했는데, 그로 인해
매우 심한 무좀에 걸려 고생을 하다가 1년간 무좀약을 열심히 발라서 전역할때는 겨우 무좀을 완치시키고
나올수 있었다.
생활관에서 다같이 슬리퍼를 공유하므로 무좀균은 도처에 갈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므로 발가죽이
어지간하게 튼튼하지 않는한 무좀에 걸리지 않기란 매우 어려울거라 생각된다.
4. 동상
통풍얘기를 했는데, 발의 축축한 느낌은 겨울철에 특히 심해진다. 발에서 흘리는 땀이
차가운 전투화 표면에 응결되어 다량의 수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겨울에 혹한기 훈련을 떠나면 신체의 어느부분 보다도 발이 고생하게 된다.
일단 장거리 행군으로 인하여 발의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게 되고, 훈련중 발을 씻는것은
꽤 어려우므로 발은 며칠간 불결한 상태를 지속하게 된다. 또, 숙영지에서 자다보면 밤새
전투화는 얼어버리게 되는데 기상과 동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얼어버린 전투화를 신는것이라는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러가지 악조건이 중첩되어 발은 동상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는데 조금이라도 소홀히 관리하면
동상환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또한 한번 동상에 걸린 피부는 약간의 자극에도 또 동상이 되어버리곤
하므로 (동상 기왕증이라고 한다) 동상 또한 고질병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아들들은 '고통을 참을수 없거든 즐겨라..'라는 말을 되새기며
그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전투화를 동여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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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음이 참 아프네요... 힘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많이 힘들겠죠... 많은걸 견뎌내고 건장한 남자가 되어서 부모님들 품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시는 3기갑 병사님들의 가족분들 힘내세요^^♥
우리집 신발장에 있는 큰 아들의 전투화를 다시 봐야 겠습니다.
이런 많은 사연들이 있었네요.. 저는 아직도 군화라고 했는데 이제부터 전투화로 시정하겠습니다~~
김대수님 기다려 주는 마음씨 고운 곰신님이 계셔서 김대수님 발의 수난시대는 눈 깜짝할 새가 되어 날아 갈 거예요~~~^^
그랬으면좋겠습니다ㅜㅜ.. 기다리는제맘을아는지모르는지..연락없어서
섭섭하고밉기도했는데..카페활동을화면서 무거운 마음 덜어내고
이런글 보면서 저보다 더힘들 남자친구 걱정뿐입니다ㅜㅜ
진짜 마음이 아프네요..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도 더 들고 ㅠㅠ 고생하시는 3기갑 병사님들 가족분들 곰신분들 모두들 화이팅 하세요..!ㅎㅎ
이 이야기를 읽고보니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항상 우리 아들들의 고생(?)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우리 3기갑여단 홧팅, 또 홧팅!!!!!
아구구 찡하네요ㅠ.ㅠ 전화오면 응원하는 말 한마디라도 더 해줘야 겠어요ㅠㅠ